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환 행장은 한인은행들이 비용절감과 인력수급,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천규 기자>
“체질개선 통한 경쟁력 강화로 불황 타개”
유재환 중앙은행장은 한인은행들이 부동산 시장 부진과 연방 기금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체질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 이상 무분별한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 유 행장은 “한인은행들이 소모적인 경쟁에서 벗어나 경비절감, 공동 마케팅 등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적극적으로 협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중앙은행장으로 부임한 후 감독국 제재(MOU)를 풀고 애틀랜타 제일은행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는 유 행장을 만나 중앙은행의 향후 진로와 한인은행들의 현안과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유 행장과의 일문일답.
한인은행들, 소모적 경쟁자제·공동마케팅 필수
애틀랜타 제일은행 인수계기 동부지역 적극 공략
-애틀랜타 제일은행 인수를 통해 오랜 숙원이었던 미 동부지역 진출에 성공했는데 이번 인수의 의미는.
▲이번 제일은행 인수는 중앙은행의 미 전국 지점망 확보라는 중장기적인 목표의 핵심 과제였다. 시기적으로 뉴욕과 뉴저지 진출이 당장은 무리라는 판단에 애틀랜타를 통한 미 동부 지역의 우회적 진출이라고 할 수 있다. 애틀랜타는 미 동남부 지역의 가장 큰 도시이고 미국에서 한인사회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지역이어서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제일은행은 애틀랜타 한인들이 처음으로 설립한 순수 한인은행으로 현지 한인은행 중 역사도 가장 길고 규모도 제일 크다. 한인들의 제일은행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심이 강해 은행 이름도 바꾸지 않고 제일은행 이름을 유지하는 것이다. 남가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한인 커뮤니티가 있는 뉴욕과 뉴저지 진출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제일은행 인수를 위해 협상 전권을 위임해주고 믿어준 이사회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한미은행장 재임당시에도 퍼시픽 유니온 뱅크(PUB)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는데 한인은행간의 인수합병(M&A)에 대한 견해는.
▲한인은행간 인수합병 규모로는 한미은행의 PUB 인수가 가장 컸고 이번 중앙은행의 제일은행 인수가 두번째 규모이다. 한인커뮤니티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15개 한인은행이 모두 살아남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경제적, 시장적 측면에서 본다면 인수합병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본다. 인수합병을 통한 경비절약 효과는 엄청나 당장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은행도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시기가 왔다. 4개 한인상장 은행의 자산을 모두 합쳐야 자산이 12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계 이스트웨스트 뱅크 하나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본격적인 전국 경영시대에 향후 중앙은행의 경영 계획은.
▲몸통을 불리면서 동시에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앞으로 한인 커뮤니티가 기반을 닦은 지역에 지속적으로 지점망을 확충할 계획이다. 오는 11월 시애틀에 2번째 지점을 오픈하며 12월에는 다이아몬드바, 내년 1월에는 8가와 웨스턴의 아이비 마트에 지점을 오픈한다.
-지난 1월 취임 후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경영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경영보다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경영을 위해 힘쓰고 있다. 중앙은행은 변화하는 외부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 한다. 내부적으로도 경영진과 직원들의 쌍방형 커뮤니케이션과 투명 경영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행장실 등 본점 사무실의 문을 유리로 바꿨다. 행장 접견실도 없앴다. 항상 ‘솔선수범하는 지도력’을 시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의 하락세로 한인은행들의 성장이 주춤한 가운데 주가도 하락하고 있다. 타개책은.
▲최근 4개 한인 상장은행들의 주가 추세는 같이 오르고 내리는 추세다. 월가에서는 4개 한인은행간의 특색이 없어 한인은행을 거의 동일시하고 있다. 일단 우리의 텃밭인 한인 마켓부터 지키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 한인 고객들이 한인은행마다 서로 다른 ATM 망으로 외국계 은행에 비해 이용이 불편하다는 점을 많이 지적했다. 한미은행장 당시 중앙, 한미, 나라, 윌셔, 새한은행의 ATM 시스템을 통합, 5개 은행 고객은 5개 은행의 ATM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인은행들의 강점인 언어와 문화, 정서 측면에서의 ‘휴먼터치 마케팅’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미국 무비자 입국 시대와 해외투자 완화로 미국으로 들어오는 한국 자본도 놓치면 안 된다. 그 다음으로 자체 은행이 전무하거나 빈약한 베트남, 필리핀, 이란, 아르메니아 등 타 소수민족 고객 유치에 더욱 노력을 해야 한다.
-은행간의 과열 스카웃 경쟁과 이로 인한 인건비 상승이 은행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책은.
▲인건비 등 비용 지출이 순익 상승보다 높아지는 등 수익성의 악화는 한인은행들의 공동 과제이다. 한인은행들이 경비도 절감하고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많다. 직원 공동교육 또는 연수도 좋은 예이다. 한국의 경우 은행들이 지분을 갖고 있는 금융연수원이 있다. 더 이상 주먹구구식의 스카웃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차세대 금융인을 양육, 인재풀을 확대해야 한다. 의료보험도 공동으로 구입하면 지출면에서 상당한 절약효과가 있을 것이다. 공동 체크 결제 서비스나 전산 BSA 시스템을 공유하는 식의 윈윈 전략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현재는 흐지부지해졌지만 ‘한인은행장협의회’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남가주 중국은행협회의 경우 금융당국과 정기적인 대화채널을 갖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1월 취임 때 2위 은행탈환이 목표라고 했는데 임기중 목표달성이 가능한지.
▲상장은행 중 자산 순위에서 4위로 밀려난 중앙은행이 2위로 다시 도약할 수 있다. 이번 제일은행 인수가 마무리되면 3위로 한 단계 상승하며 2위 은행과의 격차도 불과 3,000여만달러에 불과하다. 애틀랜타 시장의 성장속도가 LA보다 빠르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다시 제2의 은행으로 도약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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