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날짜가 가면서, 참 세월이 빨리 간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니 언제 날짜가 그냥 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인데 따지고 보면 오늘은 어제와는 또 다른 날이 아닌가! 결코 어제가 오늘이 될 수 없듯이, 내일은 또 오늘이 될 수 없기에…. 모처럼 여유가 생겨서 그냥 소파에 푸욱 기대고 앉아서 나 자신에 대해서만 생각을 해 본다. 아니 이제 다시 나로 돌아와 본다. 마치 이 지구상에서 나 홀로 한 사람만 있는 것처럼… 이제껏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는 내 삶의 크고 작은 요소들을 결정하는 일에 충실하지 못했다. 항상 누군가 결정하는 일에 있어서 주변인 밖에 되지 못했으면서도 그래도 결과를 위한 과정 속에서 언제나 안간힘을 쓰고, 그렇지만 결국엔 내 결정이 아니었기에 허망한 마음이 항상 내 마음 한 켠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에게 공정하게 대하지 못하는 사람은 대부분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라기보다는 내 자신도 잘 모르는 나의 어떤 부분의 결핍된 요인들이 그런 반응을 보였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무조건적인 희생이나 양보심이 모든 것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 서서히 깨달음으로써, 나는 다시 나이기를 되짚어 본다. 나 스스로가 똑바른 모습으로 서 있을 때 상대방에게도 따스한 손길을 내줄 수 있음을 알기에 어느 정도 정당한 이기적인 이유가 있어야 함을 내 자신에게 스스로 각인시켜 본다.
모든 일의 시작도, 끝도 나 자신이었음을, 그걸 아는 데까지 너무 오래, 너무 자주, 그리고 긴 방황과 고단함 속에서 서성거렸었다. 인생은 한 편의 영화도, 몇 십부작의 드라마도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비디오처럼 빨리 감지도, 그렇다고 되감을 수도 없기 때문에, 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나의 오늘을 고쳐놓지 못한다.
그러나 오늘이 있기에 내일이 있고, 내일을 위하여, 나한테는 적어도 내일을 위한 기회나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내일은 적어도 오늘과는 다른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설레임, 또는 무언가를 결정하기에 앞서서 많은 성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그래서 최종적으로 현명하게 행동할 수 있는 용기 말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따뜻한 커피 한 잔에서 난 내 자유로운 얼굴과 생각을 훔쳐보며 희미하게 웃고 있다. 분명 어제와는 다른 날이고, 내일은 오늘과는 또 다를 터이니까... 지금 이 시간만이 나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순간이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니까…
나에게 있어서 지금 인생이 어디가 시작점이고 어디가 끝점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아니 어쩌면 낭떠러지 끝자락에 붙어있는 그런 아슬아슬한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없이 중요한 사실은 내가 지금 살아 있고, 살아 있다는 그런 사실조차 나에게는 벅찬 행복이며 기쁨인 것을... 매 순간순간 호흡하며, 느끼고, 보고, 듣고, 생각할 수 있는 이런 시간과 공간들을 난 원 없이 소중하며 사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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