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자해지’라 했다. 일을 벌인 사람이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고질적인 한인회 선거 후폭풍이 우려돼서 하는 말이다.
지난 19일 예정됐던 LA한인회장 선거가 선거 사흘을 앞두고 박요한 후보의 자격박탈로 싱겁게 끝났다. 홍보물 우편 메일 발송 금지 규정을 어겨 한차례 경고를 받은 박 후보 측이 다음날 선거관리위원회에 사전 통보 규정을 또다시 어기고 4곳을 방문하는 실수를 범했다. 또 한 양로보건센터에서는 200달러 이상의 음식물 제공 금지 규정을 어기고 252달러를 쓰는 바람에 누적 경고를 받고 말았다.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고심 끝에 8명 만장일치로 박 후보의 자격을 박탈했다. 선관위는 나머지 후보인 배무한 후보의 무투표 당선을 선언하고 한인회 당선 증을 전달하면서 31대 한인회장 선거를 마무리 했다.
이튿날 일부 한인들은 선거를 사흘 앞두고 선관위가 사소한 일로 후보 자격을 박탈했다고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의 주장은 새 선거법을 만들어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LA한인회장 선거 이행추진위원회’(선추위)라는 모임을 만들고 “새로운 선관위를 발족시켜 한인회장 선거를 다시 치르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무투표 당선된 배무한 당선자의 사퇴까지 촉구하고 서명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사자인 박요한 후보가 기자회견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날 기자회견을 자처했던 한인들 중 일부는 2년전 박요한씨에게 새 한인회를 만들도록 부추겨 한인사회에 먹물을 던졌던 인사들이다. 박씨는 2년 전에도 한인회장에 출마했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자격을 박탈당했다. 당시만해도 적지 않은 한인들이 박씨가 석연치 않는 이유로 자격이 박탈됐다며 무투표로 재선된 스칼렛 엄 한인회장에 비난의 화살을 보냈었다.
급기야 박씨는 선거에 불복한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새 한인회를 만드는 무리수를 두는 바람에 기존 한인회에 흡수되기 까지 1년 내내 커뮤니티의 웃음거리가 돼야 했다. 1년간 새한인회 회장을 맡으면서 박씨가 약삭빠른 한인단체장들에게 쓴 돈만도 10만 달러가 넘은 것으로 알려 졌다.
당시 박요한씨를 부추겨 선거 불복에 새 한인회 발족을 밀어줬던 인사들이 이번에도 또 나선 것이다. 이들이 어떤 행동을 해도 손해 볼 것은 없지만 그에 대한 비난은 또다시 박씨의 몫으로 돌아가게 돼 있다.
55마일 고속도로에서 60마일로 달려도 교통위반 티켓을 받는다. 법원에서 따져봐야 판사가 봐주지 않는다. 남들 다 빨리 달리는데 나만 티켓을 주느냐고 따져봐야 “너나 잘하라”는 답변만 돌아오는 것이 법이다.
양 후보가 10만 달러의 공탁금을 걸고 피가 마르는 사투를 벌여야 하는 것이 한인회장 선거다. 한번 규정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사소한 실수를 인정해 준다면 막판에는 금전이 오고가는 난장판 선거가 될 것이 뻔하다.
선거 규정을 지나칠 정도로 까다롭게 만들었다는 비난도 있지만 이는 한인회장 선거의 과열 현상을 막기 위해서로 봐야한다. 과거 한인회장 선거 때면 후보들마다 표를 빌미로 돈을 뜯어가는 선거꾼들의 극성에 몸살을 앓아왔지 않는가. 까다로운 선거 규정은 오히려 후보들의 고민을 덜어주는 안전장치나 다름이 없다.
2년전 후보 자격박탈과 새 한인회 창단으로 한인회의 위상은 형편없이 떨어져 있다. 한인회장을 초청자 명단에서 빼는 단체들도 많아졌고 한인회 무용론까지 제기됐었다. 한인사회가 또다시 혼란의 수렁에 빠지느냐의 여부는 부추기는 인사들이나 한인회에 달려 있지 않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자격 박탈 결정을 바꿀 리도 없고 물러나는 현 한인회장단이 선거를 뒤집을 법적 근거도 없다. 선취위는 박씨를 부추겨 또다시 한인사회를 뒤 흔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정섭 부국장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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