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웨딩…’서 감독·배우
신현주 -앨리스 신 커플
대학서 강사-신입생으로 인연
6년후 LA서 우연히 다시 만나
이튿날 청혼, 한달만에 부부로
연극 ‘웨딩 셀리브레이션’이 지난 3일 막을 내렸다. 공연이 끝난 뒤 비전극회 신현주(37) 감독과 연락이 끊겼다. 빚쟁이들로부터 전화가 빗발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셀폰 전원을 끄고 ‘잠수’를 탔다. 신 감독과는 사흘만에 어렵사리 연락이 닿았다. 공연 후담을 듣고 싶었다. 이 연극에 출연한 배우 앨리스 신씨와 부부가 된 사연도 궁금했다. 지난 12일 오후 늦게, 비전아트홀 무대에서 이들 부부를 만났다.
신현주(오른쪽)·앨리스 신 부부가 연극 무대를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다.
<진천규 기자>
이번 공연에서 남편은 기획과 연출을 맡았고, 아내는 세 주인공 가운데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한인 여성 ‘티나’로 출연했다. 기대보다 관객이 들지 않아 힘들었다고 한다. 텅 빈 객석을 보며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다. “관객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에 느꼈어요. 무대 위 배우들의 연기는 관객 반응에 따라 달라지거든요.”(앨리스 신)
다행히 공연 막바지로 갈수록 관객 숫자가 늘었다. 마지막 공연에는 객석이 꽉 차는 경험도 했다. “같은 연극을 2번, 3번 보러 오는 관객도 있었습니다. 미안해서 다른 연극을 보시라고 소개해줄 여유도 생기더군요.”(신현주)
이들은 열살 터울의 연출가와 배우 커플. 처음에는 스승과 제자로 만났다. 1998년 남편은 동국대에서 잘 나가는 강사였고 아내는 학부 신입생이었다. 남편이 ‘연극의 이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했는데 아내가 그 과목을 수강했다. 아내의 표현에 따르면 강의실에서 만난 남편은 사이비 종교집단 교주였다. 강의 내용도 좋았지만 카리스마가 대단했단다. “학생들에게 파도타기를 시키지 않나, 강의를 하다 말고 방귀도 뀌고…” 그 때는 이 사람이 남편이 될 줄 몰랐다. 어떤 인간인지가 궁금했을 뿐이었다.
남편도 아내를 기억했다. “참 예뻤어요. 400명 중에도 눈에 띄었죠. 하루는 저를 찾아왔어요. 연기를 하고 싶다면서요. 고민하다 연기를 하게 했죠.” 하지만 앨리스는 이 과목에서 낙제를 받았다. 기말고사가 연기실습이었는데 스승의 눈에 학생의 연기는 ‘꽝’이었다. 스승을 찾아가 항의를 해봤지만 연기가 안 된다는데 어쩔 수 없었다.
둘의 인연은 그것으로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 해 겨울 앨리스는 학교를 그만두고 경남 거창으로 내려갔다. 연기를 하기 위해서. 거창 국제연극제에 오태석의 ‘초분’에 출연했고 프랑스 아비뇽에도 다녀왔다. 하지만 ‘연극은 안 된다’는 집안의 반대로 배화여전 영어통역과에 재입학했고 졸업 후 현대카드에 입사했다.
그 사이 남편은 미국 오하이오대로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학위를 마치지 못한 채 LA로 건너와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2004년 9월 어느 날 타운의 한 마켓에서 신 감독은 출장 온 앨리스를 우연히 만났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호텔로 찾아가 청혼했다. 결국 두 사람은 한달만에 부부가 됐다.
“연극은 내 운명”
현재 신현주는 ‘백수’. 취업 인터뷰하러 다운타운에 다니는 게 일과다. 인터뷰 당일에도 자바시장에서 인터뷰를 하느라 약속시간에 늦었다. 가끔 할리웃 영화계에서 동양인 배우가 급하다고 연락이 오면 출연한다. 한국 관련 시나리오 교정 봐주는 것도 부업이다.
앨리스는 학생이다. LATTC를 다니며 간호 공부중이다. 연기를 위해 영주권이 필요한 데 간호사만큼 영주권이 빨리 나오는 게 없다. 극중에서 티나가 영주권 타령을 한 것도 자신의 얘기였던 셈이다.
“이번 공연만 끝나면 다시는 연극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희곡·배우·관객 세 가지가 저를 유혹해요.” 남편의 말에 아내가 맞장구쳤다. “저는 아무 말도 안 믿어요. 이 사람이 연극을 하겠다는 말도, 안 하겠다는 말도요.”
척박한 LA의 연극판은 이런 부부가 있기에 그래도 가끔 막이 오르나 보다.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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