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료 푸드뱅크’ 개설 대학 잇달아
▶ 불경기 불구 가파른 학비 상승도 원인, 학생들이 자체 운영…주변 호응 뜨거워
스토니 브룩 유니버시티 재학생 루비 엣카레라-네스터와 윌리 애디슨이 최근 오픈한 푸드 팬트리에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제공할 음식물을 백에 담고 있다.
지난 가을 스토니 브룩 유니버시티 기숙사에 입소한 질리언 칼은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젊은 여성과 마주쳤다. “이 학교 재학생”이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힌 그 여성은 “끼니를 때울 돈이 없어 본의 아니게 금식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맥도널드에서 맥이나 치즈버거를 구입할 정도의 잔돈조차 수중에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
뉴욕 리보니아 대학 신입생인 칼은 큰 충격을 받았다. 식대가 없어 밥을 굶는 대학생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대학에 진학할 정도면 빈민층은 아닐 터인데, 어쩌면 이렇듯 ‘알거지’ 신세가 된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칼은 자신의 방에서 약간의 음식을 가져와 그녀에게 주었다.
그 일을 계기로 칼은 스토니 브룩 교내에 새로 문을 연 무료 식품배급소(food pantry)에 자원봉사자로 들어갔다.
교내 푸드 팬트리는 스토니 브룩에만 개설된 것이 아니다. 최근 수년간 미국 전역의 대학에 수십 개가 생겨났다. 배곯는 대학생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원흉은 가파른 학비 인상이다.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먹고 살기 힘든 판에 학교 당국이 예산적자를 이유로 마치 연례행사처럼 학비를 인상하고 있어 생활고를 겪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롱아일랜드 동부 지역에 위치한 스토니 브룩 캠퍼스 기숙사의 부사감이자 교내 푸드 팬트리 공동 개설자인 벳 맥과이어-프레데릭스는 “대학생은 무산층이 아니라 ‘가진 자’ 곧 유산층에 속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지배적 통념이기 때문에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에 일반인들은 종종 충격을 받곤 한다”고 말했다.
칼리지 보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공립대학 수업료는 무려 27%, 사립대학 수업료는 14%가 뛰었다. 교재비, 숙박비와 대학생활에 필요한 필수품 구입비도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있는 돈, 없는 돈’을 박박 긁어 어찌어찌 수업료와 기타 경비를 마련한 후 ‘죽으면 죽으리라’는 비장한 마음으로 학교로 돌아가는 학생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하지만 ‘혹시’하는 기대는 ‘역시’라는 허기진 실망으로 끝나기 일쑤다.
배고픔은 상상보다 훨씬 견디기 힘들다. 게다가 허기만큼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도 드물다.
대학 재학생은 대부분 푸드스탬프 수령자격이 없다. 사회 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미시간 스테이트 유니버시티 푸드뱅크 원장이자 전국대학 음식은행연합 공동 창업자인 네이트 스미스-타이지는 “얼마 전부터 상당수 대학들이 푸드 팬트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국대학 음식은행연합은 미 전역의 50개 교내 푸드뱅크를 대표한다.
이들 대부분은 과거 4~5년 사이에 생겨났으며 학생그룹에 의해 운영된다. 스미스-타이지는 전국대학 음식은행연합에 속하지 않은 대학 푸드뱅크가 약 50여개나 있다고 밝혔다.
연구단체인 CCAP의 디렉터인 리처드 베더는 대학 수업료 인상 추세는 인건비 상승과 연결되어 있다며 “대학 당국이 푸드 팬트리를 통해 배곯는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다소 위선적”이라고 꼬집었다. 수업료와 경비를 인상하지 않았다면 교내 팬트리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돈이 부족한 학생들은 끼니를 거르지 않기 위해 식사 플랜을 제대로 짜야 한다.
오리건 주립대학 푸드뱅크연합의 공동 개설자인 클레어 캐디는 이들 대부분이 음식선택 폭이 적은 대신 가격이 싼 교내식당 식단을 골라 해당 식권을 구입하고 필요할 때마다 푸드 팬트리에서 도움을 받는 방식을 취한다고 귀띔했다.
푸드 팬트리를 찾는 학생들 가운데에는 예기치 못했던 경제적 어려움을 당한 부류에서 어린 자녀를 양육해 가며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해마다 홍역을 치르는 ‘기혼 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그룹이 섞여 있다.
스토니 브룩 유니버시티는 학생들이 배곯는 친구들을 돕기 위해 무료 음식을 제공하는 교내 행사 관련정보 공유 사이트를 자발적으로 개설한데 자극을 받아 지난 가을 부랴부랴 교내 푸드 팬트리를 열었다.
스토니 브룩 푸드 팬트리의 공동 개설자인 케이시 맥글로인은 “학기말이 되면 식권이 떨어져 식사를 거르는 학생들이 많다는 푸념을 자주 듣는다”며 “우리는 종일 배를 주리는 학생들과 매일 피자나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학생들 모두에게 음식물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교내 푸드 팬트리를 처음 오픈한 날, 문 앞에는 식료품 배급을 받으려는 학생 50명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푸드 팬트리에 대한 학생들의 호응은 뜨겁다. 지난 학기 말 스토니 브룩 유니버시티 대학대표 운동선수들이 ‘푸드 드라이브’ 행사를 전개해 거둬들인 식료품만도 100파운드를 가볍게 넘어섰다. 더 이상 음식을 쌓아둘 공간이 없어 상당량의 도네이션을 물려야 했을 정도다.
맥과이어-프레데릭스는 “필요할 때마다 말만 하라”며 식료품 지원을 약속한 교내 단체와 동아리들이 많다고 전하고 “매주 두 차례 문을 여는 푸드 팬트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학생들이 주리는 사례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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