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단의 박치기를 소재로 한 TV 코미디가 요즘 유럽에서 대인기다. 직장에서 잔소리하는 상사를 여직원이 박치기하는가 하면 국회에서 여야 의원이 논쟁을 벌이다가 박치기로 해결한다. 불친절한 웨이터를 고객이 헤딩으로 쓰러뜨리는 장면도 있다.
뿐만이 아니다. 인터넷 광고에서는 “여기를 박치기하면 가격이 저렴해 집니다”라고 표시해 놓고 지단과 비슷하게 생긴 축구선수가 헤딩을 하면서 클릭하면 가격이 내려가면서 세일즈 내용이 펼쳐진다. 어떻게 하면 박치기로 돈을 벌 것인가. 앞으로 게임회사들의 박치기를 소재로 기발한 각종 상품이 쏟아져 나올 것 같다.
수퍼스타급 선수의 인기에 대해서는 광고회사만큼 민감한 데가 없다. 인기 없으면 광고부터 떨어져 나간다. 지금 지단에게는 광고계약 연장신청이 쇄도해 아디다스, 프랑스 텔레콤, 크리스찬 디올, 아우디, 포드자동차 등 굵직굵직한 회사들이 줄을 서있다.
프랑스 국민들이 그를 용서한 것은 지난주 있었던 프랑스 TV 카날 플뤼스와의 인터뷰라고 한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시종 위엄을 잃지 않고 진실한 자세로 자신의 심경을 설명한 후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나의 행동을 나는 지금도 후회하지는 않는다”는 소신을 보였다. 이와 같은 그의 인간적인 모습과 용기에 많은 프랑스인들이 박수를 보냈다. 인터넷에 들어가 화제의 TV 회견을 보니 정말 진실하고 인간성이 넘쳐 보였다.
시라크 대통령이 월드컵이 끝난 후 프랑스팀을 엘리제궁으로 초청했을 때 지단에게 한 말은 프랑스 국민의 지단에 대한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다. 시라크 대통령은 지단에게 “프랑스 국민들이 왜 당신을 좋아하는지 아시오? 당신은 가슴과 신념을 가진 사나이기 때문이요. 당신은 예술의 경지에 돌입한 명인(virtuoso)이며 국민의 영웅이요.”
알제리의 부테프리카 대통령도 “알제리 국민의 이름으로 당신에게 성원을 보냅니다”라는 전문을 보내왔다. 지단은 이중국적자다. 출생지인 프랑스와 모국인 알제리의 국적을 다 갖고 있다. 지단의 원래 이름은 Zaynu-d-Din Yazid Zidan으로 알제리-아라비아계다. 언어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지단의 이름은 그의 조상이 아라비아사막 유목민인 베르베르임을 나타낸다고 한다. 베르베르인은 가족의 명예를 죽음으로 지키는 부족들이다. 지단의 어머니가 “이 세상에는 축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가족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에서도 알제리 베르베르인들의 기질을 엿볼 수 있다.
지단의 인기가 다시 부활하는 본질은 무엇인가. 지단의 겸손과 남을 위한 배려다. 그는 20명의 불우청소년을 키우고 있으며, 지역 어린이 축구학교에 자원봉사하고, 수입의 상당부분을 커뮤니티에 도네이션하고 있다. 자선행위를 해도 겸손하지 않으면 욕을 더 먹는다. 그는 기자들에게도 ‘겸손한 수퍼스타’로 소문나 있다. 박치기 사건이 있었는데도 기자들의 투표에서 월드컵 최우수 선수로 뽑힌 것이 이를 뒤받침 해준다.
겸손이 이번에 지단을 살렸다. 사람은 출세할수록 평소에 겸손할 일이다. FIFA에서 곧 지단과 마테라치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겠지만 그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존경은 여전하다. 살다보면 누구나 한번씩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되어 있다. 그때 전화위복이 되는 사람이 있고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이 갈라지는 경계선은 겸손이라고 쓴 팻말이다. 그것을 일깨워준 사건이 바로 지단의 박치기 사건이다.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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