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 벽면과 북쪽 벽면에 큰 창문이 나있어 밝고 환한 분위기를 주는 나의 침실은 동네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이층에 자리 잡은 방이다. 새벽잠을 즐기는 나는 깊은 수면에서 새 소리와 옆집 개 짖는 소리에 단잠에서 깨어나곤 한다. 눈을 뜨는 순간 아! 오늘도 생명의 축복을 해주셨구나 하는 감사함이 마음속에서 파도처럼 출렁거린다.
산다는 것은 생명의 연장이다. 돈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는 오늘의 세상이지만 할 수 없는 단 한 가지는 인간의 목숨, 그 생명을 인간이 원하는 대로 연장시키지는 못하는 일이다. 오로지 전능자만이 그 생명의 주도권을 갖고 계시기에 하늘을 향해 생명의 축복을 주신 은혜에 감사하는 감사의 기도를 매일 눈을 뜨는 순간 드리게 된다.
발랄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잠자리를 정리하고 아래층 부엌으로 내려와 물 한 컵을 마신다. 커피포트에 플러그를 꽂고 대문 앞에 놓여진 조간신문을 집안으로 들여놓고는 우선 신문의 큰 타이틀을 한번 훑어본 후, 환기를 위해 아래 위층의 모든 창문을 열고 창밖을 내다보며 한 움큼 신선한 공기를 가슴깊이 들여 마신다. 싱그럽고 상쾌한 산소 같은 아침 공기, 그것은 오늘을 살게 하는 시작의 힘이 된다. 밝아오는 하늘아래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인다.
하늘 높이 치솟는 팜트리들, 그 속을 누비고 달리는 새벽차들, 건너집의 불빛들이 신선하면서도 평화롭기만 하다. 어제도 그제도 그리고 오래 전부터 그렇게 있던 하늘도 나무들도 집들도 그리고 사람들조차 모두 이 아침에 다시 발견한 것처럼 감흥을 새롭게 한다.
가족들의 시중을 들며 종종걸음으로 집안 이리저리를 돌아치던 현역 주부의 아침은 가족들이 내게서 떠났을 때 함께 내게서 떠나가 버렸고 지금은 아침 창문 앞에서 바쁘게 떠나지 않아도 되는 한가로움으로 아픔과 아름다운 사색을 즐겨도 되는 안식의 단계에 이르러 있다. 생활하던 사람에서 생각하는 사람으로 변하여 혼자의 시간이 편해진 생활로 바뀐 것이다.
살기를 원하는 생명체는 스스로 활동하기를 원한다. 물은 썩지 않기 위해 흘러가고 바다는 살기 위해 항상 파도친다고 한다. 나 역시 내가 살기 위한 방법의 시간으로 선택한 것이 모닝커피를 즐겨 마시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단순히 차만 마시는 시간이 아니고 내 아버지와 교통하는 대화의 시간이고, 하루를 활동해야 하는 일의 스케줄을 짜는 내 삶의 운영과 관리의 소중한 시간이다. 또한 새 힘을 받아 영혼이 건강해지는 충만한 은총의 시간이다.
세상을 사는 동안 생명이 있는 한 사람은 활동하며 살아야 한다. 움직이지 못하는 돌이나 바위는 모두 기후에 퇴색하지 않는가? 사람도 활동하지 않으면 모든 기능이 정지되고 퇴화하고 만다. 그러나 언제나 움직이고 활동하고 있는 한 퇴화하지 않는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살기 위해 스스로 활동해야 한다는 정신 때문에 죽는 날까지 활동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내 생활의 신조이다. 내 활동이 멎으면 그 날이 바로 나의 생이 끝나는 날 일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믿고 싶어진다. 사람이 가장 행복할 때는 활동하고 있을 때다. 활동하고 싶지만 활동할 수 없게 되면 그것은 불행이다.
이제는 금전적인 대가를 위해 활동하는 것이 아니고 정신적인 즐거움을 위해 일하고 싶다. 활발하게 일하는 즐거움, 넓은 마음과 공정한 태도를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는 객관적인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소망의 은빛 날개를 펼치기 위해 매일 아침 나만의 조용한 커피타임을 가지며 떠오른 태양을 눈부시게 올려다보며 하루를 기쁨으로 출발한다.
김영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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