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네소타 의대 추적조사 “평균 이상 수명·삶의 질 누려”
자신의 신장을 기증할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이식에 따른 건강문제와 수명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신장 이식을 해 준 사람들에 대한 최초의 장기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장 기증자는 정상적 수명을 누릴 뿐 아니라 신장 문제가 일반인들에 비해 오히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미네소타 의대의 핫산 이브라힘 박사는 “신장기증이 안전하다고 여겨 왔으나 그동안 미국에서 다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적 연구는 없었다”고 말했다.
신장질환 발생률도 일반인보다 낮아
성인병 인한 신부전증 환자 급증추세
말기상태 35만명 “기증 활성화 시급”
29일자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발표된 이 연구는 총 3,700명의 기증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번 역구 결과로 사람들이 기증 결정을 좀 더 쉽게 내릴 수 있었으면 한다. 신장 하나를 가지고 살아가는데 대한 불안감도 줄었으면 한다”고 이브라힘 박사는 덧붙였다.
신장은 미국에서 가장 흔하게 이식되는 장기다. 지난해 사망한 사람으로부터 8,816건, 또 살아 있는 사람으로부터 4,927건의 이식이 이뤄졌다고 ‘미국 장기공유 네트웍’(UNOS)은 밝히고 있다. 그러나 수요는 급속히 늘고 있다. 신장 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인 고혈압과 당뇨환자가 급속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신장협회’는 현재 35만명의 미국인들이 말기 신장질환으로 고통받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6만7,000명은 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도 올려 보지 못한 채 사망한다. UNOS에 따르면 현 대기자는 7만8210명이다. 기증자를 찾을 때 까지 기다리는 기간은 보통 5~7명으로 대부분 환자들의 생존기간 보다 길다. 투석으로 이식을 대체하지만 투석은 신장의 이차적인 기능, 호르몬 생산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 결과 매년 투석환자들의 20%가 숨진다.
이런 이유로 초창기 연구들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기증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해왔다. 2차 대전 부상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들에서 전투 중 부상으로 신장 하나를 잃은 병사들은 남은 한개 만으로도 효과적으로 기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60년대부터 살아있는 사람의 기증에 의한 신장이식이 시작돼 매년 확산돼 왔으며 지난 2004년 6,647건으로 절정에 달했다.
UNOS 대변인은 금세기 초 생자 신장이식으로 사망한 사건이 생기면서 병원들은 신장 기증 가능자 확인 작업을 더욱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위스컨신 의대 브라이언 베커 교수는 “고혈압과 당뇨로 신장 이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데 같은 이유로 기증이 가능한 건강상태의 사람들은 점차 줄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즈라힘과 그의 동료들은 지난 1963년부터 2007년 사이에 미네소타 의대에서 신장을 기증하고 수술을 받은 3,698명을 추적 조사해 이를 나이, 성별, 체중 등 요소가 유사한 비슷한 수의 건강한 환자그룹과 비교했다. 이브라힘은 “기증자들이 컨트롤 그룹과 비교할만한 수명을 보였으며 오히려 더 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기증자 가운데 추후 말기 신장질환을 보인 사람은 11명뿐 이었다. 이것은 인구 100만명당 연 180 케이스의 비율로 일반인구 비율인 100만명당 연 268케이스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연구진은 또 225명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인 결과 의대에서 신장 기증과 관련해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내용 중 일부가 틀린 것임이 드러났다. 의대에서는 학생들에게 신장 기증자들이 고혈압이나 신장질환 증세인 소변 중 단백질 검출이 나타날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으나 이번 연구에서 그렇지 않음이 드러났다. 연구진은 이 같은 놀라운 발견은 이런 위험이 신장 기증과는 관련이 없고 노화, 체중 같은 요소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증자들의 정신적, 육체적 삶의 질은 최소한 일반인들만큼은 높았다고 연구진을 밝혔다. 이번 연구의 결과로 “우리는 전에는 할 수 없었던 정확성을 가지고 기증자들의 위험을 계량화할 수 있게 됐다”고 베커교수는 말했다. 이브라힘은 이번 연구결과와 관련, 의사들이 철저한 검진을 통해 건강한 기증자를 가려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대부분의 원인을 돌렸다. 그러나 동시에 기증자들은 그들이 신장기증이 누군가의 삶을 달라지게 했다는 사실 때문에 자신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금전으로 기증유도 필요”
“자칫 하다간 뇌물 된다”
장기기증 보상 둘러싼 윤리논쟁
비영리 단체인 뉴욕 신장재단이 장기 기증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기증에 대해(사망자이든 살아 있는 사람이든) 금전적 보상을 하자는 제안을 해 윤리적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기관은 신장이식을 받기위해 10씩이나 기다려야 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런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장기기증은 좋은 일이다. 또 옳은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족들은 예기치 못했던 금전적인 부담을 안게 된다”고 이 단체 관계자는 말했다.
건의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사망한 가족의 장기를 기증한 사람들의 장례비용을 부담해 주는 내용이다. 장기 기증 후 치러지는 장례식은 비용과 시간이 더 소요된다. 지난 2007년에는 전체 장기 이식 2만8,360건 가운데 2만2,049건이 사자의 기증이었다.
또 살아 있는 기증자들도 많은 경우 재정적 부담을 느낀다. 캔사스의 탐 팔시는 생면부지인 사람에게 신장을 기증했다. 병원비는 보험회사에서 부담했지만 그는 적합성 검사와 수술을 위해 네브라스카로 가야했으며 이에 따른 항공료와 호텔비를 자신이 부담했다.
뉴욕 신장재단은 이런 비용을 부담해 주자고 제안하고 있는 것인데 이것이 윤리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장례비용 부담은 자칫 뇌물 화 할 수 있다고 펜실베니아대학의 생윤리학자 아더 캐플란 교수는 지적한다. “보상보다는 재정적인 인센티브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마다 말기 신장환자가 늘고 있는 시점에서 기증을 유도할 좀 더 저극적인 방법이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부에서는 뉴욕 신장재단 건의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재정적 인센티브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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