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비자 입국자 계속 증가..내년초 큰 효과 기대
미국 무비자 입국시대가 열린 지 17일로 한 달을 맞지만 나쁜 경제상황 때문에 무비자 효과가 아직 애초 기대에는 못 미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경기침체와 고환율 영향 등으로 미국 관광이나 방문 수요가 크게 준데다 11월 여행 비수기가 겹쳐 전체 미국 방문객 수가 주춤한 가운데 비자 없이 미국에 오는 사람은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여행과 관광업계에서는 환율이 안정되고 한국의 겨울 방학이 시작되면 내년 초부터 비자 없이 미국을 찾는 한국인들이 상당한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전체 방문객 감소 속 무비자 입국자 늘어
지난달 17일 미국 무비자가 시행된 후 한 달간은 한인 여행업계에서 비수기인데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웃돌아 미국을 찾은 전체 한국인 수는 예년보다 줄었다.
여행업계에서는 무비자 시행 후 미국 방문 한국인의 30∼40%는 무비자 방문자로 추산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LA) 삼호관광의 케빈 임 기획이사는 한국에서 미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다소 줄었지만 무비자로 오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미국 서부관광을 하는 한국 관광객 가운데 약 35% 정도는 비자 없이 오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삼호관광의 경우 통상 11월과 12월 초 일주일에 서부관광을 떠나는 관광버스가 7∼8대였으나 올해는 6대 정도로 줄었다.
하만기 대한항공 샌프란시스코 지점장도 무비자 여권을 들고 오는 고객이 여객기 편당 5-6명 정도로 다소 늘어나고 있지만 전체 여객 수요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영빈 아시아나 샌프란시스코 지점장은 12월 말부터 샌프란시스코 여객 편수가 늘어날 예정이지만 경기 침체 등 영향이 계속된 탓인지 무비자 제도의 효과가 아직 나타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전했다.
북가주 전문 여행사인 `제이제이 USA’ 장영원 매니저는 무비자 제도 시행 이후 이른바 전자여권을 들고 미국을 찾아온 손님을 거의 한 명도 보지 못했다며 경제적 여건이 어두운 상황에서 무비자가 여행 수요를 늘리는 데는 당장은 아직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을 통해 뉴욕을 방문한 한국인 중 무비자 승객은 비자면제가 시행된 지난달 17일 이후 이달 15일까지 337명으로, 하루 평균 11.6명 정도였다. 아시아나항공으로는 103명이 무비자로 뉴욕을 찾았다.
다만 연말을 맞이해 무비자 방문객 수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대한항공 뉴욕지점의 경우 지난달 125명이었던 무비자 승객이 이달에는 15일까지 212명으로 늘어났다. 아시아나도 11월의 34명, 12월에는 14일까지 69명으로 증가했다.
인천-뉴욕을 하루 2편 운행하는 대한항공은 지난달의 경우 무비자 승객이 주로 한자릿수에 머물렀지만 이달 들어서는 거의 10여명 수준으로 늘어났고 15일에는 한 달 동안 가장 많은 30명의 무비자 승객이 탑승했다.
워싱턴 D.C 지역도 인천공항에서 워싱턴으로 들어오는 대한항공 승객 수가 예년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인억 워싱턴지구한인연합회 회장은 한인사회의 무비자 입국 특수기대와 관련, 희망사항이라면서 지금 불경기로 무비자가 사업에 도움됐으면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50% 이상 올라 단시일 내 효과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김 회장은 그러나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인 동포사회에서 부동산업 종사자들은 한국인들의 미국 입국이 훨씬 자유로워짐에 따라 상업용 부동산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보고 준비를 하는 움직임도 보이며 또 한편에서는 관광객 유입증가에 대비한 유흥업소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여기에 투자하려는 동포들도 늘어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 남부 조지아 주 애틀랜타는 무비자 입국 시대가 열린 후 한 달 동안 대한항공을 통해 입국한 한국인 수는 200여 명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 애틀랜타 지점 관계자는 한국인에 대한 비자 면제 프로그램(VWP)이 시행되고 나서 첫 주에는 하루에 5명꼴로 무비자 입국을 했지만 두 번째 주부터 10∼20명 정도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며 대부분이 비즈니스 목적의 방문객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애틀랜타 방문객 수는 LA와 뉴욕에 이어 세 번째로 많지만 애틀랜타 방문객 중 60% 정도는 애틀랜타를 거쳐 다른 지역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이라고 분석했다.
◇ 내년 초엔 큰 효과 기대
한인 여행업계에서는 내년 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고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선에서만 안정을 되찾으면 무비자 미국 방문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A 다운타운에 있는 윌셔 그랜드 호텔 크리스 박 총지배인은 아직은 무비자 효과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항공사나 여행업계 사람들을 만나보면 환율이 좀 안정될 것으로 기대되는 내년 봄이 되면 무비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삼호관광 임 기획이사는 한국에서 미국 무비자여행을 위해 필요한 전자여권 신청자가 크게 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그만큼 미국 방문 잠재 수요는 있는데 지금의 경제 상황 때문에 방문을 미루는 것으로 보이며 내년 봄에는 실제 무비자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무비자 프로그램으로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했던 뉴욕 동포사회도 아직은 별다른 특수를 누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경제사정이 나아지고 환율이 안정되면 좀 더 많은 고국의 동포들이 방문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세목 뉴욕한인회장은 무비자시대가 열리기는 했지만 미국과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경기나 나빠졌고 환율 문제도 있어서 방문객이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앞으로 경제가 나아져 고국의 동포들이 많이 방문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준연 대한항공 워싱턴지점 부지점장은 앞으로 겨울 방학이 시작되면 학생들이 대거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예년보다 입국자가 늘고 특히 그동안 비자문제로 가기가 어려웠던 하와이 지역은 신혼부부들의 특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미국 관광지인 하와이는 무비자 효과가 가장 크게 감지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비자 발급의 번거로움 때문에 하와이를 피했던 신혼부부들이 무비자가 시행되면서 하와이를 많이 찾고 있다고 현지 관광업계 관계자들이 전했다.
하와이한국인무비자추진위 강기엽 공동위원장은 무비자 시행 2주 동안 무비자로 170여명의 한국인들이 하와이를 찾았다고 전하고 환율 때문에 예약상황이 좀 주춤하지만 내년에는 많은 분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무비자는 시작 못지않게 앞으로 자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무비자 시행 후에도 추진위 조직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면서 하와이 교포들이 한국의 무비자 관광객들을 유치하려고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하와이한국인무비자추진위는 미국 무비자 안내책자 2만 부를 제작, 내년부터 한국의 주요 여행사에 배포하고 별도로 1만 부 안내책자를 만들어 하와이 현지에서 배포할 계획이다.
추진위는 5년 전부터 미국 무비자 시대를 열고자 조직을 꾸렸으며 17일(현지시각)에는 `무비자 시행 한 달’을 자축하는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무비자 입국제도를 악용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어 한인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일단 극히 일부지만 불법체류를 전제로 가족단위로 입국하는 사례도 있는데 이들은 무비자 입국 시 합법적인 체류신분 변경이나 자녀의 학교 입학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전혀 모른 채 입국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각에서는 일부 한인타운 유흥업소들이 비자면제프로그램을 악용해 인터넷을 통해 구인광고를 내어 종업원 모집에 나서는 일도 있어 한인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애틀랜타 한인타운에서는 교회협의회 등 종교단체들을 중심으로 유흥업소들이 종업원 구인광고를 내는 데 대해 공동대책을 마련하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권태면 주미대사관 총영사는 일각에서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대거 입국해 불법체류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면서 무비자로 입국했다가 불법체류를 하게 되면 평생 미국에 다시는 들어올 수 없고 구제조치가 없다는 미국의 방침을 알고서도 불법체류를 하려고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라고 말했다.
(워싱턴·뉴욕·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애틀랜타=연합뉴스)
미주총국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