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노인들이 맥도널드에서 쫓겨났다는 뉴스는 가슴 아프다. 뉴욕의 한인 밀집지역인 플러싱 맥도널드가 한인노인들이 너무 오래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영업에 지장이 있다며 경찰을 불렀다. 주로 70대 후반인 노인들은 경찰이 매장 안으로 들어오면 자리를 피했다가 곧 바로 다시 들어오기를 반복한다고 한다. 안타깝고 서글픈 숨바꼭질이다.
소일거리 없는 노인들이 맥도널드 같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LA 한인타운에서도 맥 다방, 별 다방 하면서 맥도널드나 칼스 주니어에 삼삼오오 모여 진을 치고 있는 노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더우면 더워서, 추우면 추워서 냉·난방 잘 된 패스트푸드점은 노인들에게 더 없이 편리한 모임장소가 되어 왔다. 커뮤니티 내에서만 알고 있던 일인데 뉴욕타임스가 며칠 전 크게 보도하면서 전국적 시선을 끌었다.
식당이 손님을 함부로 내쫓을 수는 없다. 스타벅스 등 와이파이를 갖춘 커피점에서는 젊은이들이 랩탑을 들고 와 몇시간씩 일하는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다. 단지 오래 앉아있었다는 이유로 손님을 내쫓지는 못한다. 그런데 그것이 식당 측과 손님 사이의 다툼으로 이어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업소 측은 9.11에 신고해서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가 있다.
플러싱 맥도널드는 다른 손님들이 앉을 데가 없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상황인데도 노인들이 자리를 내놓지 않아서 경찰에 신고했다고 했다. “여기가 시니어센터는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리고는 “손님들은 20분 내에 식사를 끝내야 한다”는 안내문을 매장 내에 붙였다. 말할 필요도 없이 한인노인들을 겨냥한 안내문이다.
노인들은 “우리도 손님이니 원하는 만큼 앉아있을 권리가 있다”고 반박한다. 뉴욕 한인단체들은 ‘인종차별이자 노인차별’이라며 맥도널드 불매운동을 발표했다. 한인사회로서는 당연한 조치이다. 우리 노인들을 홀대하는 기업에 강력하게 항의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문제의 근원을 함께 생각하는 일이다. 노인들, 한인사회의 어머니 아버지들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면서까지 왜 맥도널드에 가고 또 가는 것일까. 달리 갈 데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LA에서 한인타운 연장자센터를 이끄는 캐서린 문 소장은 “한인타운에 시니어 센터가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인들이 함께 모여 심신의 건강을 챙기고 정보를 교환하며 친교를 나눌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인 노년층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젊은 나이에 미국에 온 그룹과 노년에 온 그룹이다. 젊어서 유학이나 이민으로 온 노년층은 지금 대부분 교외지역에서 여유롭게 은퇴생활을 즐기고 있다. 한인타운 맥 다방은 구경할 일도 없다.
한인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노년에 이민 온 그룹이다. 80년대 90년대에 이민와서 맞벌이하는 자녀를 위해 손주들을 돌봐준 한인사회 발전의 숨은 공로자들, 그리고 한국에서 은퇴하고 최근 미국에 온 노년층이다. 하루 종일 집안에 있기는 답답하고 마땅히 갈 곳도 할 일도 없으니 맥 다방 단골이 되곤 한다.
노년에 견디기 어려운 것은 소외감이다. 사회의 뒷전으로 내쳐진 느낌, 여기서도 저기서도 밀려나 더 이상 사회의 구성원이 아닌 듯한 씁쓸함이다. 시니어 센터가 있으면 노년층이 소일거리를 얻고 소속감도 갖게 될 것이라고 문 소장은 말한다.
“과거에는 성인학교에서 시민권시험 준비강좌도 열고, 영어강좌도 열었어요. 연장자들은 도시락을 싸가지고 와서 하루종일 학교에서 시간을 보냈지요. 지금은 예산삭감으로 이런 프로그램들이 거의 다 사라졌어요. 노년층이 갈 곳이 없지요.”
모일 공간과 식사 준비할 주방, 안전한 주차장이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그런 시설을 갖춘 건물이 한인타운에는 많이 있다. 교회들이다. 교회가 장소만 제공한다면 시사강좌, 서예반, 음악교실, 댄스교실 등 프로그램을 이끌 강사는 노년층 자체 내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가 문을 열었으면 한다. 멀리 해외선교에 쏟는 관심과 자원을 아주 조금만 덜어서 이웃의 노인들에게 쏟는다면 하늘에서 받을 상이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맥도널드에서 쫓겨 다니는 노인들이 우리 자신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실제로 10년 후, 20년 후의 우리 자신일 수도 있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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