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미술계의 컨템포러리 아티스트들을 만나면 자주 화제에 오르는 한인이 있다. 대부분이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현대미술과 예술가를 후원하는 큰손”이라고 표현한다. 이‘익명의 수집가’는 바로 LA현대미술관(MOCA)에서 10년 가까이 트러스티를 역임하고 있는 권원미씨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를 만나 인터뷰하기까지는 4개월이 걸렸다. 해외 나들이가 잦은데다 표면에 나서기를 꺼려해서 였다. MOCA의 홍보담당과 10통 가까이 이메일을 주고받은 후에야 인터뷰 일정이 잡혔다. 그러나, 어렵사리 만난 권원미씨는 그의 신상이 알려지는 것도, 카메라 앞에 서는 것도 거절했다. 미술관 전시품 아래 소장자의 이름을 밝혀야할 때도 ‘Private Collection’으로 쓰는 경우가 허다하듯이 후원자는 뒤에 숨어서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지 말아야한다는 것이다. 이런 형식의 인터뷰가 탐탁지 않았지만 그가 지닌 현대미술과 MOCA에 대한 열정이 용광로처럼 뜨거워 ‘얼굴 없는 인터뷰’를 했다.
일반회원서 출발 10년 가까이 열정
인터뷰 극구 사양 어렵사리 성사
“그림 보고있는 순간이 가장 행복”
“MOCA컬렉션 중 한인작품은 3점 있습니다. 백남준의 1973년 작실크스크린 판화가 있고, 강익중의 1995년 작품, 서도호의 1999년 작품이 있죠. 컬렉션 선정은 전적으로 큐레이터들의 평가에 따르지만, 트러스티의 입장에서 아티스트의 작품을 추천할 순 있죠”
MOCA 트러스티는 35명으로 구성돼있다. 그 중에는 에드 류샤, 오드리 어마즈, 비 거어쉬, 댈라스 프라이스-밴 브레다, 클리포드 J. 아인슈타인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예술가들과 거물급 인사들이 속해있다.
권원미씨는 하도 오래된 일이라 정확하게 언제부터 트러스티로 활동했는지 기억에 없지만, MOCA와의 인연은 평범한 일반회원에서 출발했다고 거듭 말했다. MOCA 멤버십은 누구나 연회비 65달러만 내면 일년 내내 무제한으로 미술 전시회를 즐길 수 있는 특혜이다. 어머니로서 아들딸을 데리고 미술관을 자주 찾다보니 멤버십을 구입하는 게 좋겠다 싶었고, 시간만 나면 미술관에 들리다보니 현대미술에 관한 식견이 차츰 쌓였다고 한다.
발길이 잦다보니 MOCA가 필요로 하는 일거리도 맡게 되고 그러면서 MOCA 큐레이터 자문회로, 컬렉터 위원회로, 소장품 구입 위원회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미술관의 정책과 운영, 작품 구입에 관여하는 ‘보드 오브 트러스티’(Board of Trustees)에 도달했다.
“음악회 티켓 한장 값이면 1년내내 미술과 살죠”
“혼자서도 미술관을 찾아 즐기고 감상하는 걸 좋아해요. 자신이 소유하지 않더라도 미술작품을 보는 순간의 즐거움은 나만의 것이잖아요. MOCA와 같은 공공미술기관이 있어서 정말 행복하죠. 뮤지엄은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놓고 있어요. 음악회 티켓 한 장 가격으로 회원권을 구입하면 일년 내내 ‘예술’과 더불어 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구요”
특히 컨템포러리 아트는 수많은 컨셉이 개입돼 있기에 혼자서 배우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떤 작품을 가장 좋아하냐고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는 질문에 ‘작품, 작가보다는 그림을 보는 순간’이라고 답하는 그는 순간을 모두와 나누는 기쁨이 가장 크다고 덧붙인다.
MOCA 컬렉션의 서도호·강익중·백남준 작품
서도호 작품 ‘Seoul Home…’(1999, Silk and metal armatures,149×240×240in)
강익중 작품 ‘Happy Relief’(1995, 8000 3×3 wood blocks with pigment)
백남준 작품 ‘Untitled’(1973, Three color silkscreen, edition 199/300,12×9in)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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