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살총구 피해 숨어산다는 IT업계 선구자 존 맥아피의 기이한 행적
▶ USA투데이, 테네시 산속 모처에서 단독인터뷰, 도망 길에서 창업, 곧 첫 제품‘디센트럴’ 출시
“암살자를 피해 숨어사는” 존 맥아피와 아내 재니스에겐 한가로운 일상에서도 총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도망 중에서도 ‘퓨처 텐스’라는 회사를 창업한 존 맥아피. 이제 곧 첫 제품인 도청방지 장치‘디센트럴’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이한 행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컴퓨터 보안업체 맥아피의 창업자 존 맥아피(68)는 도망자치고는 어느 정도 공적인 생활도 누리고 있다. 폭스TV에도 종종 출연하고 몬트리올에 새 비즈니스도 창업했으니까.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산업의 선구자로 꼽히는 그는 65만 달러를 받기로 하고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암살자가 있다고 믿고 있다. 처음엔 200만 달러였다면서 “말하자면 내 내 목숨 값이 폭락한 셈”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한 그는 벌써 몇 달째 아내와 함께 익명을 사용하며 미 전국을 떠도는 도망자의 삶을 계속하고 있다. USA투데이 기자가 테네시 주 블루 릿지 마운튼스의 ‘모처(somewhere)’ 한 농가에서 최근 그를 만나 이틀간을 지내며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셀폰 저쪽에서 영국식 액센트의 존 맥아피 음성이 들렸다. 간결하고 명료했다. “비행기가 도착하면 내게 문자를 보내시오. 우리 사람들이 당신을 픽업해 우리가 만날 지점으로 데려올 것입니다”두 시간 후 멤피스에서 한참을 빙 돌아온 끝에 테네시 블루 릿지 마운튼스 멀리 깊은 곳에 자리 잡은 한 농가의 뒷마당 포치에서 그를 만났다. 맥아피는 주위에 무기를 죽 늘어놓은 채 줄담배를 피웠다. 그는 어디를 가든 10자루의 총을 지니고 다닌다고 했다. 베레타 40은 뒷주머니에, 루거 380은 앞주머니에 넣고 마치 갓난아기를 달래듯 켈-텍 샷건을 자주 어루만졌다. 40에이커 농장에는 낯선 이를 경계하며 핏불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존 르카레의 첩보소설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러나 자신이 암살자에 쫓기고 있다고 확신하며 매일 밤잠을 설치는 그에겐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고 자신의 이름을 딴 보안업체 ‘맥아피’를 설립하며 IT업계의 거물로 부상했던 그의 삶은 2008년 이주한 벨리즈에서 살인사건에 연루되면서 퇴락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2012년 벨리즈에서 맥아피의 이웃에 살았던 미국인 그레고리 파울(42)이 자택에서 총격살해 당한 후 맥아피에게 의심의 눈길이 쏠리면서 모든 것이 급격히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고 맥아피는 말한다.
벨리즈 경찰은 평소 파울과 다툰바 있는 그를 정식 살해용의자로 지목하지는 않았으나 ‘요주의 인물’이라고는 밝혔다. 그러나 맥아피는 그보다 몇 달 앞서 벨리즈 경찰관계자들의 200만 달러 뇌물요구를 자신이 거절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반박했다.
맥아피는 사건발생 후 벨리즈 지역정부의 부패를 주장했고 “부패고발에 대한 보복으로 살해범으로 몰릴 수 있다”는 두려움에 이웃 과테말라로 불법 입국했다가 2012년 12월 미국으로 돌아왔다. 벨리즈 경찰은 살해용의자로 고발된 적도 없는 맥아피에 대한 인도를 요청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으며 그의 귀국 후 미국당국 역시 그에 대해 어떤 심문도 한 적이 없다.
그러나 중남미의 마약조직이 자신의 목숨을 노려 암살자를 고용했다고 믿는 그는 지난 9월 포틀랜드에서도 구사일생으로 킬러의 총탄을 피했다면서 이 같은 살해위협을 FBI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FBI는 증인보호신청을 내라고도 권유했지만 그는 가명을 받아 남부 어딘가 그로서리 마켓에서 일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사형선고’와 비슷하기 때문에 사양했다는 것. 덴버의 FBI 대변인 데이브 졸리는 이 같은 맥아피의 주장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해주지 않았다.
맥아피와 사흘간 지내기도 했던 웹사이트 ‘실리콘 앵글’의 탐사보도 전문기자 존 카사레토는 자신의 리서치 결과 산적한 관련 서류가 맥아피의 암살음모 주장이 허위가 아닌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맥아피는 암살집단을 피하기 위해 50개의 셀폰과 50개의 도피처를 번갈아 가며 지난해 10월 결혼한 아내와 함께 몇 달째 미 전국을 떠돌며 숨어서 살고 있다고 말한다. 호텔에선 가명으로 현금만 사용한다. 자동차의 색깔도, 번호판도, 등록도 수시로 바꾸고 있다.
아마추어 마법사이기도 한 그는 셀폰 위치추적으로 그를 쫓아오는 암살자들을 따돌리기 위한 트릭도 자주 쓴다. 대형 트럭을 뒤따라가며 운전하다가 빨간 신호등에서 차가 멈추었을 때 재빨리 내려 트럭 뒤에 덕테이프로 자신의 셀폰을 부착시킨 후 다시 차에 오르는 것. 추적자들이 자신이 아닌 트럭을 쫓아가도록 하기 위한 것인데 꽤 성공률이 높은 따돌림 작전이다.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도망 중에서도 그는 폭스TV에 해설자로 얼굴을 비치는 한편 새 비즈니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몬트리올에 기반을 둔 ‘퓨처 텐스’다. 이제 곧 출시될 새 회사의 첫 제품은 ‘디센트럴(DCentral)’, 도청방지 장치다. “당신을 추적하는 앱을 감지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이 장치가 정부의 무차별감시의 피해자가 되는 것을 막아줄 것이라고 설명한다.
아마도 맥아피는 미 전국에서 도망 중에 설립한 회사를 운영하는 유일한 ‘회장님’일 것이다. 물론 전혀 쉽지는 않다. 직원 대표와는 오전 10시나 오후 5시, 하루에 한 번 통화한다. “그러나 존이 놀랄 만큼 뛰어난 사람이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려주는 그의 지시를 따르기만 하면 업무는 완성된다”고 몬트리올의 톰 구진스키는 말한다.
인터뷰가 끝난 토요일 오후 맥아피와 아내 재니스는 다시 길 떠날 채비를 했다. 헤드라이트를 점검하고 총과 비상식품 등을 챙겨 차에 올랐다. 값싼 호텔이나 외딴 곳의 안가를 찾아 인적 드문 숲길을 따라 떠나는 기약 없는 여정이다. “또 만납시다. 어디로 갈지는 나도 모릅니다”라고 그는 작별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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