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좋은 학교 보내려면 밤 꼴딱 새는 건 보통이야. 우리 남편도 그렇게 했어”
몇달 후 세살이 되는 아들을 그런대로 평판이 괜찮은 프리스쿨에 보내려고 장장 9시간을 학교 주차장에서 기다린 후 오픈하우스에서 제일 먼저 등록 했다는 30대 한인남성의 부인이 친한 친구에게 한 말이다.
요즘 아이들 ‘좋은 학교’ 보내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고등학교 이야기도 아니고 중학교나 초등학교 이야기도 아니다. 기저귀도 뗄까 말까 한 세살배기 꼬마들이 다니는 ‘프리스쿨’ 이야기다. 시설과 교사수준, 교육 프로그램이 좀 괜찮다고 알려진 학교는 입학경쟁이 상당히 치열하다. 웨이팅 리스트에 아이 이름을 올려놓고 두 달, 석 달을 기다렸는데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 “이번에도 못 들어가면 안 되는데…” 마음이 초조해지면서 어느새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많은 한인들에게 ‘이민을 왜 왔느냐’라고 물어보면 두명 중 한명 꼴로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라는 대답이 나온다. 그만큼 자녀교육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한인 부모들에게는 절대적인 이슈다.
우리가 떠나온 대한민국은 예나 지금이나 ‘학력’ 이 아닌 ‘학벌’ 이 득세하는 사회인 것 같다. 서울의 명문대 간판만 달고 졸업하면 본인의 실력과는 상관없이 부와 명예의 가능성을 모두 얻은 것처럼 대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여전하다. ‘자네 뭐 공부했나’ 라는 질문보단 ‘자네 어느 대학 나왔나’라는 질문에 무게가 훨씬 쏠린다.
이곳 미국은 어떤가. 한국에서 최고의 대학을 가기 위해 엄청난 돈과 시간을 투자하듯 미국에서도 명문대 입학을 위한 학생들 간 경쟁은 한국 못지않다. 미국생활 오래 한 한인들은 ”한국은 그저 달달 외우는 암기위주 교육이라 학과목 성적 잘 받고 시험 잘 보면 그만이지만 미국은 공부는 기본인데다 운동도 잘 해야 하고 지도력, 창의력, 봉사정신, 예능 모두 탁월해야 명문대 문을 두드려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전적으로 공감이 가는 말이다.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으로 대표되는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을 위해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부모들은 학비만 연 2만달러가 넘는 명문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낸다.
그러나 비싼 사립학교 등록만으로는 한참 부족하다. 팔방미인을 원하는 미국 명문대 특성상 고교시절 스포츠, 미술, 음악 등 다양한 과외활동도 해야 하고 방학기간 중에는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등 제 3세계 국가에서 봉사활동도 해야 한다. 단순히 공부만 잘 하고 시험만 잘 보는 학생은 명문대 입학경쟁에서 고배를 마시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세계 최강대국으로 만든 힘의 원천은 다름 아닌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중요시하는 교육방식이다. 이런 교육방식은 지금까지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같은 세계최강의 하이테크 기업들을 탄생시켰다.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하루아침에 억만장자가 될 수도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 라고 했다.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이 국가와 사회 발전의 근본초석이며 그에 따른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교육에 대한 정책은 즉흥적이고 편의적인 계획인 ‘권의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학력’ 이 아닌 ‘학벌’ 만을 쫓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된다.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학원으로 달려가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좋은 대학을 가기위해 어쩔 수 없이 거쳐야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버리지 않는 한 작금의 무의미한 교육방식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될 것이다.
엄마들 사이에서 좋다고 소문난 프리스쿨을 보내기 위해 학교 주차장에서 밤을 꼴딱 새야하는 미국이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미국식 교육을 받으면서 자라날 것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진다.
구성훈 사회부장 직무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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