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뇌성마비자인 셰리 네비우스(52)는 동질감을 지닌 데이트 상대를 만나기 위해 지난해 가을 장애인 교제 사이트인 데이팅4디스에이블드의 회원으로 등록했다.
“자상하고, 신실하며, 지적이고 재미있는 사람.” 올해 52세인 셰리 네비우스가 제시한 데이트 후보의 ‘소박한 조건’이다. 그러나 이들은 어디까지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네비우스의 데이트 상대가 되려면 자상하고 신실하며 지적이고 재미있는 ‘장애인’이어야 한다. 선천성 뇌성마비 환자인 네비우스가 원하는 조건이 또 하나 있다. 장애인이되 자신처럼 휠체어를 타는 남성이면 더 좋겠다는 것. 서로 비슷한 조건을 공유하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다. 네비우스는 장애가 없는 남성들과도 여러 번 교제를 했다. 그러나 그들은 네비우스와 본격적인 관계로 나아가기를 꺼려했다.
네비우스는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조금 겁을 먹은 것 같다”는 말로 아쉬움을 가렸다.
그녀는 일리노이주의 노말(Normal)이라는 타운에 거주한다. ‘정상적’이라는 뜻을 지닌 이 마을에는 네비우스 또래의 독신남을 찾아보기 힘들다. 장애를 이해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독신남은 더더구나 드물다.
그녀가 지난해 가을 데이트 상대 물색장소를 온라인으로 옮긴 것도 이 때문이다.
사이버 공간에는 건강문제를 지닌 독신자들을 위한 교제 사이트가 지난 몇 년 사이 여러 개 생겨났다. 그 중 네비우스가 가입한 데이팅4디스에이블드(Dating4Disabled)는 신체마비와 다중경화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장애를 지닌 사람들을 위한 교제 사이트다.
이외에 성인 정신질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롱거로운리(NoLongeLonely)와 HIV 양성반응자, 즉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 바이러스 보균자들이 드나드는 POZ 퍼스널스(POZ Personals)도 있다.
이런 사이트들은 대개 한 명, 혹은 소규모 그룹에 의해 운영된다. 무료 사이트지만 운영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광고를 게재하기도 한다.
뉴욕대 응용 심리학 교수인 마이클 모러(57) 박사는 학술연구 중 POZ Personals에 대해 알게 된 후 곧바로 회원등록을 했다.
“데이트를 할 때마다 에이즈 바이러스 보균자라는 사실을 밝히는 게 가장 곤혹스러웠다”는 모러 박사는 “POZ Personals에서 알게 된 상대에게는 이런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어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가 수월하다”고 말했다.
“여기서는 서로가 HIV 보균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교제를 가로막는 큰 장애물 하나가 사전에 제거된 셈”이다.
물론 다른 사이트들도 있다. 프리스크립션4러브(Prescription 4Love)는 성병환자들과 신체장애자들을 위한 교제방이지만 당뇨병이나 파킨슨씨병을 앓는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다.
이 사이트를 만든 리키 더함의 남동생은 장질환인 크론병 환자로 숨질 때까지 몸밖에 인공항문을 달고 다녔다고 한다.
더함은 동생이 “참 잘 생긴 녀석이었지만 제대로 데이트를 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도대체 언제 체외 항문에 대해 털어놓아야 할지 난감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처음 만날 때 톡 까놓고 말하는 게 좋은지, 아니면 세 번쯤 만난 뒤 털어놓는 게 나은지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게 언제가 됐건 쑥스럽고 민망스럽기는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장애나 질병과 관련해 무언가 비정상적인 조건을 지닌 사람들이 모이는 온라인 교제방에서는 솔직하고 공개적인 대화가 가능하다.
데이팅4디스에이블드의 회원 서비스를 담당하는 메리 카플란은 “장애인 교제방에서 오가는 대화는 그 주제가 성생활에 관한 것이 건 여행이나 고통에 관한 것이건 정상인들의 대화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을 띠게 된다”고 말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이라 각자가 원하는 데이트 상대의 조건에 대해서도 거리낌 없이 털어놓을 수 있다.
한 예로 현재 1만2,000명에 가까운 데이팅4디스에이블드의 회원들은 장기적인 관계에서 자신이 받아들 수 있는 장애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누구나 그렇듯이 장애인들 역시 선호하는 바가 서로 다르다. 카플란에 따르면 “기동성을 지닌 장애인들은 대개 움직이는데 지장이 없는 데이트 상대를 원한다. 물론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 회원들도 적지 않다.
네비우스가 선호하는 상대는 사지가 마비됐거나 시각장애를 지닌 자상하고, 신실하며, 지적이고 재미있는 남성이다.
그녀가 고집하는 ‘마지막 조건’이 또 하나 있다. 네비우스의 남친이 되려면 동물을 좋아해야 한다.
그녀는 “나와 애완견은 한 묶음으로 거래되는 패키지 딜”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뉴욕타임스-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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