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조의 여왕’ 이헌자씨 남기고 싶은 글 모아
▶ ‘…인생의 옹달샘’ 펴내
‘인생의 옹달샘’을 출간한 이헌자씨. 마음먹기에 따라 나와 이웃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박상혁 기자>
이헌자씨는 오랫동안 심장전문의 단 리 박사(Dr. Don Lee)의 아내로만 살아왔다. 남편이 편안하게 의사생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내조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삼았던 그녀는 많은 재능과 잠재력을 묻어두고 자신의 삶을 온전히 남편과 세 자녀에게 바친 현모양처의 표상과 같은 여성이었다.
남가주숙명여대동창회 회장과 이사장으로, 한미박물관(KAM)의 핵심 후원회원으로, 글렌데일 헬스키즈의 자원봉사자로, 커뮤니티에서 오랜 세월 봉사해오면서도 이헌자라는 이름보다‘닥터 단 리의 와이프’로 불리는 것에 만족했던‘내조의 여왕’이었다.
그런 아내의 헌신에 보답하듯 단 리 박사(남가주심장내과연구소 원장·USC 의대 임상 부교수)는 미국내 심장혈관확장수술의 권위자로 거의 매년 베스트닥터에 선정되며 이 분야 최고의 전문의로 명성을 날려왔고, 아이들 또한 아들은 핵의학 전문의, 두 딸은 대학교수와 변호사로 성공해 활약하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2년 전 암 선고가 내려졌을 때 그가 한 첫 번째 생각은 “남편이나 아이들이 아닌 나에게 암이 발병한 것을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다음에 든 생각은 “이제껏 못다한 나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었다. 그리고 항암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건강을 회복한 지금, 그는 이헌자의 이름으로 한 권의 책을 들고 나왔다.
도서출판 서번트십에서 펴낸 ‘표주박이 담겨진 인생의 옹달샘’. 남편의 뒤에만 서있던 그녀가 처음으로 자기 이야기를 조용조용 들려주는 따뜻하고 잔잔한 삶의 지혜서다.
“사실은 항상 글을 써왔어요. 생각날 때마다 종이에 적어놓곤 했죠. 아프고 나니까, 그동안 너무 바빠서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남편, 한평생 환자들을 위해 공부하고 강의하고 수술대 앞에 서는 것을 숙명으로 믿고 사는 남편과 45년을 살면서 마음 속 갈피에 접어놓았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또 영어권에서 자란 아들딸 손자손녀들에게 엄마와 할머니로서 미처 못 들려준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지요. 시가와 친가 양쪽 집안과 어른들 이야기, 가족에 관한 좋은 기억들을 남겨주려고 정리한 것이 여기까지 왔네요”
책을 낼 생각은 없었는데, 글을 읽어본 사람들이 성화를 했고 결정적으로 남편의 격려가 마음을 움직였다고 한다. “남편이 읽으며 울더군요. 이런 감동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줄 수 있다면 책으로 내도 좋을 것이라고 해서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동안 내가 아이들과 후배들에게 늘 했던 얘기들이에요. 동화 속 ‘햇님과 바람’ 같은 평범한 얘기들이라 부끄럽지만 이 세상에는 성공과 명예보다 더 소중한 것, 아름답게 산다는 것과 올곧게 산다는 것들의 가치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맑은 옹달샘에서 사랑의 표주박으로 떠올린 삶의 지혜서’란 부제처럼 이 책에는 깊은 산중에서 맑은 샘물을 떠 마시는 느낌을 주는 글 45편과 평소 그가 한두 마디씩 적어두었던 시와 단상 18편이 실려 있다. ‘더 소중한 것은 사람’ ‘상대를 배려하는 삶’ ‘자족하며 사는 행복’ 등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이씨는 이 책에서 ‘배려하는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배려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서로 배려하고, 욕심과 미움만 버리면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는 너무나 당연하고 교훈적인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하고 있다.
그런데 그 ‘지당하신 말씀’이 고루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그의 60여년 삶 자체가 바로 그러했음을 사람들은 보아왔기 때문이다. 평범한 아내와 어머니의 삶에서 비범하고 아름다운 여인의 삶을 구현한 그는 이제 큰 병까지 극복해냄으로써 많은 후배들의 멘토로서 크나큰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암 진단을 받았을 때 나는 우선 아이들에게 내가 이겨내는 걸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중에 내 아이들이 암에 걸린다 해도 ‘어, 그거 아무 것도 아냐, 엄마는 씩씩하게 이기던데’ 하면서 잘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너무도 쉽게 이겼습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세상을 다르게 살 수 있다고 강조하는 그녀는 처음 대장암 선고를 받았을 때 몇 기인지 묻지도 않았다고 한다(3기였다). 그리고 남들처럼 절망하기보다는 낯선 미지의 세계로 여행 떠나는 마음으로 수술 받고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그런 마음 때문이었을까, 의사가 놀랄 정도로 부작용도 적었고 힘들지 않게 넘겼다는 그는 키모테라피 8개월 동안 전에 하던 일상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한다. 매일 아침 6시30분 남편에게 아침식사를 차려주는 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을 정도라니, 그런 사람에게 암은 머무를 곳이 없었나 보다.
“완치진단을 받았지만 5년이 지나봐야 안다”고 조심스레 말하는 그녀는 암 투병 중인 사람들에게 “왜 나한테 이런 병이 생겼나 하는 마음을 절대 갖지 말라”고 조언한다.
“하나님이 이 병을 주신 데에는 분명히 의미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우리를 눈동자처럼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나를 괴롭히려고 하신 건 절대 아니겠죠. 애들 키워보면 알잖아요 부모 마음을… 우리의 고통은 우리의 욕심으로 우리 자신이 고통스럽게 하는 데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도중 그녀가 가장 많이 쓴 단어는 ‘마음의 눈’이었다.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라는 말도 여러 번 했다. 마음의 눈으로 보면 삶의 우선순위가 달라진다고, 마음의 눈으로 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고, 그렇게 마음의 눈을 열고 이헌자씨는 이웃을 사랑하고, 가족을 지키고, 암도 이기고, 책도 썼다. 그리고 이제는 그 경험과 지혜를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차례다.
‘인생의 옹달샘’은 모든 인터넷 서점과 조이기독교서점(323-766-8793)에서 구입할 수 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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