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전통을 지키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더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겠지만, 전통은 곧 한 사회의 뿌리요 주춧돌이기 때문이다. 과거가 아무리 누추해도 우리는 거기서 많은 것을 배운다. 내일을 바르게 설계하려면, 지난날에서 배우고 오늘을 돌아봐야 한다.
한 사회의 어른 대접은 그래서 중요한 일이다. 미주 한인문단의 어른 대접은 어떤가? 살펴보면 가슴이 답답해지곤 한다.
미주 한인 문학계의 역사를 어디서부터 잡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초기 이민사회의 문학부터 따질 수도 있겠고, 이른바 케네디 법안에 따른 대량 이민 이후부터로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남가주의 경우, 동인지 ‘지평선’을 기점으로 삼으면 40년에 가깝고, 본격적인 문인단체라고 할 수 있는 ‘미주한국문인협회’가 발족한 1981년부터로 따져도 30년을 헤아리는 역사다(물론 문인협회 이전에도 문인단체가 더러 있었다).
그 동안 참으로 많은 작품들이 발표되었고, 작품집도 많이 나왔고… 많은 문인들이 세상을 떠났다. 남가주만 살펴봐도, 고원 시인, 이숭자 시인, 소설가 송상옥 선생, 권순창 시인, 유장균 시인, 밝달 시인, 아동문학가 오영민 선생, 극작가 전진호 선생, 평론가 박영호 선생… 등등 많은 분들이 이 세상 소풍을 마치고 하늘나라로 갔다. 미주 전체로 보면 박남수 시인, 김용팔 시인, 소설가 김은국 선생, 소설가 최태응 선생 등등…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문인들이 더 많다. 튼실한 화살표를 그어준 소중한 스승(멘토)들이다.
그 분들이 남기고 간 작품과 문학정신을 소중하게 갈무리하고, 오늘날에 맞게 새롭게 해석하여 영양분으로 삼는 일이 미주 문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일텐데… 둘러보면 쓸쓸한 적막강산이다. 문학잡지에 추모 특집이 실리는 정도에 그치는 정도가 고작인 것 같다. 대부분의 경우 그랬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이런 적막함을 걷어내려는 노력이 조금씩이나마 싹트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봄날이 오고 그 싹이 큰 나무로 자랐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고원 시인의 경우 생전에 전집이 발간되었고, 사후에 기념사업회가 발족되어 ‘고원문학상’이 제정되었다. 그리고, 지난해 타계한 소설가 송상옥 선생의 유고집 ‘잃어버린 말’이 얼마 전 한국에서 발간되어, 이곳에서도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송상옥 선생의 유작과 걸작 8편의 작품이 수록된 이 유고집은 문학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고, 문단 후배 60여명이 뜻과 마음을 모았다는 점에서 소중한 의미를 갖는다.
‘고원 기념사업회’도 그렇지만, 송상옥 선생의 유고집 발간은 문단 후배들이 자발적으로 정성을 모았다는 점에서 한결 아름답다. 반갑고 고맙고 귀한 일이다.
이를 계기로, 떠난 이들이 남긴 전통을 다시 추스르는 작업이 좀 더 활발해졌으면 정말 좋겠다. 전통을 죽어 잊혀진 것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생명체로 소중히 여기고, 어른을 모시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을 대접하는 일일 것이다.
장 소 현
극작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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