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처럼 한가위는 우리에게 풍요를 상징하는 명절이다. 그래서일까, 지난주 필자는 마음의 풍요로움을 나누는 특별한 추석을 맞이했다. 비록 고국을 방문해 부모님과 함께 성묘를 가지도 못했고, 가족들과 모여 송편을 빚진 못했지만 추석 보름달처럼 휘영청 빛나는 귀한 손님을 만났다. 우리를 찾아준 귀인은 ‘휠체어 바이올리니스트’ 차인홍교수다.
미주 한인들 사이에서 뿐 아니라 고국에서도 유명인인 차인홍 교수는 한인 장애인으로는 최초로 83대1의 경쟁을 뚫고 미국 오하이오 라이트 주립대 교수가 된 인물이다.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쓸 수 없었던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재활원에 맡겨져 배고픔과 외로움의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그의 인생에도 기적이 찾아왔다. 그것은 ‘음악’이었다. 차인홍 교수가 재활원에 버려졌을 때 그는 강민자 선생의 무료 바이올린 레슨을 받게 된 것이었다. 그것을 계기로 그는 바이올린을 시작했고, 그 후에 만난 고영일 선생과 헌신적인 그의 아내 조성은씨 그리고 아사재단의 장정자 이사 등의 도움으로 유학을 할 수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지금의 자신의 자리가 가능했다며 차인홍 교수는 다음과 같은 고백을 했다.
“내가 이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의 빚을 지고 살아왔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나를 감동시켰다. 이제 서서히 그 빚을 갚아야 한다는 것, 내 인생의 전반기가 사랑받고 살아온 이야기라면 후반기는 사랑하며 산 이야기여야 한다는 사실에 내 마음이 뭉클해졌다. 나의 음악을 통해 어렵고 힘든 시기를 통과하는 그들에게 힘을 돋워주고 싶다. 이 세상이 축복받은 사람들로 넘쳐날 수 있도록 ‘축복의 세레모니, 사랑의 세레모니’를 연주하고 싶다.”지난 토요일 ‘Love-in-Music’의 주관으로 열린 ‘사랑의 콘서트’에서 그는 축복의 세레모니, 사랑의 세레모니를 연주했다. 그의 인생만큼 아름답고 진한 감동을 주는 연주였다. 영광스럽게도 필자가 그의 바이올린 연주의 피아노 파트를 맡았는데 연습과정에서 그와 많은 교제를 나눌 수 있었다. 성공한 사람에게 느껴지지 않는 겸손함과 온유함을 통해 그의 음악이 왜 그렇게 따뜻한지, 또 큰 감동을 줄 수 있는지 깨닫게 됐다.
그의 음악은 단순히 듣고 느끼는 것 뿐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마음의 상처까지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겪어야 했던 지난 힘든 시간들을 통해 누군가의 삶에 음악을 선물하겠다는 그의 마음이기도 했다.
이번에 이 음악회에는 차인홍 교수와 함께 여러 음악가가 ‘재능기부’를 해 주었다. 박트리오, 권영대 교수, 황현정 교수 등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필요한 이들에게 나누어 줌으로써 그것이 곧 사랑의 실천이 되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기부는 자신이 가진 소중한 것을 내어주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훌륭한 재력가들이 피땀 흘려 번 재산의 일부를 사회에 기부하는 것처럼, 자신이 가지고 있는 탤런트를 통해 기부 하는 것 역시 소중한 사랑의 시작이 될 것이다.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으로 차인홍 교수가 큰 음악가로 성장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 박트리오가 속한 ‘Love-in-Music’은 재능기부를 위해 오랜 시간 힘써 왔다. 흑인, 라티노 커뮤니티의 저소득층 가정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악기를 제공해 주며, 그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며 음악을 통해 그들의 삶과 인생이 조금이나마 아름답고 풍요로워지도록 도왔고, 앞으로도 음악을 나누는 일에 매진할 것이다. ‘Love-in-Music’ 진정한 음악은 사랑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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