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1년 12월9일 환 디에고는 테페약 산언덕을 걷고 있었다. 가난한 멕시칸 인디언인 그는 밤길을 걸어 새벽이 올 때까지 성당을 향해 걷고 있었는데 임종이 가까운 삼촌의 종부성사를 위해 신부님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그는 그 산길에서 새들이 노래하는 듯한 음악소리와 함께 들리는 성모마리아의 음성을 들었다.
“나의 아들아. 너는 어디로 가고 있느냐?”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들은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이 근원적 질문에 대한 해답은 없다. 가고 있는 그 길이 해답이다. 길을 함께 가는 친구를 도반이라고 하는데 내 마음의 도반은 과달루페의 성모마리아이다.
삶이 절박할 때 저절로 터져 나오는 기도를 통해 신을 만났다. 나에게 있어서 신이 없으면 도저히 살 수가 없으니까, 숨을 쉴 수가 없으니까,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신이지만 신의 이름을 불러야 했고 부르고 있다. 기도하면 신의 응답이 너무 빨리 와서 놀랄 때가 있다. 신은 나의 마음에 있다. 나는 기도할 때 하늘을 향하지 않고 내 마음속에 환히 빛나는 그 분. 아름다운 성심과 슬픔의 어머니를 향해 기도한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그림이 많지만 가장 아름답고 불가해한 그림이 하나있다. 바로 과달루페의 성모마리아상이다. 기적의 성화. 나는 기적을 좋아하고 기적을 믿는다. 그리고 매일 매일 기적을 경험하고 있다. 친구 명원이의 집 복도 끝에 걸려 있는 성모상의 얼굴을 10여년 전 처음 보았을 때의 깊은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인디언을 닮은 동양적인 갈색의 피부와 눈매는 선하고 깊고 따뜻하고 어딘지 우수가 느껴진다. 멕시코시티의 과달루페 성당을 방문하여 이 그림을 다시 보았는데 전 세계에서 방문하는 방문객들의 편의와 그림의 보호를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그림을 보게 되어 있다.
물론 나는 그 그림을 지나며 마음의 깊은 어둠이 사라지는 한없이 깊은 위로의 은총을 받았다.
마치 가슴의 바위덩어리가 녹는 듯한 느낌이었다.
빨간 장미와 초록 성모상이 그려져 있는 하얀 초 두 개를 가져다 여동생의 남편에게 주었는데 어렸을 적 가톨릭 계통 학교에서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아 알콜중독자로 20년을 지낸 그가 술을 끊었다는 기적적인 소식을 들었다.
특히 성모님은 남북 아메리카의 모후이시고 마약과 알콜중독을 고치신다고 하는데 바로 나의 형제가 그 도움을 받았다. 과달루페 성화가 태어난 신화는 무척 아름다워서 많은 화가가 그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렸지만 정작 성화는 사람이 그린 게 아니고 기적에 의해 발현했다고 한다.
과달루페 성당이 지어진 내력인데 작고 아름다운 성당이 지어지기를 원하시는 성모마리아께서 가난하고 겸허한 인디언인 환 디에고를 통해 그리고 환 디에고의 간청을 믿지 않는 주교 돈 후안 주마라가를 위해 환 디에고가 입고 있던 옥수수푸대 옷 위에 발현되었다. 성모님의 옷에 그려진 별들은 하늘의 별자리와 일치하고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그녀의 눈동자에는 환 디에고의 초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마음의 문을 열고 보면 LA 곳곳에 과달루페 성모님의 그림이 보인다. 자동차 위 유리창에 그려져 있기도 하고 멕시칸 동네의 벽화에도 있고 99센트짜리 양초 위에도 그 그림이 있다.
프리웨이를 달릴 때에 그 그림이 보이면 무척 기쁘다. 어머니… 수많은 밤들, 영혼의 깊고 어두운 밤들을 지날 때 그 분의 모습이 마음의 등불이 되어주고 그리고 바로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그분의 사랑과 보호가 필요한 지금, 그분은 우리들의 가슴을 따뜻이 적시며 우리와 함께 슬퍼하시고 지켜주시며 영원히 그리운 어머니의 품을 활짝 펼쳐주신다.
별빛 가득한 푸른 망토를 펼쳐 보이며 그분이 말한다. You are invited!
박혜숙
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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