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주 베이 지역에서 20여년 한식당을 경영한 사람으로서 몇 주전 오피니언 란에 실린 폴 손 씨의 ‘요원한 한식의 세계화’란 글을 읽고 씁쓸함과 분노를 느꼈다. 그 글을 요약하면 한식 세계화를 위해서는 창의적으로 퓨전 음식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 한식 세계화를 주도해야 할 사람들이 한식당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한식당이 청결하지 못해 세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내가 아는 이 지역 한식당 주인들은 열심을 다하며 위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식당들 중에서도 한식당은 참으로 힘든 사업이다. 한식은 옛 어른들 말씀대로 손맛이다. 그 손맛을 잃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쓰며, 손맛을 전수해주고 싶어 후배 양성에 주력하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한식을 이어가려는 몸부림이다.
나는 퓨전이 한식의 세계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퓨전은 한마디로 족보 없는 음식이다. 한식 세계화는 반드시 옛 맛을 살려내서 그것을 타민족에게 알리는 일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김치를 먹고, 된장찌개를 먹을 수 있는 것이 오래도록 한식을 알리는 한식의 세계화이다. 손 씨는 음식 값이 비싼 식당에서 싸구려 젓가락을 내놓은 케이스도 비판했다. 그런데 이면을 들여다보면 한때 성업했던 한 식당은 비싼 나무젓가락 가시에 입술을 다쳤다고 고소당한 후 오히려 부드럽고 가격 저렴한 젓가락으로 교체해 문제를 해결했다. 메뉴를 정하고 인테리어나 식기 등을 정하는 것은 업주가 각 식당 사정에 따라 결정할 거라 생각된다.
한식 세계화를 주도해야 할 사람들이 한식당에만 가야 한다는 주장도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고국 걱정하고 사람들은 한국산 자동차만 타야하고 아이폰은 사지 말고 삼성이나 LG 휴대폰만 구입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는 총영사가 부임 기자회견을 한 식당이 일식당이었던 것을 비판했는데, 그것이 한인이 운영하는 일식당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았는지 궁금하다.
한식당이 비위생적이라는 지적도 납득하기 어렵다. 지금은 옛날과 달리 보건국의 식당 위생 검사가 철저하다. 위생등급이 낮게 나오면 그 식당은 한시적으로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청결하지 않으면 영업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가 어느 한식당에 갔는지 몰라도 화장실 손잡이에 손때가 덕지덕지 묻었다는 표현은 참으로 유감이다. 특정 식당의 불결을 한식당 전체의 문제인 양 표현한 것은 유감이다. 작은 한 부분으로 전체를 매도하는 식의 부정적인 사고는 위험하며 사회에도 유익하지 못하다. 잘못된 점은 당연히 고쳐야 하겠지만 내가 경영하는 식당만 해도 청결이 우선순위 1위다.
한식의 세계화를 진정 원한다면 한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밥 짓고 김치를 만드는 사람이다. 현재 미국 대형마켓에 김치와 깍두기, 비빔밥과 김치볶음밥, 반찬을 납품하고 있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한식 세계화의 한걸음이라 믿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만들고 배달하고 납품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결코 한식의 세계화가 요원한 것만도 아니다. 일식, 중식 및 기타 아시아 음식들이 하루아침에 세계화 대열에 끼어든 것이 아닌 것처럼 마음을 열고 생각을 깊이 하면 요원했던 ‘한식의 세계화’도 앞당겨지리라 믿는다. 그러나 한식 세계화는 한식다운 한식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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