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란 누구인가?
남성이 보는 여성은?
21개국 119명 작품 400여점
억압과 해방, 냉소와 자학 등
여성의 삶 강렬하게 담아내
김상의 박사가 진행해 온 ‘추상화의 담 허물기’ 강좌를 마치면서 수강생들이 다함께 뮤지엄으로 필드트립을 다녀왔다.
다운타운의 현대미술관 ‘모카 게픈’(Geffen Contemporary at MOCA)에서 열리고 있는 ‘왝!’(WACK! Art and the Feminist Revolution) 전시회를 단체 관람하면서 마지막으로 ‘페미니즘’ 즉 여성주의 미술에 관해 공부했다. 수강생 대다수가 여성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아주 좋은 종강파티였던 셈이다.
< ‘왝! 예술과 여성주의 혁명’ 전시회 포스터>
왝은 ‘멍청이’라는 뜻도 있지만 여성예술연합(Woman Arts Coalition)의 약자를 사용한 명칭이라고 보는 것이 좋겠다. 이 전시는 지금은 뉴욕 MOMA 큐레이터로 옮겨간 카니 버틀러가 8년 동안 기획한 대형 프로젝트로 처음에는 미국의 페미니스트 여류 화가들의 작품만 전시하려 했으나 범위를 넓히면서 여성주의에 관계된 작업을 한 남성 작가들, 여성주의에 동의하지 않지만 여성주의에 영향을 미친 작가들,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작가들 등 모두 포함하여 쇼를 만들었더니 총 21개국 119명 예술가들의 작품을 망라하게 되었다.
여성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1965년부터 1980년 사이에 작업한 회화, 조각, 사진, 영화, 비디오, 행위예술 등이 모두 전시돼 있어서 여성과 예술뿐 아니라 역사와 문화, 정치적 사회적 유산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뜻 깊은 전시회다. 400여점이나 되는 작품들을 눈길 한번이라도 주면서 전부 둘러보려면 적어도 서너 시간은 필요한 것 같다. 그러나 언제나 빠듯한 것이 시간이어서 한시간 반 어물쩍 구경하는 척만 했는데도 강렬한 인상이 가슴을 훑는다.
여성의 몸에 관한 작품이 많았다. 여류 화가들은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찍고, 변형하고, 상자 속에 구겨 넣으며 여성이란 누구인가, 남성이 보는 여성은 누구인가, 여자로 산다는 것을 드러내려 애쓰고 있다. 자신이 다이어트 하는 몸의 변화를 37일간 매일 나체로 사진 찍어 기록한 150장의 연작도 있고, 여자가 화장하는 90가지 동작을 찍은 작품 같은 것들을 통해 외모로 먼저 평가되는 여자들의 현실을 냉소적으로 때론 자학적으로 보여준다.
반대로 문신, 근육, 모터사이클, 부츠, 체인 등 남성의 마초를 최대한 부각시킴으로써 오히려 여성주의를 표현한 작품들도 있고, 그물과 천과 끈을 사용해 꽁꽁 묶고 겹겹이 씌우고 수없이 매듭짓는 작업들을 통해 억압과 매임 속에 살아온 여성의 역사를 증거하고 있다. 특히 남근과 자궁을 상징하는 작업이 많은 것은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고 결합하는 본능, 성과 섹스에 관한 분노와 분출, 해방과 예찬의 표현일 것이다.
여성주의 퍼포먼스를 상영하는 비디오 작품들도 여럿 있었는데 그 중에는 북가주의 시인이자 설치미술가, 행위예술가, 비디오 아티스트, 영화감독으로 천재적인 삶을 살았던 고 차학경의 비디오 작품도 있다. 또한 젊은 시절의 요코 오노가 무대 위에서 관객들의 손을 통해 옷을 자르는 퍼포먼스도 볼 수 있었다.
재미있고 기발하고 특별한 작품들도 많지만 조금 유치하게 여겨지는 것들도 적지 않았다. 당시로서는 대단한 파격이었겠지만 아트의 범위가 무한대로 팽창된 지금의 눈으로 보면 은유와 상징이 너무 뻔해 예술성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왝’ 전시는 7월16일까지 계속된다. 입장료는 성인 8달러, 노인과 학생 5달러, 12세 이하는 무료다. 화·수요일 휴관. 모카 게픈의 주소는 152 North Central Ave. LA, CA 90013 www.moca.org
<막달레나 아바카노비츠의 ‘아바칸 레드’(Abakan Red 1969)>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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