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지퍼홀에서 루퍼스 최가 리스트를 연주하고 있다.
‘파가니니 대연습곡’ 등
리스트로 전곡 꾸며 매혹
8월4일 KYCC 콘서트
디즈니홀 무대에 출연
바이얼린에서 파가니니가 그렇듯, 피아노에서는 리스트가 연주기교의 완결자로 불린다.
그러니 리스트가 작곡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대연습곡’(6 Etudes D’Apres Paganini)은 얼마나 어렵고 화려한 기교가 난무하는 곡일 것인가.
피아니스트 루퍼스 최(Rufus Choi)가 19일 지퍼홀에서 가진 리사이틀은 이 6개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시작으로 우리를 천재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의 낭만적인 세계로 인도했던 특별한 연주회였다. 아마 올해가 리스트 탄생 200주년인 것을 기리는 의미에서 전곡을 리스트로 꾸민 콘서트였던 것 같다.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이 연습곡은 리스트가 심각한 슬럼프에 빠져 피아노 뚜껑을 닫고 지내던 스무살의 어느 날, 파리에서 열린 니콜로 파가니니의 연주회에서 그의 악마같이 초인적인 바이얼린 연주를 보고 넋이 나가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겠다’는 결심으로 일어서 만든 곡들이다.
누구나 들으면 알 정도로 유명한 3번 ‘라 캄파넬라’를 비롯해 6개의 에튀드는 하나 같이 손가락이 안 보일 정도의 고난이도 테크닉과 엄청난 집중력이 요구되는 연주곡들인데 루퍼스 최는 이날 연주장이 터져나갈 듯한 폭발적 에너지와 마디마디 섬세한 표현으로 청중을 매료시켰다. 2007년 화제의 제1회 호세 이트루비 국제경연대회에서 1등과 인기상을 수상하며 세계 최대 규모인 6만달러의 상금을 거머쥘 수 있었던 이유를 확인시켜 준 연주였다.
사실 테크닉으로 치자면 완벽한 초절기교를 보이는 피아니스트는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를 감동시키는 연주는 곡에 담긴 작곡가의 혼을 어떻게 악보에서 꺼내 피아노로 옮긴 다음 얼마나 자신의 사랑을 덧입혀 청중에게 전달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그런 점에서 루퍼스 최는 감정의 양극단을 오가는 리스트의 음악을 양극단의 터치로 두드리고 만지며 들려주며 자신만의 리스트를 표현해 나갔다. 포효하는 사자처럼 질풍노도와 같은 파워로 건반을 두드리다가도 다음 순간 수도자와 같은 자세가 되어 표현해낸 자기 성찰적인 연주는 듣는 사람이 그와 함께 변화무쌍한 낭만주의 거장의 세계로 빨려들게 만들었다.
이날 그는 파가니니 연습곡 외에도 월츠 즉흥곡과 메피스토 월츠, 소나타 B 마이너를 모두 관객을 사로잡는 무한 에너지로 피아노를 연주했다. 특히 하이라이트였던 소나타 B 마이너는 루퍼스 최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연주곡 중 하나라고 프로그램에서 언급하고 있는데 극도로 절제된 시작부분부터 깊은 긴장감을 심어 놓더니 인간 감정의 모든 아우성이 종국에는 영원과 구원, 지고의 선에 의해 채워지는, 마치 교향곡과도 같은 서사시를 다이내믹하고 풍성한 색깔과 열정과 개성으로 만개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내가 루퍼스 최에 대해 좋아하는 점은 그의 음악적 재능에 앞서 인간됨에 관한 것이다. 때로 그의 명성에 맞지 않는 작은 무대들에서도 자선음악회를 열며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애쓰는 성실함과 진지함, 기독교 신앙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선하고 겸손한 그의 성품이 많은 사람에게 더 큰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다.
루퍼스 최는 오는 8월4일 디즈니 콘서트 홀에서의 KYCC 콘서트에서 거쉰의 랩소디 인 블루를 연주할 예정이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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