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는’ 연습만으론 내면의 소리가 안나오죠
다른 예술·스포츠도 즐겨야
자기만의 좋은 소리 만들어져
언젠가는 LA로 돌아와
후배들 가르치는 게 꿈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대기실에서 만난 바이얼리니스트 미셸 김. 편안하게 뉴욕 필 생활에 대해 들려줬다.
뉴욕 필은 미국 최고 교향악단으로 손꼽힌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다. LA 출신의 바이얼리니스트 미셸 김이 지난 2001년 이런 뉴욕 필에 제1 바이얼린 부악장으로 입단한다는 소식은 반가운 뉴스였다.
미셸 김이 지난 15일 오랜만에 LA 무대에 섰다. 이번에는 모교인 USC 음대를 빛낸 동문 자격으로-. 미셸은 이날 오렌지카운티 퍼시픽 심포니의 상임지휘자 칼 세인트 클레어가 지휘하는 ‘USC 쏜톤 심포니 연주회’와 호흡을 맞춰 현대 작곡가 존 타워의 ‘바이얼린 콘체르토’를 협연했다.
올해로 뉴욕필 생활 6년째.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연주회 중간 휴식시간에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대기실에 만난 미셸은 “제일 큰 변화는 남편이 생겼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는 사실”이라는 평범한 대답을 쏟아냈다. “결혼을 해서 한 남자의 아내가 됐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는 게 더 큰 변화예요. 뉴욕 필 입단이 결정되고 일주일 뒤 결혼식을 올렸지요. 현재 3세된 아들과 6개월 딸이 있어요.”
물론 음악적인 부분에 있어서의 변화도 컸다. “깊이가 있어요. 같은 음악이라도 뉴욕 필의 음악은 깊이가 있지요. 많이 보고, 많이 연주하고, 또 좋은 연주자들과 많이 어울릴 수 있다는 게 LA에서 갖지 못하는 뉴욕 생활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로린 마젤과 같은 세계적인 지휘자와 함께 연주할 수 있다는 게 더 없는 축복이지요.”
미셸은 뉴욕 필의 지휘자 로린 마젤에 대해 “어떤 긴 곡이라 할지라도 한번도 악보를 보고 지휘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음악 천재일 뿐 아니라 철두철미하게 준비하고 노력하는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분”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6년 동안 뉴욕과 LA의 음악 환경이 큰 차이가 난다는 점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뉴욕에서는 음악이 생활화돼 있어 집밖에만 나가면 음악을 들을 수 있어요. 링컨센터와 줄리아드, 브로드웨이가 모두 걸어갈 수 있는 거리죠. LA는 차를 타고 한참을 이동해야 음악을 들을 수 있잖아요.”
그래도 LA는 고향 같은 곳. 언젠가는 LA로 돌아와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오늘 제가 가르치던 제자들이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다 왔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그리고 잘 해요.(웃음) 언젠가 뉴욕 생활을 정리하고 LA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요.”
미셸은 현재 뉴욕 필에는 모두 7명의 한인 단원이 활동중이라고 전했다. 모두가 여성이다. 첼리스트 한 명을 제외하면 모두 바이얼리니스트. 전체 단원이 100여명인 걸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얼마나 자랑스러워요. 지금보다도 더 많은 한인들이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하면 뉴욕 필에 들어갈 수 있을지 친절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긁는’ 연습만 하지 말고 다른 예술도 즐기고 스포츠도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만 내면으로부터 자기만의 소리가 나옵니다.”
뉴욕 필은 오는 31일과 11월1일 이틀간 오렌지카운티 퍼포밍 아츠센터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하지만 미셸은 이번 연주에서 빠진다. 친절한(?) 뉴욕 필이 출산 1년이 안된 여성 단원들은 투어 공연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미셸 김은
서울 출생
1983년 부모 따라 이민
1983년 바이얼린 시작
1991년 스탈링 파운데이션 장학생으로
USC음대 입학, 로버트 립셋 사사
1996년 USC 음악박사. USC와 콜번스쿨 강사
1999년 LA필하모닉, 퍼시픽 심포니, 뉴저지
심포니와 협연, 로제티 현악 4중주단의
제1 바이얼리니스트로 초청 연주
1998∼2003년 뉴햄프셔 뮤직 페스티벌 오케
스트라, 프레즈노 필하모닉, 샌타바바라 챔
버 오케스트라 등의 악장 역임
2001년 뉴욕 필 입단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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