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수강, 데이케어, 캠프비용...
지갑은 얇은데 쓸 곳은 많아
방학을 맞는 학부모들의 허리가 휘청대고 있다. SAT 학원부터 예체능 과외, 아이들의 베이비시터 값까지 평소 교육비의 곱절은 들기 때문이다.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는 박모(47)씨는 최근 11학년과 10학년 연년생 형제의 SAT 여름 특별 프로그램 수강을 위해 4,400달러를 지불했다. 한 명만 학원에 보낼 수도 없고 해서 일단은 ‘카드’로 막았다. 라카냐다의 이모(42)씨는 매일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바이얼린을 전공하는 딸을 위해 5,500달러 상당의 유럽 뮤직캠프 비용을 역시 카드로 지불했는데 용돈으로 500달러 정도는 쥐어 보내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직장인 최모(35)씨는 최근 ‘역 기러기 아빠’가 됐다. 방학을 앞두고 2학년과 킨더가튼에 다니는 두 남매와 아내가 한국에 놀러 가겠다며 졸라대는 바람에 비행기 표를 끊어줬다. 한국어와 피아노, 미술 등 과외공부도 많이 하고 오라며 작별인사를 했지만 당장 다음 달부터 막아야 할 크레딧 카드 비용 때문에 야근 근무라도 늘려야 할 판이다.
본격적인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한인 학부모들은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자녀들의 여름철 사교육비가 경제적·정신적 부담으로 다가오면서 한인 학부모들에게서 “여름이 두렵다”는 말이 쉽게 들린다.
10~11학년 자녀를 둔 부모들의 경우 SAT 특강 수강을 위해 2,000~25,000달러 정도의 수강료를 지불하는 것은 기본이다. 어떤 곳은 여름방학 8주 코스로 4,500달러를 내는 학원도 있다. 주거지나 교육 환경이 뛰어난 LA 외곽지역에는 부모들 사이에 개인 교습이나 학원 수강 경쟁이 붙어 자녀 2명을 기준으로 월 1,000~2,000달러 정도는 사교육비로 지출해야 할 정도다.
13세 미만의 자녀들을 둔 맞벌이 가정은 애프터스쿨 비용이 데이케어로 바뀌면서 자녀 한 명당 200~300달러가량 더 지출해야 한다. 아침부터 부모가 퇴근하는 저녁시간까지 맡아볼 학원들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족여행이라도 가보려면 부담이 더욱 커진다. 4인 가족 기준으로 한국 방문을 계획하면 1만달러는 족히 든다. 관광회사 프로그램으로도 5,500달러에 용돈, 친지 선물 값 등을 포함하면 허리가 휠 정도다.
8학년과 5학년 형제를 둔 학부모 김모(48)씨는 “영어, 피아노, 검도 등으로 학기 중에도 월 700여 달러를 지출하고 있었는데 방학 때는 여름캠프나 보강수업 등으로 1,000달러가량 비용이 늘어날 전망”이라며 “가계지출의 30%가 사교육비인데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여름방학은 신학기를 앞둔 학습준비 기간으로도 활용해야겠지만 지나치게 학업에 치중하기보다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여러 분야의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며 이 역시 큰돈을 들이기보다는 자기 주변에서부터 새로운 것을 찾아 시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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