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LA 한인타운에는 주인을 빨리 찾아야 하는 개발기금 1,600만달러가 돌아다니고 있다. 1,600만 달러는 LA시 커뮤니티 재개발국(CRA)의 한인타운 개발기금 5,200만달러 가운데 이미 프로젝트 투입이 확정된 3,600만달러를 제외하고 아직 배정되지 않고 남아있는 기금이다.
이 기금은 당초 오는 2015년까지 투입 프로젝트를 찾으면 됐었다. 하지만 지난 10일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주정부 세금 분산을 막기 위해 LA시 CRA 등 각 도시의 재개발국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CRA는 폐지된다면 남아있는 기금이 주정부로 넘어갈 수 있으니 그 전에 빨리 기금을 지원할 프로젝트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큰 집’에 돈을 뺏기기 전에 ‘작은 집’ 입장에서는 돈을 쓸 곳이 있다는 구실을 마련해 두어야 하는 셈이다. 한인타운 재개발 구역은 지난 1995년 제정됐고 이후 CRA가 한인타운에서 거둬들인 재산세의 일부를 별도로 적립해 5,200만달러의 개발기금이 만들어진 것이다. 따지고 보면 한인들이 한인타운을 발전시켜 재산 가치가 올라갔고 그 덕분에 만들어진 개발 기금이다. 따라서 CRA 기금은 당연히 한인타운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
다행히 한인 단체장들이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20일 CRA의 한인타운 개발기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정치인들과 함께 논의하는 공청회를 개최한다. 또 CRA의 개발기금으로 한인타운에 커뮤니티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한인 커뮤니티의 대표적인 단체 11개가 힘을 합쳐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부지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A에는 CRA에 정한 31개의 재개발 지역이 있는데 이 가운데 한인타운은 개발기금이 가장 많이 적립된 지역 가운데 한 곳이다. 그 동안 CRA가 한인타운의 각종 재개발 프로젝트에 수천만 달러를 투입했지만 그 과정에서 한인들의 목소리는 매우 빈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법적으로 반드시 개발기금의 일부가 투자돼야 하는 저소득층 아파트 개발을 제외하면 지난 5년 동안 한인들을 위해 CRA의 개발기금이 투입돼 완공된 공공 프로젝트는 노인회관(130만달러)과 앰버서더 호텔 부지에 세워진 로버트 케네디 스쿨 앞에 건립된 작은 공원(27만달러)이 전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CRA가 앞으로 5년 동안 한미박물관 건립을 위해 부지 매입에 317만달러를 지원하고 건축 비용도 지원할 방침을 밝혔고 한인타운 커뮤니티 센터 건립을 위해서도 기금을 지원하는 방침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점이다.
브라운 주지사의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빠르면 오는 7월에 CRA가 폐지될 수도 있다. 그 전까지 1,600만달러가 한인들을 위한 프로젝트에 투입이 확정될 수 있도록 한인 커뮤니티가 정치력을 결집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우리 때문에 모아진 돈도 제대로 찾아 쓰지 못하고 주정부가 가져가 버린다면 한인 커뮤니티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는 속담을 실감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연신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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