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활동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중국에서 미국으로 건너 온 중국계 한인 3ㆍ4세들(조선족·본보 2월22일자 A1·6면 보도)은 이들의 미국행이 진행된 지난 20여년 동안 차츰 경제적 자립도를 높여가고 있다. 일용직 노동자에서부터 사업체 대표까지 미국 내 주요 한인사회를 정착지로 삼아 각 영역에서 활동하며 살아가는 중국계 한인들의 경제적 삶의 양상을 알아본다.
■한인사회 곳곳에서 활동
중국계 한인들은 ‘한국어와 중국어’ 구사 능력을 장점으로 캘리포니아 정착 때 빠른 적응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여년 간 중국계 한인은 남가주 한인사회 경제 영역 곳곳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해 왔다.
한인경제 전분야 영역 확대 자영업 25%
요식업·한의원 등 비한인지역 진출늘어
갓 이민 온 중국계 한인들은 자연스레 한인타운으로 유입돼 한인 고용주 밑에서 ‘식당, 나이트, 페인트업, 사우나, 네일샵, 건축업’ 등 소위 힘든 3D 업종 일을 마다하지 않아 왔다. 한인 경제단체 관계자들은 최근 ‘이민단속, 노동법, 언어소통 문제’가 부각됨에 따라 고용주 입장에서 중국계 한인 종업원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말한다.
재미중소기업협회 오드리 장 회장은 “중국계 한인 종업원들은 한인타운에서 험한 일을 많이 한다”며 “눈에 안 보일 뿐 한인사회 곳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의 한인사회 경제 기여도는 계속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세업체를 운영하는 한인 고용주들은 ‘언어소통, 노동력’ 면에서 히스패닉 종업원보다 중국계 한인을 더 찾고 있다. 장 회장은 “중국계 한인 종업원의 질 좋은 노동력을 제대로 대우하는 문화를 한인사회가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경제 각 영역으로 확장 중
현재 중국계 한인들은 남가주 한인사회가 형성한 경제 규모의 장점을 인정하며 차츰 ‘경제적 자립’을 꿈꾸는 중이다. 본보 설문조사 결과 중국계 한인 직업군은 일용직 등 ‘기타’가 31%로 가장 많았고 학생 및 사무직 각각 15.5%, 요식업소 등 종업원은 8%를 차지한 가운데 특기할 점은 ‘자영업 또는 무역’ 등 직접 자립에 나서는 비율이 25%나 된다는 점이었다.
각 사업체에서 수년 간 종업원으로 일한 중국계 한인들은 차츰 자기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중국 또는 일본에서 이미 사업체 운영을 해본 이들은 미국에서도 남다른 ‘투자와 도전정신’을 내보인다.
남가주 중국동포연합회 강성 회장은 “많은 중국동포가 남가주 한인 사업체에서 종업원으로 일을 하다 보니 그런 경험을 살린 후 개인 사업체로 진출한다”며 “식당 같은 자영업 비중이 많고 한의원, 법률사무소, 건강제품, 중소기업 등 특화된 사업체 진출도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중국동포 90% 정도가 한인들과 어울리며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만 비한인 거주지역에서 음식 체인점을 확장하는 이들도 등장했다”고 말했다.
최근 1~2년 사이 LA 한인타운에는 중국계 한인이 운영하는 요식업소가 부쩍 증가해 ‘음식문화 다양성’을 키우고 있다. ‘양꼬치 전문점 풍무, 열차우동, 연변식당, 조선족나라(연변냉면)’ 등 이들 요식업체는 경기침체 와중에도 선전 중이다. ‘풍무’의 경우 LA 한인타운에 2호점까지 열었으며 ‘아사쿠마 스시’는 비한인 상권에서 4~5개 체인점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렌지카운티에서 예원식당을 운영하다 1년 전 LA 한인타운에 ‘예림식당’을 개업한 이용산(55) 대표는 “나름의 특화전략이라 생각해 상호명을 ‘조선족나라’라고 지었는데 홍보과정에서 낯선 느낌 때문에 역효과가 났다”며 “개업 두 달 만에 간판을 바꿨는데 자영업주가 되기 위한 학습비를 치른 셈”이라고 말했다.
■한의원, 트러킹 사업도 눈길
중국에서 5년제 중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한의학을 공부한 중국계 한인들은 남가주 지역에서 한의원으로 개업하는 경우도 많다. ‘중국 동인당한의원’의 이승문ㆍ왕순지 모자 한의사는 10년 전부터 한의원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트럭회사 및 트럭 운전기사’로 진출하는 중국계 한인도 늘고 있다. 포모나 다이너스티 트럭 운전학원에는 매달 4~5명 정도의 중국계 한인이 등록 중이다.
트럭면허를 딴 이들은 의기투합해 신참 이민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면허취득 1년 만에 중고트럭 2대를 구입해 ‘개인 사업자’가 된 정동찬(48)씨는 고향 출신 중국계 한인 직원 3명을 고용했다. 정씨는 “겨울은 좀 한가하지만 여름철 전국 각지에서 일감이 밀려왔다”며 “최근에는 중국동포 차주 7명이 모여 연합주식회사를 설립해 서로 돕고 있다”고 전했다.
연변 출신인 지성이민법류사무소 유키 김 소장은 “중국동포들은 식당과 각종 일터에서 돈을 벌어 대부분 고향으로 송금한다”며 “신분문제 해결이란 어려움도 있지만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재 기자>
carpekim@koreatimes.com
a한인타운에서 식당 등 자영업자로 독립하는 중국계 한인이 늘고 있다. 왼쪽 사진은 최근 문을 연 3가와 세라노 인근 연변식당, 오른쪽 사진은 중국 중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중국 동인당한의원’을 개업해 미국 정착에 성공한 이승문(왼쪽)ㆍ왕순지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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