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한 젊은이들이 신명나게 두들기는 풍물공연에 가서 푸근한 시간을 가졌다. 얼마 전 LA 한국문화원 아리홀에서 있었던 ‘강대승과 LA 영 두레패’의 공연은 오랜만에 가슴이 시원하게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미국 땅에서 자란 젊은이들로 구성된 두레패가 온 힘을 다해 치고 두드리는 모습이 참으로 싱그럽고 믿음직했다. 네 가지 악기가 주거니 받거니 어우러지며 토해내는 비, 바람, 구름, 천둥소리가 좁은 극장을 가득 메우며 너울대고, 관중들의 어깨를 절로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요사이 문화 이야기에서 주를 이루는 화제는 단연 한류다. 한국 아이돌 그룹 가수들의 파리 공연이 큰 성공을 거두자 ‘K-팝이 유럽을 정복했다’고 온통 호들갑을 떠는 식이다. 미국에서도 대중음악, TV 드라마, 영화, 음식 등의 한류 열풍이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물론 자랑스럽고 소중한 일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은 미국에서 자라나는 우리 2세들에게 한국 전통문화의 뿌리를 심어주는 작업일 것이다. 그들이 우리 전통을 익혀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면, 자연스럽게 한류의 전도사요 돌격부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진짜배기 한류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흔히들 사물놀이라고 말하는 풍물은 매우 훌륭한 유산이다. 풍물가락은 한국의 자연에서 우러난 장단이며, 우리 겨레의 심장박동과 바로 엇물리는 음악이다. 그러므로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바로 가슴으로 스며들어 몸을 들썩이게 만든다. 그래서 가장 한국적인 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세계성을 지니고 있어, 재즈 같은 서양음악과도 잘 어울리는 딱 트인 음악이다. 가장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음악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재미있고 신난다. 젊은이들이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기본 장단을 조금만 익히면 금방 빠져들어 스스로 신바람 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풍물이다. 젊은이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음악인 셈이다. 그래서 한국에는 초등학교 학생들로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젊은이들이 사물놀이의 매력에 취해 있고, 전국에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물놀이패가 있다.
그런 영향으로 우리 미주 한인사회에도 사물놀이패가 제법 많이 생겨, 이런저런 활동을 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제대로 치는 패는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제대로 가르칠 선생이 많지 않은 데다가, 풍물 배우기가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조금 배우면 비슷하게 흉내는 낼 수 있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오묘하고 어려운 것이 우리 장단이다. 그래서 겸손하게 엎드려서 오랜 세월에 걸쳐 진심으로 배우지 않으면 어느 수준에 오를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 장단을 익히는 젊은이가 많아지는 양적 팽창도 반갑지만, 그에
못지않게 질적인 향상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배우고 다 배운 양 우쭐대며 남을 가르치려드는 건방진 자세는 절대 금물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 법이요, 진짜배기가 아니고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가슴을 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분위기가 마련되기 위해서는 진짜배기 고수들이 본때를 보이는 진국 공연이 많아져야 할 것이다. 문하생들의 학예회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관객들은 절대로 바보가 아니다.
장 소 현
<극작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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