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접어들었다. 미국식 전통에 따라 가족들끼리 모여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추수감사절이 지나고, 크리스마스와 신년이 연휴로 이어지면서 연말연시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될 것으로 보이는 올해는 이웃들을 위한 훈훈한 봉사와 나눔의 정신이 더 필요한 시기 같다.
그러나 아쉽게도 들려오는 소식들은 그렇게 훈훈하지만은 않다. 추수감사절 연휴에 터져 나온 한인 부부의 총격 후 자살 사건은 어려운 이민 생활 속에서 겪는 갈등과 아픔이 극단적인 방향으로 표출된 충격적 사건이어서 안타까움을 더 했다.
이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저 멀리 알래스카에서도 한인 연인들의 비보가 전해져왔다. 역시 한인 남성이 자신의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었다. 주변에 다르면 이들 커플은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연인 사이었다고 한다. 둘 다 10년 이상 현지에 거주하면서 이민 생활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는데 무엇이 이들을 그렇게 극단적인 방법으로 삶을 마감하게 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연말을 앞두고 마음을 스산하게 하는 일은 이 뿐 아니다. 한인사회에서 노숙자 선교로 널리 알려진 울타리 선교회가 현재 사무실과 노숙자 지원용 물품창고 및 식품 배부처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한인타운 인근 주택에서 퇴거될 위기에 몰렸다는 소식도 있었다. 한인사회나 독지가의 도움이 없다면 이들이 매일 전해주는 도넛을 기다리는 노숙자들과 이들이 끓여주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한인들은 더 이상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기댈 곳을 찾지 못할 지도 모른다.
일선에서 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한 전도사는 “한인사회가 한인타운에서 힘든 봉사활동하는 봉사자들에 대한 관심이 너무 없는 것 같다”며 현실을 전한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묵묵히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에 적극적인 지원이나 관심은 차치하고라도, 만약 한인타운에 주택을 개조해 노숙자 셸터를 만들라치면 벌떼 같은 항의 전화에 몸살을 앓는다는 것이다.
물론 아주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아직도 한인사회에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가진 것을 조금씩 나누면서 베품과 사랑을 조용히 실천하는 훈훈한 인정도 많을 것이다. 우리가 이를 위해 조금 더 마음을 열 때 그 훈훈함이 그윽한 향기처럼 널리 퍼져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2011년도 달력 한 장만을 남겨둔 채 새로운 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시기을 맞으며 내년에는 더 이상 한인사회에서 삶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보다는 남을 위한 봉사를 묵묵히 이어가는 한인들에 대한 시선이 보다 따뜻해지기를 기대해본다.
<허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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