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때보다 정도 심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참평포럼 발언 논란] 헌법학자·법조계가 본 문제점
공무원 중립·선거운동 금지 위반…’그놈의 헌법’ 발언도 도마에 올라
노무현 대통령이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 특강에서 한 발언은 2004년 선거법 위반을 이유로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당시의 그것보다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다. 정치권은 물론 헌법학자들과 법조계 인사들도 “대통령의 발언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고 입을 모았다.
2004년 탄핵 당시 문제가 됐던 발언은 “총선에서 개헌 저지선까지 무너지면 어떤 일이 생길지 정말 말할 수 없다”, “국민이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였다. 그 해 2월18일과 24일, 각각 경인지역 언론사 합동기자회견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특별회견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4ㆍ15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이 발언들은 즉각 선거법 위반 논란을 낳았고 중앙선관위는 며칠 후 “노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법상 공무원의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같은 해 5월 탄핵 사건을 심판하면서 “대통령도 선거법상 중립 의무가 있는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판단, 선관위의 결론을 재확인했다.
다만 헌재는 “대통령이 특정 후보의 당선이나 낙선을 의도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선거법상 공무원의 중립 의무 외에 ‘공무원의 선거운동 금지’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명시했다. 여기에는 ‘대통령도 당원인 만큼 정당 지지를 표명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노 대통령은 2일 특강에서 “한나라당이 정권 잡으면 어떤 일이 생길지 끔찍하다”,“제 정신을 가진 사람”, “독재자의 딸” 등의 표현을 써가며 한나라당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대상이었다. ‘특정 당과 후보의 낙선을 의도했다’고 보기 충분하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하창우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당적을 이탈한 대통령이 대선 국면에서 특정 후보들과 정당을 비판한 것은 선거법상 공무원의 중립 의무를 넘어 공무원의 선거운동 금지까지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헌법학 교수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듯한 대통령의 언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4년 탄핵을 주도했던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북한 핵 문제 등 국정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도 대통령이 4시간씩이나 지지자들 모임에 참석, 대선 주자들을 비판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그놈의 헌법’이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윤명선 경희대 명예교수(헌법학)는 “국가 원수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이라며 “대통령의 권력은 헌법에 따라 국민으로부터 나오는데 대통령이 헌법을 무시하는 것은 주권자를 모독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재는 노 대통령이 2004년 탄핵 사건 때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의 견해에 납득할 수 없다”고 하자 “법치국가의 정신에 반하는 것으로,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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