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난농부와 소비자 직결하는 사업 모델들 등장
▶ 농부들 커피콩 수확해 바로 파는 대신 가공 수출에 동참해 소매상과 직거래
조지아, 몬로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케네스 랜더는 지난 2005년 코스타리카로 이주해 커피 농사를 시작했다. 라틴 아메리카에 항상 마음이 끌렸던 그는 그 1년 전 코스타리카의 삼림에서 휴가를 보낸 후 다음에는 이곳에 와서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시작한 커피 농사가 그를 새로운 사업으로 이끌었다. 커피 재배농부와 커피 소매상을 직결시킴으로써 농가의 수익을 올리려는 시험적 사업모델이다.
지금 46살인 케네스는 코스타리카에 살면서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조지아에서 개발에 참여한 주택단지의 부지를 팔아서 현금을 넉넉히 챙겼기 때문이었다. 앞으로도 부지를 조금씩 팔아서 그 돈으로 생활을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래서 처음 그는 재미로 커피 농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2008년 금융 위기가 닥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부지 가격이 폭락했다. 갑자기 그는 커피 농사로 생계를 이어야 하게 되었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12에이커의 농토에서 우량품 커피 연간 수확량은 6,000파운드에 불과했다.
그는 ‘공정 거래’ 협동조합에 소속되어 있었다. 공정거래 소속 농부들은 최저가격을 보장받지만 가격이 너무 낮았다. 미국에서 소비자들에게 파운드 당 12달러에 팔리는 커피에 대해 농부들은 1달러30센트를 받을 뿐이다. 소득이 너무 적어서 그는 120달러로 2주를 버텨야 한 적도 있었다.
“계산대 앞에서 샴프를 사지 말까 쌀을 사지 말까 고민을 해야 했을 정도였어요.”
커피나 코코아 등 기호품은 소매가에 비해 농부들에게 돌아가는 돈이 너무도 적어서 개발도상국의 커피나 코코아 재배 농부들은 가난을 면치 못해왔다. 이런 불균형을 바로 잡기 위해 지난 수십년간 전 세계적으로 전개 된 것이 공정거래 운동이었다.
농작물에 대해 ‘공정한’ 가격을 보장해주는 조건으로 소속 농부들은 공정거래 인증 단체들이 정한 환경 및 노동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그런데 케네스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좀 더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선 실험적으로 시도를 해보았다. 커피 로스터로 커피콩을 볶아서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팔기 시작했다. 아울러 커피샵을 차려서 여행객들에게 커피를 팔았다.
그러다 보니 커피콩이 모자라 그 지역 커피 농부 두명과 팀을 이뤘다. 많은 양을 선적하기 시작하자 갑자기 돈이 모이는 것이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지난 2011년 그는 그 지역 커피 농부 알레한드로 가르시아, 그리고 애틀랜타의 창업자 마이클 존스와 함께 트라이브 파머스 커피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회사는 아직도 시험 단계이지만 아이디어는 분명하다. 커피가 재배되어 소비자들에게로 가는 유통 과정에서 농부들이 보다 많이 개입함으로써 농가수익을 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커피 재배 농부들은 보통 수확한 상태 그대로의 초록색 커피콩을 판다. 커피를 볶기 이전 단계이다. 그 단계에서 시장가격은 지난 2월 기준 아라비카 커피 한 파운드에 평균 1달러53센트였다. 공정거래의 개념은 농부들에게 시장 가격을 지불하되 최저 가격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현재 아라비카 커피의 최저가격은 1달러40센트이다. 아울러 농부들로부터 커피콩을 모아 넘기는 지역 협동조합은 파운드 당 20센트의 프리미엄을 받아서 농부들과 가족들의 의료보험, 장학금 등으로 쓴다.
이론적으로 공정거래 소속 농부들은 잃을 게 없다. 시장가격이 공정거래 가격보다 높으면 농부들은 시장가격을 받고 협동조합은 여전히 프리미엄을 받기 때문이다. 공정거래 소속 구매자들은 커피콩을 사들인 후 로스팅 등 가공 과정에 경비를 들인 후 나중에 커피의 최종 가격을 결정한다.
트라이브 시스템에서 농부들은 커피콩을 팔고 바로 대금을 지불 받는 것이 아니라 커피가 수출되고 상품으로 포장 되고 소매상들에게 팔린 후에 지불 받는다. 시간이 걸리는 대신 이윤은 훨씬 높아진다. 예를 들어 커피가 파운드 당 7달러25센트에 팔렸다면 트라이브는 이를 농부들과 50대 50으로 나눈다. 농부들은 파운드 당 3달러60센트를 받게 되는 것이다.
대신 농부들은 커피콩을 로스팅하고 선적하는 과정의 경비를 부담해야 하지만 이런 비용을 모두 제하고도 공정거래를 통해 팔 때보다 순익이 4배정도 된다고 트라이브 측은 말한다.
트라이브 시스템과 유사한 혁신적 사업 모델이 현재 커피와 코코아 업계에서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다. 농부들이 수확한 농작물을 팔고 손을 터는 것이 아니라 소유권과 이윤을 늘릴 수 있는 방안들이다.
예를 들어 런던에 본사를 둔 디바인 초컬릿은 가나의 코코아 농부들이 소유권 일부를 가지고 있어 기업 이윤의 일정 분을 받는다. 캘리포니아, 데이비스에 있는 파차마마 커피 코퍼러티브는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농부들이 주인으로 미국에서 커피를 볶아 판매한 이윤 모두가 농부들에게로 돌아간다.
모두가 공정거래에서 파생된 사업 모델들로 농가 수익 증대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농부들이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으로부터 완전히 탈출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이다.
그러나 이런 모델이 얼마나 많은 농부들을 대상으로 할 수 있을 지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페어 트레이드 USA의 폴 라이스 회장은 공정거래 가격이 하한선이지 상한선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다. 커피 공급자와 미국 기업들 사이의 거래를 인증하는 비영리조직이다. 그에 의하면 고급품질의 커피를 공급하기로 평판이 난 협동조합의 경우 파운드 당 가격은 3달러가 넘는다.
무엇보다 공정 거래의 강점은 스타벅스, 그린 마운틴 커피 로스터 등 거대 커피 회사들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 두 회사는 지난 2011년 기준 공정 거래 인증 커피 8,460만 파운드를 수입했다. 공정 거래 레이블이 갖는 품질보장과 신뢰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한편 트라이브 등 군소 회사들이 갖는 한계가 바로 이런 부분이다. 커피를 볶고, 수출하는 과정에서 맛이나 품질이 변하는 등 예기치 못하는 상황에 얼마나 대처해낼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아울러 농부들은 커피가 수출되고 소매상에 팔린 후에야 돈을 받게 되는 데 이 긴 기간을 버티는 게 영세한 농부들에게는 문제라는 것이다. 커피 수확 후 소매상에 팔리기 까지는 보통 6~12개월이 걸린다. 그래서 첫해는 소량만 트라이브를 통해 팔고 차츰 양을 늘리는 방식을 농부들에게 권하고 있다고 케네스는 말한다.
<뉴욕 타임스 - 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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