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워싱턴 의사당의 제 사무실도 잘 찾아가지 못하던 워싱턴의 초년생 버락 오바마에게 의회에 대해서 가르친 선생은 피트 라우스다. 상원으로 워싱턴에 입성한 오바마를 위해서 피트 라우스는 ‘전략계획’(The Strategic Plan)이란 문서를 작성했다. 오바마를 위한 워싱턴 정치와 연방 상원의 운영방식에 대한 교과서다. 이에 힘입어 오바마는 곧바로 차기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상원 및 모든 정치행보에 관한한 오바마는 피트 라우스의 말을 잘 듣는 모범학생이었다. 피트 라우스는 오바마에게 민주당 원내대표인 해리 리드를 공격하도록 하는가 하면 개혁성이 부족한 의회 윤리개혁안에 대해서는 반대투표를 하도록 했다. 또한 미디어를 끌고 다니며 막강한 정치파워를 발휘하는 에드워드 상원의원과 2000년 선거에서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조셉 리버맨 의원 등과 함께 정치행보를 하도록 해서 전국적인 인물로 만들었다.
또한 조지 부시 대통령이 임명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의회 청문회 과정에서 강력하게 비판을 제기하고 반대투표를 하게 함으로써 오바마의 진보적 선명성을 민주당원들에게 각인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오바마의 정치적 영향력이 급속하게 높아졌다.
피트 라우스는 30년간 의회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탓에 ‘101번째 상원의원’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그는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를 지낸 사우스 다코다 출신의 탐 대슐 의원의 수석보좌관을 지냈다. 의회에 대한 지식, 각종 정치적 기법이 워낙 능수능란해서 실제 상원의원에 맞먹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에서 나온 그의 별명이다.
탁월한 역량과 정치활동으로 그의 연봉은 특별수당 외에도 17만달러에 이를 정도였다. 그는 9.11테러 발생 한달 후인 지난 2001년 10월15일 대슐의원 사무실로 배달된 탄저병 소포로 인해 병원에서 감염 검사를 받은 그 장본인이다. 피트 라우스는 그동안 기회가 될 때마다 당파적 정치 행태를 비판하는 자세를 취해왔다. “워싱턴 의회는 초당적으로 미국과 세계를 위한 진정한 정치를 회복해야 한다”라는 오바마의 지적은 곧 피트 라우스의 주장이기도 하다.
그의 아이디어대로 오바마는 늘 “우리는 원칙을 가진 타협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 정치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변화와 희망’이란 오바마의 정치철학을 만들어 냈다. 2008년 대통령선거전에 이것이 빛을 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지난 1일 오바마 대통령은 사임하는 램 이매뉴엘 백악관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피트 라우스를 임명했다. 1946년생인 피트 라우스의 전체 이름은 피트 미카미 라우스(Pete Mikami Rouse)로 일본계 2세이다. 피트 라우스의 어머니는 동경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민 온 일본인. 그는 2차 대전 동안 미국이 일본계 이민자들을 포로로 수용했던 애리조나의 인턴멘트 캠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77년 하버드 케네디스쿨을 졸업한 그는 최초의 아시아계 백악관 비서실장인 셈이다. 피트 라우스는 존 포데스터와 함께 공동 인수위원장을 맡았지만 미디어의 그늘만을 고집했다. 신중한 그의 특별한 스타일 때문이다. 그는 끝까지 설득하고 설복시키는 인내의 참모형이자 협상론자다.
오바마의 초반기는 저돌적이어야 가능한 금융개혁과 의료보험개혁이 목표였다. 이제부터는 의회와 협상하면서 재집권을 준비해야 한다. 피트 라우스로 인해 워싱턴 정국이 좀 안정될 것 같다.
김동석 / 뉴욕 한인유권자센터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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