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걸그룹 포미닛을 비롯한 유명 뮤지션들이 공연 중이던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의 야외 공연장에서 지하주차장 환풍구 덮개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환풍구 덮개 위에서 공연을 보던 27명이 20m 아래에 있는 지하주차장으로 추락해 16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날 참사는 포미닛의 공연이 끝날 무렵이던 오후 5시 53분 공연장 인근 지하주차장 환풍구를 덮는 철제 덮개가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가로 5m, 세로 3m 크기의 환풍구를 덮고 있는 철망 모양의 덮개 6개가 관람객의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자 덮개 위에 있던 관람객 27명이 20m 아래에 있는 주차장 바닥으로 순식간에 추락했다. 소방대원들은 환풍구 위에서 로프를 내려 구조작업을 벌이다 여의치 않자 건물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하 4층 주차장으로 내려간 뒤 환풍구와 연결하는 벽을 뚫고 바닥으로 진입해 구조를 진행했다. 환풍구 깊이가 워낙 깊은 데다 무거운 덮개와 함께 관람객들이 한꺼번에 추락하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추락 지점으로 진입하기 쉽지 않아 구조에 시간이 걸린 것도 피해를 키운 원인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현장에서 12명이 사망했고, 2명은 병원으로 옮기던 중 사망했다. 나머지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중상자들은 분당 차병원, 분당제생병원, 성남 정병원 등 병원으로 옮겨졌다. 일부 부상자들은 심정지 상태로 응급조치를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 상태가 심각한 사람이 많은 만큼 사망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 한 목격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구조자) 상당수가 의식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의식이 있더라도 많이 다친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환풍구 덮개 주변에 관람객들의 진입을 막기 위한 안전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 YTN 인터뷰에서 "환풍구에서 나오는 공기질이 나쁘기 때문에 일반사람들이 바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펜스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면서 "(사고가 일어난 곳은)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시설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를 조사 중이다.
또 다른 목격자는 "환풍구 쪽에서 연기 같은 게 올라오기에 처음에는 담뱃불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쪽에 몰려 있던 사람들이 ‘어! 어! 어!’ 하면서 손을 위쪽으로 헛손질하더니 앞으로 고꾸라지듯 하다가 밑으로 사라졌다"고 언론에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공연을 관람했다는 10대 청소년은 "오후 6시가 조금 안됐을 때 포미닛이 무대에서 내려오는데 무대 오른쪽 계단 위 환풍구 쪽에서 소리가 났다. 처음에는 가수가 내려오니까 환호하는 소리인 줄 알았다"면서 "근데 환풍구 주변에 사람들이 둘러서 있고 ‘사람이 빠졌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방대원들이 도착했다"고 전했다.
사고 당시 공연 중이던 포미닛의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사고 직후 보도자료를 발표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사고로 관객 분들이 큰 피해를 입지 않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이어 "해당 공연은 포미닛의 단독공연이 아닌 여러 가수들이 함께 참여한 무대였다"면서 "포미닛 공연 당시 멤버와 스태프 전원이 사고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무대를 모두 마치고 나왔고 서울로 복귀하고 나서야 사고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부처 차원의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해 사고 수습 지원에 나섰다. 문체부는 김희범 제1차관이 직접 현장을 찾아 사고 수습 지원 및 야간 공연에 맞춰 적절한 공연 안전 수칙이 지켜졌는지 등을 점검할 방침이다.
경기도 대표단을 이끌고 독일을 방문 중인 남경필 경기지사도 급히 귀국한다. 남 지사는 라이프치히 BMW전기자동차 공장에 도착한 직후 사고 소식을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사고 직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세월호 참사에 이어) 또다시 안전사고로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희생된 분들과 가족들께 마음 속 깊이 애도를 표하며 부상자들의 조속한 쾌유를 빈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 당국은 필요한 인원과 장비를 총동원해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주최 측인 성남시는 안전 조치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었는지, 사고 원인을 조속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돌아가신 분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기본적인 안전 관리를 소홀하게 한 것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가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공연은 경기도, 성남시, 경기도 과학진흥원 등이 주최하고 이데일리TV가 주관한 ‘판교테크노벨리 축제’의 일환으로 열렸다. 출연 뮤지션은 포미닛, 정기고, 티아라, 비트버거, 트랜스픽션, 체리필터 등이다.
오후 9시30분 현재 사망자ㆍ부상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 사망자 명단(16명)
▲ 분당차병원 = 윤철(35)·홍석범(29)·방극찬(40대)
▲ 분당 제생병원 = 조대희(35)·정연태(47)·김성대(40)·신원미상 1명
▲ 성남중앙병원 = 이인영(39)·장혜숙(30대·여)·강희선(20대·여)·김효성(28)·김민정(20대·여)·이영삼(45)·이영선(20대)
▲ 도원병원 = 윤병환(49)·신원미상 1명
◇ 부상자 명단(11명)
▲ 분당차병원 = 김한울(29)·김홍철(41)·장세종(36)·정국화(30·여)
▲ 분당 제생병원 = 최윤석(50)·윤대성(40)·정석용(45)
▲ 강남세브란스 = 김소연(20·여)
▲ 분당서울대병원 = 천재웅(41)
▲ 성남 정병원 = 이미정(31·여)·한은희(32·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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