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의 총 인구 규모와 관련 통계를 조사하는 센서스(census)의 어원은 고대 로마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백과사전을 보니 이 말은 라틴어에서 세금을 산정한다는 의미의 ‘센세레’(censere)에서 유래했다고도 하고, 고대 로마에서 징세를 맡은 관리의 직명인 ‘켄소르’(censor)에서 왔다고도 한다.
그 옛날의 인구조사는 주로 세금 징수와 징병이 주목적이었지만, 정확한 인구수 파악을 통해 국가 정책 수립의 기본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근대적 센서스는 독립전쟁 직후인 1790년 첫 센서스를 실시한 미국이 효시다.
미국사를 보면 남북전쟁의 결과로 노예제가 폐지된 1865년 이전까지 흑인 노예의 경우 실제 숫자의 60%만 인구수에 카운트하는 ‘5분의 3 원칙’이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이는 인구 카운트에서 노예들은 제외하길 원하던 북부 주들과 투표권이 없던 노예들까지 모두 인구수에 포함시켜 의회 의석 및 선거인단수에서 이득을 보려했던 남부 주들간 타협의 산물이었다. 아무리 노예라지만 엄연한 인간을 인구조사에서는 반쪽만 인정하는 기형적 시스템이 미국 헌법에 존재했다는 점이 당시 센서스에 걸린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얼마나 컸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물론 지금이야 5분의 3 원칙과 같은 넌센스는 사라진지 오래지만, 센서스가 얼마나 중요한 가는 이를 근거로 할당되는 연방 기금의 규모를 보면 실감이 난다. 무려 4,000억달러 정도의 연방 예산이 각 주와 지역 정부, 그리고 커뮤니티에 배분되는데 이를 공평하게 나누기 위한 기준이 바로 센서스에 나타난 숫자다. 또 교육과 복지, 사회간접자본 건설 등 우리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 프로그램의 예산 편성과 지원도 센서스 자료를 바탕으로 한다.
센서스를 통해 수집된 개인 정보는 72년간 비밀이 보장되도록 연방법으로 규정돼 있다. 지난 1980년 FBI 수사관들이 콜로라도의 센서스국 사무실에 센서스 개인정보 압수수색을 위해 영장을 들고 나타났다가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여지없이 쫓겨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체류신분이 불안한 한인들의 경우 개인 정보 노출에 대한 두려움이나 정부 기관에 대한 불신 때문에 센서스 참여를 기피한다는 것은 기우에 불과한 것이다.
현재 한인 단체들이 말하는 미국내 한인 인구는 대략 250만이다. 그러나 올해 센서스국이 발표한 2008년 공식 한인 인구 추산치(혼혈 제외)는 134만명에 불과했다. 아무리 ‘250만 미주 한인’을 외쳐봤자 센서스에 잡히지 않은 120만은 허수일 뿐이다.
이 격차를 없애는 것이 이제 6개월도 남지 않은 이번 2010년 센서스에서 한인사회가 할 일이다.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한 가정도 빠짐없이 인구조사 설문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10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김종하 / 사회부 부장대우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