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후보가 피나게 싸우다가 패배한 사람이 마지막에 극적인 승복을 선언하는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 것이 원래 한나라당의 희망 각본이다. 그래야 한나라당 후보가 국민적 관심의 중심에 계속 서면서 선거 분위기를 리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씨가 이같은 각본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해 수퍼스타가 되었다. 지금 한나라당 인기는 여당을 5:1로 앞지르고 있고 이명박 대세론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올림픽 출전선수 선출 경기와 올림픽 경기는 다른 법이다. 경선은 한나라당 당내 행사였지만 본선은 전 국민을 상대로 후보의 도덕성을 검증받는 과정이다. 무엇보다 보복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집권세력이 호락호락 정권을 내줄 리 없다.
대세론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는 ‘이회창 대세론’이 두 번이나 실패한 사실이 말해주고 있다. 사실 이회창과 노무현은 처음엔 비교도 안 되는 헤비급과 밴텀급의 대전이었다. 그런데도 ‘김대업 효과’와 같은 흑색선전에 이회창씨가 견디지 못한 것이다.
이명박 지지 세력에는 젊은층이 많다. 서울 몰표가 이를 말해 준다.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취직 못하는 젊은이들의 절망감은 지금 폭발 직전이다. 이들의 관심은 정의가 아니라 경제 살리기다. 그래서 이명박에게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젊은층 표의 특징은 바람에 쉽게 흔들린다는 사실이다. 만약 도곡동 땅의 차명소유 의혹을 이명박씨가 알렉산더처럼 쾌도난마로 얽힌 타래를 자르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경우 여당의 흑색선전이 꼬리를 물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장악하고 있는 TV가 효과를 극대화시키면 지지층이 흔들려 당내에서 후보 교체의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지금 여당의 인기는 바닥을 맴돌고 있고 이명박 인기를 꺾을 만한 후보가 없기 때문에 여당의 이번 대선 전략은 정책이 아니라 ‘이명박 죽이기’로 집약될 것이다. 민주신당의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듯 한나라당 당내 검증은 엉터리였다”며 이 후보의 도덕성을 철저히 검증하면서 당당히 경쟁하겠다고 선언한 데서도 짐작이 간다.
이명박씨는 후보로 선출된 후 “앞으로 검증과정에서 문제될 게 하나도 없습니다. 자신 있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지만 검찰이 “이 후보 맏형인 이상은씨의 도곡동 땅 지분은 본인 소유가 아닌 제3자의 차명재산”이라는 결론을 내놓았기 때문에 “그렇다면 실제 소유주가 누구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는 노무현 정권의 심판과 이명박 후보의 검증으로 선거전의 초점이 맞추어질 것이다. 그러나 야당의 노무현 정권 비판은 김빠진 맥주다. 유권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최대의 논쟁 초점은 이명박 검증이다. 여당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이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이인제도 없고 김대업도 없다. 따라서 이명박씨가 자신의 재산을 둘러싼 의혹만 시원하게 해명한다면 쉽게 승리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사상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전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한국 선거는 지금까지 무엇이 진실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이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느냐가 승패를 좌우해 왔다. 이것이 이명박 대세론의 함정이다.
이 철 / 고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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