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 팔자는 주인과 동급이래요”
▶ 셀폰 앱과 연결된 운동량 측정장치 등 부착, 캠 통해 외부에서 목소리 들려주며 함께 놀기도
휘슬을 착용한 미치. 펫큐브, 드랍캠, 보이스, 휘슬 등과 같은 전자장비는 지난 50년 사이에 애완동물의 지위가 얼마나 급속히 개선됐는지를 보여준다.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개의 생활공간은 헛간이거나 뒷마당이었고 잠자리는 볼 품 없는 개집이었다. 그러나 지난 50년 사이, 애완견의 생활수준은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에 토를 달기 힘들 정도로 크게 개선됐다.
뒷마당으로 제한됐던 활동공간은 집안 전체로 확대됐고, 주인과 침대를 공유하는 애완견도 상당수에 달한다. 이제 애완견은 단순한 펫이 아니라 가족의 일원이다. 가족 구성원으로 격상된 애완견은 주인의 친자녀가 누리는 것과 거의 대등한 수준의 보살핌을 받는다. 이들의 삶에 각종 첨단 정보기기가 끼어드는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요즘 ‘잘 나가는 애완견’은 몸에 몇 개의 하이텍 장비를 걸치고 다닌다. 이 중에는 활동량을 측정하는 칩과 심장박동수와 호흡수를 체크하는 전자기기 등이 포함된다.
애완동물의 운동량을 관찰하고 이들의 건강을 관리하는데 활용되는 각종 첨단장비들을 한마디로 뭉뚱그리면 ‘입는 컴퓨터’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구글 글래스’라든지 곧 시장에 선을 보일 스마트와치 등과 같은 계열의 하이텍 아이템이다.
이들 외에 외출 중 집에 있는 애완동물을 관찰하고, 말을 건네는 것은 물론 함께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웹캠에도 만만치 않은 수요가 몰린다.
애완동물용 전자장비의 보급은 스마트폰 열기의 부산물인 부품의 소형화와 가격 인하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극소형 무선칩 동작감지기, 고화질 카메라렌즈 등이 속속 개발되고 대량으로 생산되면서 애완동물 친화적인 ‘입는 컴퓨터’가 속속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기기들이 수집한 생체정보를 판독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스마트폰 앱이 이미 출시된 상태이기 때문에 구입자들은 무선 접속 서비스로 어디서건 애완동물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다.
제조업체들이 다투어 애완용 전자장비 개발과 생산에 뛰어든 주된 이유는 돈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유주들이 애완동물에 사용하는 금액은 날이 갈수록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미 애완동물상품협회에 따르면 사료비와 병원비, 약품 등으로 지출되는 연간 경비는 2013년 한 해에만 555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지난 20년간 세배 이상 늘어났다.
가축과 소유주 사이의 유대관계가 두터워지면서 애완동물 복지관련 분야가 돈이 될 만한 사업으로 굳건히 자리를 굳힌 셈이다.
하이텍 업체라고 돈 냄새를 못 맡았을 리 없다.
노던 애리조나 유니버시티의 생물학 명예 교수인 콘 슬로보드치코프는 “애완동물과 보다 의미 있는 방식으로 교류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전자기기가 쏠쏠한 돈벌이가 될 것이라는 계산이 하이텍 업체들의 등을 떠밀었다”고 설명했다.
시애틀에서 의료기구 외판원으로 근무하는 하이디 헌(32)도 최근 ‘휘슬 동작감지기’를 구입해 애견 후지어의 목 띠에 걸어주었다. 후지어는 초컬릿 색깔의 털을 지닌 라브라도 사냥견으로 올해 열한 살이다. 인간의 1년은 개의 7년에 해당하므로 후지어의 나이를 인간의 나이로 환산하면 환갑 진갑 다 넘긴 77세가 된다.
메탈질감으로 만든 개당 130달러짜리 동작감지기는 케첩 병마개 크기로 애완동물이 얼마나 오랫동안, 또 어느 정도의 강도로 몸을 움직였는지를 기록한다. 다시 말해 착용자의 운동량 측정기기인 조본업(Jawbone UP)의 동물 버전이다.
헌은 수의사로부터 운동을 시켜야 후지어의 잔여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조언을 들은 후 휘슬 동작감지기를 구입했다.
밖에 나가 있을 때에도 아이폰 앱을 이용해 후지어가 얼마나 오랫동안, 어느 정도의 강도로 운동을 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후지어의 운동은 애완견 산책 전담사가 담당한다.
헌과 그녀의 약혼자는 “후지어가 우리의 무남독녀 외동딸”이라고 강조하고 “그 아이에게 신경을 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며 동작감지기를 구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뉴욕타임스 기자인 닉 윙필드 역시 다섯 살 된 애견 미치의 목줄에 휘슬 동작감지기를 달아두었다. 미치는 불독과 라브라도 사냥견의 잡종이다. 윙필드는 매일 아이폰 앱을 통해 미치의 운동량을 다른 잡종견의 하루 평균 활동량을 비교한다. 그는 미치가 나흘 연속 운동 목표를 초과했다는 휘슬 앱의 축하 메지시를 받고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착용 가능한 운동량 측정기보다 진일보한 전자장비도 이미 나와 있다. 태그(Tagg)라는 이름의 이 장비는 휘슬 동작감지기의 운동량 측정기능에 위치추적 기능을 추가한 제품으로 실종견을 찾는데 큰 도움을 준다.
이외에 애완견의 심장박동수와 호흡수를 모니터하는 보이스(Voyce)가 시판을 앞두고 있다.
‘입는 컴퓨터’는 수의사들을 비롯한 수의학 관계자들이 애완동물의 질병을 파악하는데 필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애완동물 비만방지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애완견 가운데 52%, 집고양이의 58% 이상이 비만이거나 과체중이다. 인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비만과 과체중은 당뇨를 일으키고 관절염을 악화시킨다.
애완동물 사료제조사인 퓨리나(Purina)가 애완동물용 전자장비를 활용해 14년간 진행한 장기 연구 결과는 이상적인 체중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음식섭취를 조절할 경우 라브라도 사냥견의 평균수명 중간 값이 2년 이상 늘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모니터 장비의 또 다른 주요 기능은 주인이 출근한 후 집에 홀로 남겨진 애완동물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것이다.
인간이 애완동물과 상호교류 할 수 있는 기본 수단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등의 물리적 접촉과 음성이 전부다.
드랍캠(Dropcam)은 이들 중 음성에 초점을 맞춘 기기다. 스피커와 마이크로폰이 장착된 무선 보안카메라로 애완견의 격리불안증과 운동부족 및 파괴적인 성향을 불러올 다른 요인들을 모니터하는데 활용된다. 소유주는 모빌앱을 통해 애완견에게 ‘원거리 지시’를 내리고 반응을 살필 수 있다.
마이크로폰과 스피커가 부착된 웹캠을 레이저 포인터와 연결시킨 펫큐브(Petcube)는 5월에 나온다. 펫큐브는 일종의 애완동물 놀이기구다. 출타 중인 주인이 모빌앱을 통해 레이저 빔을 쏘아주면 고양이는 레이저의 방향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러나 애완견의 반응이 고양이만큼 뜨겁지 않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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