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등 진학위해 직원들 줄줄이 떠나
매년 반복되는 ‘통과의례’ 인력난 가중
“학업후 다른 일 하겠다”에 더 비애감
대학원 입학 준비시즌이 다가오자 학업을 이유로 비영리단체를 떠나는 직원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비영리단체들은 매년 이맘때쯤 찾아오는 ‘통과의례‘에 속앓이를 하면서도 아픈 속을 감추고 있다.
한인타운의 대표적인 풀뿌리 비영리단체인 민족학교와 나카섹(NAKASEC)은 불과 1달 사이에 줄줄이 나가는 스태프들로 인해 만성적인 인력난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자원봉사자 시절부터 10년 동안 일했던 봉사부장이 상담과 신학 석사과정 진학을 위해 이 달을 끝으로 민족학교를 떠나게 된다. 지난주에도 2년 동안 일을 했던 한 스태프가 대학 복학을 위해 그만뒀으며 1년 동안 나카섹에서 일했던 한 스태프도 로스쿨 진학을 위해 비영리단체를 떠났다.
지난주 민족학교를 그만 둔 이 스태프는 “비영리단체의 성격상 동료들이 고생하는 것을 알면서도 떠날 수밖에 없어서 아쉽다”면서도 “대학 졸업 후에는 언론 쪽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혀 평생 직장으로서 비영리단체는 한계가 있음을 내비쳤다.
다른 한인 비영리단체도 상황이 비슷하기는 마찬가지.
한인가정상담소의 한 스태프는 1주일 전 카운슬링 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사표를 제출했으며, 한인타운 청소년회관(KYCC)의 히스패닉 스태프도 소셜워크 전공으로 대학원 진학을 위해 3주 전 사표를 냈다.
매년 가을만 되면 벌어지는 부산한 직원들의 이동행렬에 한인 비영리단체들은 “아쉽지만 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인가정상담소의 피터 장 소장은 “1∼2년 일을 한 후 학업을 할 것이란 사실을 미리 알면서도 사람을 채용한다”며 “단체 입장에서는 업무를 알 만하면 떠나는 직원들이 아쉽지만 장기적으로 더 큰 인재를 키운다”는 입장에서 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인 비영리단체의 고민은 주류 비영리단체보다 영세한 규모에서 불거진다. 일을 시작해도 마땅히 더 올라설 곳이 없는 한인 단체의 적은 규모는 직원들에게 ‘자기개발’의 동기 부여가 미약할 뿐만 아니라 급여에 있어서도 주류 비영리단체와 경쟁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인 비영리단체에 몸담았던 젊은 2세 한인 직원들은 대학원 등 고급 학위과정을 마친 후 한인 커뮤니티로 재진입하기보다는 주류단체와 사기업 등으로 빠져나가기 일쑤다. 고급 학위를 마친 후 한인 커뮤니티로 되돌아오는 이들은 한인 커뮤니티에 큰 애착을 가진 소수에 불과하다.
한인 비영리단체들이 고급 인력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유연한 노동’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KYCC의 송정호 관장은 “이미 평생 직장인, 평생 학생의 개념이 깨진지는 오래”라며 “이제는 직장인도 공부를 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어느 만큼 피고용인이 원하는 유연한 노동을 고용인이 제시하느냐가 고급 인력 유치의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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