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5.9%, 예일 6.8%, 프린스턴 7.9%, 스탠포드 6.6%. 미국에 사는 한인 부모들과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빅 4 대학의 2012년 가을학기 신입생 합격률이다.
4개 대학 모두 지난해보다 합격률이 더 낮아졌다. 그렇지 않아도 합격하기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는 명문 사립대의 입학 문이 올해 더 좁아진 셈이다.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공립대 시스템으로 알려진 UC는 어떤가? UC 당국의 올 가을학기 신입생 합격자 통계자료 발표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UC 또한 지난해보다 입학 문이 더 좁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입학정원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만 지원자는 매년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항상 그래왔듯 올해도 입시생 자녀를 둔 한인부모들의 관심은 온통 ‘누가 어느 대학에 붙었는가’에 쏠렸다. 지난 2~3개월 동안 12학년 자녀를 둔 부모들은 집과 직장, 교회 등 장소를 막론하고 삼삼오오 모여 대학입시를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고 같은 주제의 인터넷 게시판도 매일 뜨겁게 달궈졌다.
이런 현상을 꾸준히 모니터 하면서 예나 지금이나 한인들의 명문대 집착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느꼈다. 원서를 제출한 아이비리그 대학들로부터 모두 불합격 통지서를 받고 속이 상한 딸이 하루 종일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며 속풀이를 하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고교시절 내내 올 ‘A’ 학점과 만점에 가까운 SAT 점수를 받은 아들이 꼭 가고 싶었던 동부의 명문 공대에 불합격 했다며 딱한 처지를 하소연하는 아버지도 있었다.
물론 대학의 명성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대학에 가서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고 이 같은 행동이 그 학생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고등학교 때 우등생 이었고 대학도 소위 명문대를 갔는데도 졸업 후 자기 앞가림을 제대로 못하는 학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들이 헤매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적성과 흥미, 취향에 맞는 대학을 고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뛰어난 학업 능력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은 대학에 진학하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낭패를 볼 수 있다.
일찌감치 잘하는 것과 잘 못하는 것, 관심 있는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를 확실히 구별해 멀리 앞을 내다보고 진로에 대해 고민한 학생들이 오로지 명문대 입학사정 기준에 맞추어 근시안적으로 스펙 쌓기에만 올인 한 학생들보다 훨씬 탄탄한 기반을 다진 것이다.
합격자 발표가 마무리된 지금, 12학년생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부분이 여러 대학에 지원했기 때문에 복수의 대학으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은 학생들은 남은 2주 동안 등록할 학교를 결정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하며 꼭 가고 싶은 대학의 대기자 명단에 오른 학생들은 최종 합격자 명단에 들기 위한 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
미국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때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고등학교 때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공부를 잘 했던 한인학생 중 상당수가 ‘최고’ 대학에 입학한 후 학업을 따라가지 못해 졸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부모가 옆에서 모든 것을 챙겨주던 환경에서 벗어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스케줄을 자기 스스로 관리하는 독립적인 생활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다.
대학에 진학하는 순간 고등학교 시절 이루었던 모든 것이 ‘제로’(0)가 되며 모든 신입생은 동일한 출발점에 서게 된다. 좋은 대학에 붙었다고 자만하고 자기 계발을 게을리 한다면 고등학교 때 우등생 명단에 든 것으로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고 대학에 합격한 모든 학생들에게 축하와 격려의 메시지를 보낸다. 하지만 워밍업이 끝났을 뿐이다. 본 게임은 이제부터다.
<구성훈 특집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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