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자를 위한 뉴욕타임스 특별섹션(1월 6일-12일)
주 5일제 시행, 주말 아침시간 활용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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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살던 박수지씨가 2000년, 10년만에 한국에 돌아왔을 때, 브런치를 파는 식당이 없다는 것을 그는 발견했다. 늦은 아침 혹은 이른 점심 브런치를 통해 친구 혹은 지인들과 ‘친목’을 다지는 문화가 미국과는 달리 우리에겐 없었기 때문이다. 곧 그는 브런치를 제공하는 ‘수지네(Suji’s)’ 식당을 오픈했다. 2005년 오픈한 ‘수지네’ 식당은 구운 배이글, 블루베리 팬케익 등의 메뉴, 흑백 크라이슬러 빌딩 사진, 뉴욕 유니언스퀘어 사진 등으로 장식된 인테리어를 가지고 한국인들에게 다가갔다.
처음 박씨가 ‘수지네’를 오픈했을 때 그는 주된 손님은 외국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년후 서울에는 수많은 ‘브런치 식당’이 문을 열기 시작했고 기존 음식점들도 브런치를 메뉴에 올려놓았다. 물론 수많은 ‘브런치 식당’을 채운 손님들은 한국인들이었다. 음식업계와 매체에서는 ‘브런치 식당’이 2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브런치 문화가 한국인들에게 파고들게 된 것은 서구 문화의 급속한 전파, 외국 여행, 유학, 출장 등의 이유 뿐만이 아니었다. 주 5일 근무에 따른 주말 여가시간의 증가가 무엇보다도 큰 원인이 됐다.
수십년간 경제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할 것을 강조해오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한국인들은 주 6일 근무를 해왔다. 그러다 2004년 한국 정부는 공공기관의 근무일수를 주 6일에서 주 5일로 바꿨다. 곧 많은 회사들도 그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50명 이상의 직원을 가진 회사는 의무적으로 주 5일 근무로 체제를 바꿨다. 게다가 모든 회사는 직원수에 상관없이 2011년까지 주 5일 근무로 바꿔야 한다.
이제 수많은 ‘브런치 식당’ 앞에 길게 늘어선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풍경은 낯설지 않다. 밥, 국, 야채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한국 음식과 크게 차이나는 팬케익, 계란과 베이컨, 구운 식빵 등의 가격도 만만치 않다. 보통의 브런치는 한화로 25,000원, 27.5달러에 이른다.
브런치 식당 ‘스토브(Stove)’에서 일행과 함께 브런치를 즐기던 서양호(29)씨는 “주 5일제가 시행되기 전, 밤 시간이 친목을 위한 유일한 시간대라 우리는 항상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시느라 피곤했다”면서 “늦은 아침 이렇게 여유를 가지고 브런치를 즐기는 것이 더 건강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승범 기자> sb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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