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뉴스가 풍부해졌다. 탈레반의 납치인질 석방, 평양 정상회담 그리고 이명박-박근혜의 결전 등 세 가지 뉴스 모두 헤비급이다.
탈레반이 여성 인질 2명은 석방했지만 그건 예고편이다. 본편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탈레반 포로와 맞교환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남성 인질 5명이 어떻게 될까.
그 문제도 그 문제지만 인질들이 풀려난 후 교회와 기독교계에 쏟아질 비난도 보통 후유증이 아닐 것이다. 이라크에서 인질로 붙잡혔던 일본인들이 국민들의 비난에 “인질로 있을 때보다 풀려난 후가 더 고통스럽다”고 말한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평양회담? 임기가 몇 달밖에 남지 않은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한다는 것이 어째 이해가 안 된다.
더구나 간첩 업무를 총괄하는 국가정보원장이 북한을 드나들며 회담을 성사시켰다? 이것도 이상한 이야기다. 정상회담에서 경협 외에 무슨 이야기가 나올까. 남한의 선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발표? 경호문제 때문에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대폭적인 경제 지원? 그건 물러가는 대통령이 연수표를 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경우 적지 않은 후유증을 불러올 것이다.
세 가지 뉴스 중 이 시간 현재 최대 관심사는 역시 이명박이냐 박근혜냐의 한나라당 선거다. 앞으로 나흘밖에 남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이명박이 박근혜를 6퍼센트 정도 리드하고 있는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어 이 후보 승리를 점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가 예상을 뒤집고 승리하는 기적(?)이 일어난 적이 있는 정치풍토라 돌발변수가 항상 숨어 있는 것이 한국적인 정치 토질이다.
이명박이나 박근혜씨가 후보로 선출된 이후도 문제다. 격전을 벌인 두 사람이 마음을 비우고 사심 없는 지원을 약속해야 그동안 끌고 온 열기가 계속될 텐데 이 드러매틱한 장면을 과연 연출해 낼 수 있을까가 의문이다. 이명박이 승리할 경우는 박근혜가 억지로라도 그 연기를 보이겠지만 박근혜가 이길 경우 그 드라마를 이명박이 과연 펼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같은 소금이라도 미역에 뿌리면 더 싱싱해지지만 배추에 뿌리면 시들시들해져 버린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소금과 미역 관계로 가느냐, 소금과 배추관계로 가느냐가 한국 대선의 결정요소다.
다시 열린우리당처럼 되어버린 여당쪽 대통령 후보들은 아무리 쳐다봐도 신통치가 않다.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유시민? 모두 인기면에서 함량 부족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여론이다. 이들이 야당후보를 누르고 당선된다는 것은 거의 도박에 가깝다. 여당에 마땅한 사람이 없다. 한국 대통령 선거전의 기현상이다.
그러나 도박에는 행운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내가 잘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이상한 카드를 잡으면 행운이 나에게 오는 법칙이다. 블랙잭을 해본 사람은 이해가 갈 것이다.
나의 끗발이 최악의 16이라도 딜러가 22 이상의 숫자를 잡으면 내가 이기게 되는 것이다. 딜러 버스트다. 이명박과 박근혜의 지나친 열전이 딜러 버스트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한나라당 선거의 숙제다.
이 철 /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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