`논란없는 사형없다’는 회의론도 제기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 살인범 마이클 모랄레스(46)에 대한 사형집행 무기 연기 사태를 계기로 캘리포니아가 미국 전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사형 방법론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라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에서 독극물 주입법에 의한 사형 집행은 이미 30년전부터 도입됐고 그 사이 840여명의 죄수들이 이 방법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형벌’을 금지한 수정헌법 8조에 위배되는 비인도적인 처사라는 지적이 제기된 것은 불과 최근의 일이다.
이번 케이스는 결국 연방 대법원이 독극물 주입에 의한 사형 집행방법이 위헌인 지의 여부에 대한 판결이 나와야 끝날 것으로 보이지만 그때까지 캘리포니아에서 다양한 논란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
영국의 의학전문지 `랜싯(Lancet)’은 지난해 4월 사형된 죄수들을 부검해 분석한 결과 미국내 37개 주에서 사용하고 있는 독극물 주입에 의한 사형 방법은 충분한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불필요한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주장은 독극물 주입 방법에 반대하는 변호인단의 효과적인 공격 수단이 됐고 대법원은 결국 이들의 손을 들어주기에 이르렀다.
미국 대법원은 지난 1982년 경찰관 살해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클래런스 힐(47)과 관련, 플로리다주에서 사용되는 정맥주사용 화학제가 비인도적이며, 헌법에 위배된다고 상소한 것을 받아들여 형 집행 직전에 중지시켰다.
이런 사례들이 사형제 자체를 위협하는 데 까지 작용치는 않았지만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는 이달들어 이 문제가 해결될때까지 어떤 사형에 대해서도 사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2월 중순께 토머스 골드스타인 등 여러 변호사들은 대법원에 캘리포니아와 유사한 형태의 독극물 주입법을 지지한 테네시주 대법원의 결정을 심의해달라고 요청했으며 메릴랜드와 미주리, 텍사스 등 여러 주에서도 현안으로 등장했다.
독극물 주입법 논란이 점차 확산되는 과정에서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것.
캘리포니아는 지금까지 647명이 사형되는 등 미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형 집행을 기록하고 있는데 지난 21일 새벽 모랄레스에 대한 사형을 집행하려던 샌퀜틴 교도소측은 새너제이 지방법원의 제레미 포겔 판사의 결정에 부합할 수 없다며 사형 집행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에 앞서 모랄레스의 변호인단은 사형 방법이 수정헌법 8조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냈고 이에 제레미 포겔 판사는 독극물 주입법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보다 엄격한 절차를 밟아 집행 과정이 보다 편리하게 관찰될 수 있도록 한다며 전문 의료인이 사형집행 과정에 적극 개입토록 하거나 다른 약물 방법을 사용토록 판시했었다.
이어 2명의 마취 전문의는 처음에 참관을 수락했다가 집행 직전에 의학 윤리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거부했고 샌퀜틴 교도소측은 정맥주사를 실시할 전문의를 찾을 수 없다며 무기연기를 결정했다.
다른 주와 마찬가지로 독극물 주입 과정에 의학적인 개입 필요성을 차단시켜 왔던 캘리포니아는 포겔 판사의 판결을 계기로 혼란을 겪게 됐고 이런 과정은 전국적인 관심을 증폭시켰다.
새크라멘토 소재 형사재판법률재단의 켄트 샤이데거 국장은 독극물 주사법은 1977년 오클라호마에서 처음 채택됐고 이후 캘리포니아가 이에 대한 충분한 과학적 검증절차 없이 무분별하게 도입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주는 오는 5월 포겔 판사의 주재아래 사형집행 방법과 관련한 구체적 증거를 찾는 청문회를 개최할 계획이며 여기에서 도출되는 논란과 결론은 미 전역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UC버클리대학의 프랭크 짐링 법학과 교수는 모랄레스 건은 평소 관심밖에 있던 사형집행이 얼마나 많이 관행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에 대한 확실한 본보기가 됐다며 포겔 판사의 판결은 결과적으로 사형집행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그리고 사형제 자체를 되돌아 보게하는 등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같은 대학의 엘리자베스 세밀 교수는 맨 먼저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앞선 사형집행 방법에서도 똑같은 문제점이 있었고 우리가 누군가를 숨지게 하는데 있어서 완벽하고 깔끔하면서 문제점을 낳지 않는 과정이란 없다며 논란의 귀결점이 지금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isjang@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is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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