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뇌졸중과 심장마비, 당뇨병뿐 아니라 각종 암의 발병위험을 높이고 암 환자의 사망률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체중과 비만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은 ‘기본 상식’에 속한다. 정상치를 넘는 몸무게가 고혈압과 심장마비, 뇌졸중과 당뇨병을 불러오는 ‘위험 요인’이라는 것 역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비만과 암의 ‘긴밀한 관계’에 대해 알고 있는 미국인은 전체의 50%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 2009년 미국 암연구협회(American Institute for Cancer Research)가 실시한 서베이에서 나온 수치다.
결장·유방·자궁·신장암 등 주 요인
환자 25~30%‘비만·운동부족’합작
이제까지 나온 연구 자료를 종합해 보면 매년 10만명의 미국인이 몸무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에 암이라는 치명적인 ‘덫’에 걸려든다. 비만은 암 발병률을 높이는데 그치지 않고 암 환자의 치사율을 끌어올리는 ‘사망 도우미’ 역할까지 해낸다.
미국 암연구협회는 남성 환자들 가운데 14%, 여성 환자들의 20%가 버거운 몸무게 때문에 ‘저승사자’를 따돌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국 암협회(National Cancer Institute)는 비만이 결장암과 폐경기 후의 유방암, 자궁암, 신장암과 식도암의 발병위험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이들 암의 발병사례 가운데 25~30%는 정상치를 넘는 몸무게가 운동부족과 짝을 이루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고 말했다. 비만은 간암, 담낭암, 췌장암과 난소암과도 ‘난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
시애틀에 위치한 프레드 허친슨 캔서 리서치센터의 예방의학센터 소장인 앤 맥티어난 박사는 “비만의 해악은 흡연에 비견할 만하다”며 “암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흡연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과체중인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실질적인 파급효과는 오히려 더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의 성인 세 명 가운데 두 명에 해당하는 1,500만명은 과체중이나 비만에 해당한다. 전국 암협회는 암으로 인한 사망에서 흡연이 차지하는 비중은 남성의 경우 37.5%, 여성의 경우는 22.8%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폐암을 제외하면 흡연으로 인한 사망률은 남성 12%, 여성은 6%로 뚝 떨어진다. 반면 앞에서 보았듯 암 환자 사망률 중 비만이 차지하는 비중은 남성의 경우 14%, 여성의 경우 20%나 된다.
맥티어난 박사는 ‘새로운 흡연’(new smoking)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가며 이처럼 무시무시한 비만의 해악을 강조했다. 2003년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게재된 논문은 몸무게가 무거울수록 암 환자의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입증한 기념비적인 연구로 꼽힌다.
당시 연구를 주도한 미 암학회(American Cancer Society)는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남성과 여성의 몸무게를 건강 체중(BMI: 18.5 ~24.9), 과체중(25~29.9), 비만(30~34.9), 심각한 비만(35~39.9), 극단적 비만(40 이상) 등 5개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각 그룹에 속한 남성과 여성 암 환자의 사망률을 살펴보았다. BMI는 체중(kg)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을 통해 지방의 양을 추정하는 비만측정법이다. 결과는 놀라울 정도였다. BMI가 높아질수록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은 했었으나 그 폭이 너무 컸던 것. 건강한 체중에 속한 환자들에 비해 극단적인 비만 남성의 사망률은 52%, 극단적 비만 여성의 사망률은 62%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체중이 모든 암에 동등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한 예로 방광암의 경우 몸무게는 사망률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반면 간암에 걸린 심각한 비만 남성은 건강 체중에 속한 남성 환자에 비해 사망률이 350%나 높았다(여성 환자의 경우 이 차이는 68%에 ‘불과’했다).
또한 극단적 비만인 자궁암 환자의 사망률은 건강한 체중에 속한 환자보다 무려 525%가 올라갔다. C형 간염에 전염된 간암환자의 사망률이 1,600%나 치솟는 것과 비교하면 비만이 간염환자의 사망률을 350% 올려놓는 것쯤은 별게 아닌 듯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미국인들 가운데 만성적 C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의 비율이 1.5%에 불과한데 비해 비만 인구 비율이 30%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림이 달라진다.
몸무게가 어떻게 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지만 여성 호르몬으로 알려진 에스트로겐과 인슐린 및 염증물질의 과다 분비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몸무게와 암의 칵테일 효과의 작동원리는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건강 체중 유지가 위험에 대비한 최선의 방어책이라는 점이다.
체중조절이 중요하다는 거야 백번 지당한 ‘공자님 말씀’이지만 숱한 통계수치가 증명하듯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과체중을 막거나 비만에서 벗어나려면 생활습관을 바꿔야 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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