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인질석방 후 한국 기독교계에서 자성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개신교의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 목사 100여명은 4일 기도회와 함께 성명서를 발표,“(이번 사태에서 기독교에 보인) 국민의 차가운 반응은 한국 교회의 자기반성이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한가를 처절하게 일깨워줬다”고 반성했다.
교단 전 총회장이며 원로목사인 김형태 목사는 “오늘날 목사의 지도력은 교회의 성장과 비대화에 열중하는 경쟁 속에 직업화되고 사유화되고 세속화되어 장로교 제도 교단의 한 최고 경영자로 타락하고 있다”며 목사들의 회개를 촉구했다. 성명서는 또한 “한국 교회는 이번 기회에 자기들만의 자족하는 모임이 아니라 예수님처럼 이웃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모임으로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놀라운 일이다. 사실 샘물교회의 P담임목사가 설교에서 “(하나님이) 젊은 청년들을 하나님의 나라 건설을 위해 아프간으로 부른 것이며 두 사람이 피를 뿌리게 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우리가 한국 교회의 중심에 서 있다”고 한 발언은 비기독교인뿐만 아니라 기독교인들에게조차 불쾌감을 자아냈었다.
신앙인의 가장 중요한 자세는 겸손이다. 겸손이 결여된 신앙은 독선과 광신으로 연결되기 쉽다.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종교를 걱정한다면 그것은 뭔가 잘못된 것이다. 샘물교회 목사는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2명의 청년이 피를 뿌린 것이라 했지만 기독교인 중에는 오히려 탈레반 인질사건을 한국 기독교의 반성을 촉구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수교장로회가 “물량적 성장주의가 전투적 선교활동을 낳았다”며 교회의 반성을 촉구한 것은 뼈를 깎는 자기 성찰의 자세다.
샘물교회 봉사단이 탈레반 무장 세력에 납치된 순간부터 이 사건은 샘물교회의 선교사업 한계를 넘어 국가 공동체 전체의 문제가 됐다. 온 국민이 인질석방 뉴스에 밤잠을 설치며 걱정할 정도였다. 기고만장한 탈레반에 머리를 숙여 나라의 체면이 엉망이 되었고 국제사회의 신뢰가 추락하는 불명예를 감수해야 했다. 무엇보다 크게 잃은 것은 대한민국이 원칙 없는 나라로 이미지가 박혀져 버린 것이다.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샘물교회 목사나 일부 신자들의 언행에 문제가 많았다. 담임목사는 “우리 교인들이 인질로 억류된 것이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을 높이고 영광이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고 말하는가 하면 어떤 인질의 어머니가 모임에서 “하나님께서 이 일을 어떻게 진행시켜 나갈지 기대가 큽니다. 마음속에서 신나고 재미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간증한 것은 광신적인 냄새가 물씬한 신앙이다.
이번 예수교장로회 원로목사들이 공동으로 작성한 참회 기도문에서 “우리는 다종족, 다민족, 그리고 다종교의 인류 공동체 안에서 그것들의 다양성과 타당성을 인정하는데 인색했다”고 지적한 것은 용기 있는 자세요 신앙인의 참다운 겸손이다. 탈레반 인질사건은 한국 기독교계의 반성을 촉구하는 계시를 담고 있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원로목사들이 이 계시를 마침내 찾아냈다고 본다.
이 철 / 고 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