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안한 죽음 맞게 보살피는 동물 호스피스 인기
▶ 진통제 진정제 투여해 고통 덜하게, 때 되면 병원 아닌 집에서 안락사
버지니아의 수의사 미셸 프라이스에게 한 고객이 애완견을 진찰받게 하고 있다.
애완동물 호스피스‘랩 오브 러브’를 공동 창업한 매리 가드너 수의사. 애완동물들을 위한 호스피스 운동이 미 전국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개와 고양이 등 애완동물들이 점점 사람 같은 대접을 받는 세상이다. 애완동물 의류나 침구, 장난감은 기본이고 애완동물 스파에 애완동물 심리치료사까지 있다. 주인 잘 만나면 동물 팔자가 웬만한 사람 팔자보다 낫다. 이제 그런 대접이 생의 마감에까지도 적용이 되게 되었다. 가장 최근의 현상, 바로 애완동물 호스피스 운동이다.
미전국적으로 동물 호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의사들이 점점 늘고 있다. 사랑하는 개와 고양이의 마지막 가는 길이 덜 불안하고 보다 평안하도록 만들어 주고 주인들의 마음도 평안하게 만든다고 마케팅을 한다.
애완동물 호스피스는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공격적 치료를 중단하고 진통제와 진정제를 투여함으로써 평화롭게 동물을 보내주자는 취지이다. 사람 대상 호스피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안락사를 선택조항에 포함시킨다는 것. 사실 애완동물의 생을 마감하는 일에서 안락사는 큰 부분을 차지한다. 동물이 죽을 때가 되었다고 판단이 되면 수의사들은 집 거실이나 침실 등 가족들이 편안하게 여기는 곳에서 안락사를 시행한다.
동물병원이나 동물보호소가 아닌 정든 집에서 안락사를 시켜서 좋은 점은 주인들이 죄책감을 덜 느끼게 되고, 동물의 죽음에 대해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느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병원 대신 개인 집에서 안락사를 실시할 경우 비용은 25% 이상 더 들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수의사 그리고 고객들의 말이다.
‘랩 오브 러브’라는 동물 호스피스 공동 창업자인 매리 가드너 수의사에 의하면 안락사를 할 때 그 동물과 가까웠던 다른 고양이나 개들, 아이들도 함께 참석할 수 있다. 애완동물의 주인들을 그는 ‘엄마’ ‘아빠’라고 지칭한다. 현재 LA에서 동물 호스피스를 운영하고 있는 그의 경험에 의하면 안락사를 앞둔 개를 위해 바비큐 파티를 여는 집도 여럿 있었다. 수의사와 이웃들도 초청된 그 파티에서 개가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랩 오브 러브’의 사업은 지난 2010년 플로리다에서 두 사람이 시작했던 것이 지금은 18개 주에서 86명이상의 수의사들이 합류할 정도로 번창했다. 지난 2009년 발족한 국제 동물 호스피스 및 통증완화치료 협회는 현재 200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다. 회원은 대부분 수의사이지만 가족심리치료사, 변호사, 그리고 북가주의 한 동물 보호소도 가입했다.
켄터키의 수의사이자 동물병원 추세 웹사이트(JustVetData.com) 운영자인 이든 마이어스는 공식적 동물 호스피스 운동이 사방에서 전개되고 있다고 말한다.
국제 동물 호스피스 협회를 시작한 시카고의 수의사 아미르 샤난은 이 운동이 아직 주류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한다. 물론 호스피스의 필요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의견이 한편에 있지만 이런 의구심은 20년 전이라면 100%였다는 것이다.
한편 동물 호스피스와 관련해 공식적 기준은 없다고 샤난은 말한다. 안락사 실시 시점을 누가 정하느냐는 데 대한 토론이 있기는 하지만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는 것이다. 일부 호스피스는 사람들의 경우처럼 동물이 자연적으로 죽을 때까지 통증완화제를 계속 투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호스피스와 가정집 안락사는 별개의 사안이다. 두가지가 모두 늘어나는 데는 공통된 요인들이 있다. 사람 대상 호스피스가 점점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추세, 그리고 셀폰, 랩탑, 온라인 마케팅의 확산이다. 모바일 수의과 진료가 쉬워진 것이다. 아울러 전통적 동물병원을 개업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고비용이 부담스러운 수의과 의사들이 점점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세이다. 아울러 “애완동물에 대해 기꺼이 돈을 쓸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동물 호스피스 사업을 번창하게 하고 있다.
애완동물 주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호스피스를 이용함으로써 공격적 치료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가 있다.
‘랩 오브 러브’가 호스피스나 안락사 왕진에 대해 청구하는 비용은 보통 200달러나 250달러이다. 안락사를 동물병원에서 실시하면 좀 더 싸고, 비영리 동물 보호소에 가면 비용은 더 내려간다. 하지만 일부 주인들은 자신들이 얻는 마음의 평화를 생각하면 비용은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플로리아, 보카 레이튼의 사무직원인 잰 도르는 애완견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 호스피스를 택했다고 말한다. 그는 애견 다비의 화학치료 비용으로 5,000달러를 썼다. 그런데도 다비의 건강은 악화되었다. 그러다가 애완동물 호스피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1년 전 그의 아버지가 호스피스에서 좋은 경험을 한 후 세상을 떠났던 것이 결정에 영향을 주었다.
잰은 가드너 박사에게 연락을 취했다. 진통제 투여량을 점점 늘림으로써 다비는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고 이후 시간이 되었다 싶었을 때 안락사를 시행했다.
다비가 가던 날 도르는 침대에 다비를 데리고 누워 개를 꼭 안아준 후 떠나게 했다. 애견이 추운 방 철제 테이블에서 죽게 하는 것은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고 그는 말한다.
캘스테이트 바예호의 죽음 전공자인 캐서린 마로치노 교수는 지난 1996년 니키 애완동물 호스피스 재단을 설립했다. 애완동물이 죽음을 목전에 두게 되면 주인들이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부담이 이런 운동을 태동하게 한 것으로 그는 설명한다. 죽어가는 동물을 두고 공격적 치료를 계속 받게 해야 하는 지 안락사를 시켜야 하는 지 결정해야 하는 부담이다.
북부 버지니아의 수의사인 미셸 프라이스는 지난 2009년 이후 가정집 안락사가 두배로 늘어 업무의 20%에 달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최근 그는 챔프라는 개의 안락사를 맡았다. 그 개를 처음 본 것은 지난 8월이었다. 가족들이 안락사를 시킬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서 그에게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개는 아직 상태가 괜찮아서 호스피스 치료와 진통제 투여를 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최근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면서 걷지도 못하게 되자 안락사를 준비했다.
챔프는 벽난로 옆 퀼트에 누어있고 프라이스 수의사는 먼저 진정제를 주사했다. 이어 가족들이 돌아가며 개를 포옹하고 “참 좋은 개였다. 사랑한다. 많이 보고 싶을 거다”라는 말들을 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챔프는 조용히 잠이 들었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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