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으로 돌아가자

중국의 만리장성을 통과하거나 사람들이 자유롭게 공중을 나르는 데이빗 코퍼필드의 환상적인 마술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보통 그를 일루젼니스트 (Illusionist)로 소개하는데 무대연출이 시각적인 착각을 이용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골프와 투자의 세계에서도 이같은 시각적인 오류를 발생하는 요소가 많아 우리에게 많은 도전을 안겨준다.

몸을 낮추라

수준높은 코스에서 라운딩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그린을 읽는 작업이다. TV에서 투어선수들이 캐디와 장시간 의논하고도 그린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장면을 자주 접한다. 그린을 읽을 때 잔디의 종류와 성장방향, 지형, 물이 흐르는 방향 등 여러가지 들을 고려해야 하지만 최대의 난적은 시각적 착란현상이다. 도널드 로스와 같은 골프코스 설계자들은 시각적으로 착각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을 많이 배치한다. 예를 들면 이쪽에서 보아도 내리막, 반대쪽에서 보아도 내리막으로 보이는 경우인데 이 현상의 주범은 빛의 굴절현상이다. 따라서 잔디를 짧게 깍으면 그린이 빨라지고 빛의 굴절현상도 높아져 퍼팅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다루는 방법은 몸을 낮은 곳에 두는 것이다. 낮은 곳에서 몸을 낮추어 그린을 관측하면 지형이나 경사를 보다 정확하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법은 그린에서 멀리 떨어져서 지형을 읽는 것인데 그린을 읽는 작업은 어프로치 샷후 그린으로 향할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 몸을 낮추는 겸손의 기본에 충실할 때 착란현상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

분산의 기본에 충실하라

최근 증권시장은 서브프라임과 신용경색의 사태를 놓고 널뛰기장을 계속하면서 그 세력이 확장되고 있다. 물론 융자시장의 환경이 악화되면 그 영향도 커지겠지만 증시의 장기적인 상승추세는 유지될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증시의 행보를 들여다 보면 자산별 로테이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그동안 초강세였던 유틸리티가 지난 2분기 강한 증시에도 불구하고 1.1%나 떨어졌다.
증시가 오를 때는 강세장이 계속될 듯하고 내릴 때는 약세장이 끝없이 지속될 것처럼 보인다. 이런 시각적인 착란현상은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팔아 이득을 실현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무산시키는 가장 큰 적이다.
즉 일반 투자가들은 주가가 오르면 매입하고 주가가 떨어지면 매각하는 패턴을 보이는데 인정받는 전문투자가들은 자산을 정반대로 운영한다. 기관투자가들은 특정 주식들을 장기간 보유하더라도 주가가 오르면 보유량을 줄이고 내리면 늘리는 패턴을 보인다.
이같은 증시의 착란현상을 대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골프처럼 낮은 곳 즉 투자의 기본정석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먼저 투자타겟을 재확립하고 지금의 투자전략이 앞으로의 시장변화에 적절한지 검토하기 바란다.
위험과 수익의 관계를 설명하는 Efficient Frontier를 중심으로 자산배분분석에 충실하면서 분산된 투자 포트폴리오 준비하는 것은 기본이다. 자산별 분산은 물론 산업분야의 분산과 세계화추세에 따른 인터내셔널 주식이나 펀드의 비중을 확대시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환기에 접어든 미국경제를 고려할 때 앞으로 자산배분과 분산투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투자의 위험성을 적절하게 컨트롤하면서 새로운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처하는 지혜와 기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213)347-6058

변재성 <한미은행 투자자문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