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다 피아오 트리오가 데뷔 공연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김하나, 영 유, 조이 송. <이승관 기자>
대중·전문가 모두 만족시킨 ‘음악 파티’
브람스에서 현대음악까지 선곡도 돋보여
정원 415석은 모자랐다. 꽤 많은 사람들이 서서 피아노 3중주에 귀를 기울였다.‘입석 청중’은 한인 클래시컬 음악공연에서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지난 10일 저녁 LA 다운타운 콜번스쿨 지퍼홀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날 출범한 스트라다 트리오(Strada Trio) 공연은 다소 낡은 표현을 빌어 말하면‘성황을 이뤘다’.
우선 청중이 기대 이상 모였다. 게다가 귀가 까다로운 음악가들도 스트라다의 선곡과 연주에 후한 점수를 줬다. 한동안 줄을 이었던 한인사회의 음악회는 일방적으로 청중의 입맛에 맞춘 것이 대부분이었다. 대중적인 곡 일색에, 귀에 익은 악장만 뚝 잘라 연주하기도 했다. 청중은 박수를 쳤으나 음악가들은 별로 였다. 그에 비해 이날 연주는 청중과 전문가의 귀, 모두를 만족시켰다는 행복한 평을 들었다.
줄리아드 선후배인 영 유(피아노), 김하나(바이얼린), 조이 송(첼로)은 이날 브람스의 피아노 트리오 1번에 이어 10여년 전 작곡된 아르보 파트의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위한 모차르트-아다지오’, 아르헨티나의 현대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탱고풍 ‘사계’를 연주했다.
연주회장을 찾았던 음악인들은 후기 낭만파에서, 까다로운 기교가 요구되는 현대음악, 현대음악 중에서도 대중성 있는 곡으로 이어진 프로그램에 대해 ‘실속있고 제대로 된 레터터리’(김용제·바이얼린), ‘리서치를 잘한 음악회, 관객과 음악적으로 잘 교감된 연주회’(이신우·지휘), ‘도전적이고 흔히 접할 수 없는 곡 선택, 대학 콘서트 무대도 아닌 일반인 대상의 레퍼터리로는 평가할 만 ‘(정진식·지휘) 하다는 소감을 이야기했다.
특히 모차르트의 선율을 살리면서 중간중간 현대 화성과 기법이 들어가는 파트의 곡은 현악기에 사용되는 고난도 테크닉들이 대부분 나왔으나 자연스럽게 소화됐다고 한다. 줄리아드에서 고생했던 것이 무대 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말도 나왔다.
김양희(성악)씨는“사소할 지 모르나 포스터와 팸플릿이 알차고 세련됐다”고 한다. 한 장짜리 팸플릿에 작곡가와 곡 소개를 핵심만 뽑아 잘 정리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코디가 있었는지 연주복도 깔끔했다”고 한다. 관객들이 연주회에 가서 음악만 듣고 오는 것이 아닌 것이다.
반면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네 계절을 탱고풍으로 노래한 피아졸라의 곡에 대해서는 ‘좀 얌전했다. 더 좀 신날 수 있었다’(김용제) ‘일부 악기는 약간 절제된 느낌’(이신우)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브람스 피아노트리오에 대해서도‘연주회가 거듭 될수록 밸런스가 더 잘 맞게 될 것’(정진식)이라는 완곡한 지적도 있었다.
청중에게 부탁하는 말도 있다. “악장과 악장 사이에는 박수를 치지 말라”는 것이다. 다음 악장으로 넘어가기 직전, 연주자들이 긴장을 풀지 않고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찰나에 느닷없이 터져 나오곤 했던 친절한 청중들의 따뜻한 박수는 연주의 맥을 끊어 놓았다.
음악동호인 클럽 ‘보헤미안’의 회원 등 많은 음악 애호가들로 만원을 이뤘던 이날 공연을 통해 스트라다는 한인사회에 그 음악적 재능을 처음 선보였다. 앞으로 이들의 공연무대 확대와 함께 더 깊어질 음악적 내면을 기대하는 눈들이 많다.
<안상호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