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젊은 세대의 부채가 기록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얼핏 듣기에는 빚이 줄어들어 좋은 현상처럼 들리지만 경기회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자금 융자 부채는 크게 늘어난 반면 경기활성에 도움이 되는 자동차 융자나 크레딧 카드 빚, 모기지 융자 등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경제가 활력을 찾으려면 시중에 돈이 돌아야 되는데 소비의 중심에 자리 잡은 젊은이들이 카드 등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 졸업자들의 수입은 불경기 들어 감소한 데다가 학자금 융자를 갚느라 다른 곳에 돈을 쓸 여유가 없다.
카드 빚·자동차 융자 등
1995년 이래 최저로 줄어
“유사시 대비” 저축은 증가
경기활성화엔 도움 안돼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기구인 퓨 리서치센터는 최근 35세 이하 미국 젊은이들의 평균 부채가 2001년 1만8,000달러에서 2010년 1만5,000달러로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95년 이래 가장 적은 액수다. 부채는 모기지, 크레딧 카드, 자동차 융자, 학자금 융자 등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빚을 포함한다.
카드빚을 지고 있는 젊은이들도 줄어들어 22%는 아예 카드빚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정부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3년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다. 하지만 학자금 부채는 2003년 말 2,530억달러에서 4배가량 늘어난 9,66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연방 준비제도이사회가 밝혔다. 이에 따른 학자금 부채 체납비율도 커졌다. 일반 부채와는 달리 학자금 빚은 파산을 해도 탕감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갚을 때까지 평생을 따라다니며 젊은이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게 된다.
경기활성에 도움 안 돼
부채가 적다는 말은 경제를 유지해 주는 소비심리를 위축시킨다는 것을 의미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회복된 후에도 이같은 경향이 계속될지는 알 수 없겠지만 젊은이들의 부채가 부모 세대보다도 적은 것만은 사실이다.
연방 준비제도이사회는 경기진작을 위해 역대 최저수준의 낮은 이자율을 유지하고 있다. 낮은 이자율은 자동차나 주택구입 심리를 자극할 것으로 보았지만 젊은이들에게는 잘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아이다호의 보이즈 주립대학에 재학 중인 자이로 갈베스(20)는“ 꼭 필요치 않다면 빚을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갈베스는 부모가 7년여 전에 재정문제로 다투다가 이혼했다면서 지역 은행으로부터 7만5,000달러의 등록금 융자 제안을 받았지만 7,000달러만 빌리고 백화점 구두코너에서 파트타임으로 32시간 일하면서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부채가 많아지면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만둘 수 없게 되고 직장을 잃으면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브루킹스 싱크탱크 연구소의 인류학자인 윌리엄 프레이는 불경기는 젊은이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면서 특히 주택가격 폭락과 재정위기 등을 경험한 나이든 가장들이나 친구들을 보면서 재정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퓨 리서치에 따르면 젊은 세대 56%가 2001년에 비해 부채가 크게 줄어들었거나 안정된 단계였다. 35세 이하 젊은 세대의 부채 중간 값은 2007년 2만2,000달러에서 2010년 1만5,473달러로 29% 하락했다. 반면 35세 이상 나이든 세대주들의 부채 하락률은 같은 기간 8%에 그쳤다.
이는 젊은 세대들의 주택융자와 기타 소비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그렇다고 젊은이들이 집을 살 능력이 안 된다고 보기는 힘들다.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을 늦추고 재정적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하기 전까지 주택구입도 늦추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자동차 융자나 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부채가 적다고 해서 재정적으로 풍족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젊은이들은 나이든 사람들보다 돈 쓸 곳이 더 많다.
지난 2001년과 비교해 보면 젊은이 50%가 카드빚을 지고 있었지만 2010년은 39%만이 빚을 지고 있었다.
또 자동차의 경우도 25세 미만의 73%가 자동차를 가지고 있거나 리스를 했지만 2010년에는 39%로 뚝 떨어졌다.
젊은 세대에게 더 엄격하게 적용되는 융자기준도 돈 빌리는데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학자금 부채 많아
연방 준비제도이사회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5~2012년 10만달러 이상의 학자금 부채를 가진 25~30세 젊은이들의 카드 등 비학자금 부채는 크게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학자금 부채가 많아지면서 결국은 젊은층이 또 다른 빚을 질 생각을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학자금 부채가 적거나 아예 없는 젊은이들 역시 부채가 줄어들기는 마찬가지였다. 25~30세 젊은이들의 평균 부채는 2005년 3만달러에서 2010년 2만달러로 줄어들었다.
대부분의 전국 학자금 부채는 소수의 젊은이들에게 집중돼 있는데 대략 4분의 1의 젊은이들이 전체 부채의 80%를 가지고 있었다.
중장년 부채는 증가
한편 나이든 세대들은 지난 10년간 부채가 더 늘어났다. 전형적인 나이든 세대의 부채는 2010년 3만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2001년 1만8,000달러보다 늘어난 것으로 젊은이들과 비슷한 수준의 부채 비율을 보였다. 1983년에는 젊은 세대의 빚이 나이든 세대보다 더 많았다.
퓨 연구소의 리처드 프라이 연구원은“ 젊은 세대들은 지난 10년간 부채가 줄어든 반면 나이든 세대는 늘어났다”면서 “주요 요인은 주택융자 감소로 분석되며 이는 경기회복세가 아직은 미약하다는 사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프라이 연구원은 특히 젊은 세대의 수입이 불경기 들어 줄어들면서 부채에 대한 부담이 많아져 빚을 질 수 없는 상황에 온 것이라고 말했다.
2009~2011년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의 급여 중간 값은 2만7,000달러로 2007년보다 더 낮았다.
저축률은 늘어나
동시에 젊은 세대들의 저축률도 늘어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만해도 돈을 모으는 젊은이들의 숫자가 크게 떨어져 2006년까지 바닥세를 유지하더니 요즘은 저축률이 어느 나이 그룹보다도 더 높은 것으로 무디스 분석 결과 나타났다. 35
세 이하 젊은이들의 저축률은 2006년 여름까지 마이너스 15%로 뚝 떨어졌지만 2010년에는 5%로 늘어났다. 또 지난해 3분기의 저축률은 35~45세 연령대와 비슷한 수치인 2~3%로 늘었다.
앨라배마 버밍햄에서 인터넷 기술교육 강사로 일하는 나산 클레번저(33)는 2000년대에는 과소비로 크레딧 카드빚을 지고 있었으나 요즘은 모두 갚고 가능한 많은 금액을 저축하고 있다.
수입이 적었던 7년 전 부채는 2만5,000달러였다. 그는 아내와 함께 3개월 분량의 봉급을 실직 등을 대비한 비상금으로 모아놓았다.
클레번저는“ 상당히 조심하고 있다”면서“ 와이프의 직업은 안정적이며 내 직업도 괜찮기는 하지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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