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새로 이민 온 학생들을 위해서 맡았던 특별 프로그램 중 성교육이 들어 있었다.
성교육이라는 큰 제목하에 다시 미성년자와의 성관계, 성폭행, 임신, 성병, 성희롱, 동성애와 같은 구체적인 사안이 들어 있었고 이 사안들을 한정된 시간 내에 토론하고,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성교육이라는 것이 워낙 민감한 토픽을 다루는 것이고, 문화적인 또는 종교적인 이유로 학교에서 성교육을 하는 것을 반대하는 부모도 있기 때문에 1주일 전에 미리 부모의 동의서를 나누어 주고 부모의 사인을 받은 학생들만 이 시간에 참석하게 하였다.
프로그램이 진행된 6주동안 내가 카운슬링을 한 학생들은 곧 성년이 되는 16세 이상의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미 성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아직은 성경험이 없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는 추측 하에 강의와 토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학생들에게 나는 우선 미국에서는 18세 이하의 미성년과 성관계를 맺는 것이 범법행위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요즈음에는 인터넷을 통해 이성을 만나서 성관계에 까지 이르는 사태가 자주 벌어지는데 상대방이 18세 미만일 경우 감옥에 갈 수 있는 범법행위라는 것을 분명히 하였다.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는 성적 코멘트, 신체적 접촉과 같은 성희롱이나 강간과 같은 성범죄는 중벌을 받을 수 있는 범법행위로서 퇴학이나 감옥형, 심한 경우에는 강제추방을 당할 수 있다는 점도 주지시켰다.
다음에는 법적 문제를 떠나서, 무책임한 성관계의 결과가 얼마나 인생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토론의 초점을 맞추었다. 누구나 학교 캠퍼스에서 임신한 여학생을 보았고 10대에 벌써 엄마 또는 아빠가 된 학생들을 직접·간접적으로 알고 있었다.
10대 미혼모/부 문제는 특히 조심해서 다루어야 하는 문제이다. 무조건 ‘어린’나이에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이 나쁘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10대 결혼이 사회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나라에서 온 학생들도 있고, 또는 두 사람이 사랑해서 아이를 가진 것이 왜 나쁘냐는 항의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책임한 성관계의 또 다른 결과인 성병위험에 관한 토론은 비교적 쉽게 진행되었다. 성병 중에서 특히 에이즈의 치명적 위험이 널리 홍보된 덕이었다. 원치 않는 임신이나 성병에 옮지 않기 위해서는 순결을 지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적어도 콘돔을 사용하는 책임감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여러 사람 앞에서 묻기 어려운 질문이 있으면, 써서 내라고 카드를 나누어 주었다. 많은 질문이 나왔지만 그 중에서도 쉽게 대답해 줄 수 없는 질문이 여러 개 있었다.
“선생님은 강의를 시작하면서 성적 욕구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라고 하셨습니다. 또 될 수 있으면 결혼 전까지는 순결을 지키는 것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교육을 마치고 경제적으로 안정될 때쯤인 30세 넘어서 결혼하려고 하는데 그때까지 순결을 지켜야 하나요?”
“저는 18세가 넘은 여학생입니다. 어떤 남자애를 좋아하고 성관계를 맺으려고 하는데, 그 애가 성병이 있는지 알 방법이 있을까요?”
“어떤 여자애가 자기 몸의 일부를 살짝 보여주면서 같이 자자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성에 관련된 사실(facts)은 가르쳐줄 수 있지만, 가치(values)만은 각 가정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성교 육 시간을 마친 후 내린 결론이었다.
김 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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