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를 움직인 6가지 음료 스토리
맥주·포도주·증류주·커피·엽차·콜라
인간의 활동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은 먹는 것이다. 누구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는 인간들이 서로 먹을 것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먹는 것보다도 더 시급한 것이 있다. 마시는 일이다. 물만 있으면 먹지 않고도 한 달은 살지만 마시지 않고는 사흘을 버티기 어렵다. 마시는 일은 그만큼 생존에 필수적이다.
인간이 발명한 6 가지 음료를 통해 인류 역사를 조명해 본 책이 있다. ‘6 잔으로 본 세계사’(A History of the World in 6 Glasses)가 그것이다. ‘빅토리언 인터넷’, ‘터크’ 등으로 이미 이름을 날린 탐 스탠디지가 쓴 이 책은 맥주와 포도주, 증류주, 커피, 티, 코카콜라 등 6가지 음료를 통해 세계사가 마시는 것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이 중 제일 먼저 발명된 것은 맥주다. 지금부터 약 1만 년 전 중동 지방에서 만들어진 맥주는 5,000년 전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들어서면서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당시 맥주는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었다. 노동자들의 급료는 곡물이나 맥주로 지급됐다.
맥주가 중동을 대표하는 음료라면 포도주는 지중해 연안을 상징하는 술이었다. 포도 재배에 적합한 기후로 인해 지중해 일대에는 거의 전 지역에서 포도주가 생산됐는데 특히 그리스인들이 즐겨 마셨다. 지금은 학술회의를 뜻하는 ‘심포지엄’은 원래 그리스말로 ‘함께 마신다’는 뜻이다. 그리스인들은 한데 모여 포도주를 들며 고담준론을 나눴다. 이들이 남긴 문화유산인 문학과 철학 등은 모두 포도주 향기 속에서 이뤄진 것이다.
15세기 들어 ‘발견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지루한 원양 항해를 떠난 선원들은 무엇보다 술을 그리워했다. 그러나 포도주와 맥주는 이들의 음료로 부적합했다. 좁은 배 안에 부피가 많이 나가는 이 물건을 싣는 것도 문제였지만 오랜 항해 기간 동안 맛이 변하기 일쑤였다. 그 대책으로 자온 것이 증류주(spirits)였다. 맥주나 포도주를 증류해 알콜 강도를 높인 이 술은 장거리 항해에 안성맞춤이었다. 맛은 변하지 않으면서 부피는 적어 운반이 쉬웠기 때문이다. 이 증류 기법을 처음 개발한 것은 역설적으로 술을 율법으로 금하고 있는 아랍 회교도들이었다. 어쨌든 브랜디, 럼, 위스키 같은 증류주들은 선원들의 벗은 물론 상품과 노예를 사고파는 화폐로서의 구실도 하게 된다.
이 시대에 인기를 끈 새 음료의 하나는 커피였다. 아라비아가 원산지인 이 음료는 유럽인들의 미각을 자극했고 곳곳에 커피 하우스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커피 하우스는 안락한 분위기에서 상거래나 학문적 토론을 할 장소를 필요로 하던 상인과 지식인들의 성원 속에 급속히 퍼졌다. 학회와 신문, 금융 기관이 생겨난 곳도 여기다. 커피만큼 근대 유럽 문화 형성에 기여한 음료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피의 유일한 도전자는 엽차였다. 중국에서 수입된 이 차는 특히 영국에서 대인기를 끌어 영국인의 국민 음료가 됐다. 엽차의 공급을 확보하는 것은 영국 무역 정책의 근간이 됐고 이를 둘러싼 마찰은 급기야 미국 혁명의 도화선이 된 ‘보스턴 티파티’ 같은 사건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인공 첨가물이 가미된 탄산음료가 발명된 것은 18세기 유럽이지만 이것이 일반에 널리 보급된 것은 100년 후 미국에서 코카콜라가 나오면서부터다. 원래 애틀란타 약제사에 의해 의약 보조품으로 만들어진 콜라는 미국인의 국민 음료를 넘어 이제는 가장 널리 알려진 상표이자 세계인의 음료가 됐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이들 6가지 음료가 어떻게 서로 어울리며 세계사를 변화시켰는가를 흥미롭게 적고 있다. 이 책을 읽은 후에는 날마다 마시는 이 음료수들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탐 스탠디지 작
워커 출판사 / 3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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