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2세로 동갑내기인 케이트 그러햄과 개리 루볼보는 13년 전 처음으로 데이트를 했다. 하지만 둘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고, 잠자리도 같이 하지 않았다.
32세 그러햄-루볼보 정신장애인 커플
뉴욕의 ‘영 어덜트 인스티튜트’서
댄스·피임·성추행 예방 등 성인학습
6개월 과정후 안전공간서 ‘정상생활’
그러햄과 루볼보는 현재 뉴욕 브루클린의 사회봉사기관인 ‘영 어덜트 인스티튜트’가 정신장애자들을 위해 실험적으로 실시중인 ‘사랑 훈련’을 받고 있다. 사랑 훈련은 주말 댄스나 연극 등 집단활동을 통해 20세 이상의 남녀 성인 정신장애자들이 서로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이들을 대상으로 피임과 성병 및 성추행 예방법 등을 가르치는 6개월짜리 학습과정이다.
훈련이 끝나면 비슷한 처지의 장애자들이 함께 기거하는 그룹 홈에 입주할 수 있는데 이 곳에서 그러햄과 루볼보 같은 연인들은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사랑 훈련은 정신장애자들이 건강하고 정상적인 성생활을 꾸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시행 취지와 교육 내용이 다소 충격적이라는 일부의 지적도 있지만 정신장애자들의 권리를 확대했다는 지지의 목소리가 훨씬 크다.
사랑 훈련은 한 세대 전 만해도 상상조차 못할 일이었다. 1975년 이전에 지능이 떨어지는 그러햄과 다운신드롬 환자인 루볼보 같은 젊은이들이 갈 곳은 집단수용시설 뿐이었다. 그러나 그해 연방대법원이 스테이튼 아일랜드의 악명 높은 윌로브룩 스테이트 정신장애자 스쿨에 대해 폐쇄명령을 내리면서 이들은 정상인들의 생활공간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30여년 전의 대법원 판결로 공간의 제약에서 풀려난 정신장애인들은 이제 사랑 훈련을 통해 정서적·신체적 경험의 제약에서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다.
사랑훈련의 기본 취지는 정신장애자들의 건전한 이성교제 보다는 이들을 성적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최근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장애를 지닌 여성의 50~85%, 남성의 25~50%가 18세 이전에 성폭행을 당하고 이들 가운데 49%가 최소한 10차례 이상 성폭력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들에게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 카운슬러가 상주하는 안전한 공간에서 정상적인 관계를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 사랑훈련의 지상목표다.
미네소타대학의 커뮤니티 통합연구소 연구담당 디렉터인 찰리 라킨은 “정신장애인이라 해서 성적 욕망까지 결핍된 것은 아니다”며 사랑 훈련과 같은 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사회 단체는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내 정신장애자 인구는 700만명이고 ‘영 어덜트 인스티튜트’의 훈련생은 2만명에 달한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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