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천적으로 아기집 없는 36세 여성 61세된 어머니 친구 것 옮겨 넣어
▶ 스웨덴서 세계 처음 성공
종족보존의 본능은 강력하다. 본능이 강한 만큼 충족 욕구 또한 강렬하다. 어떤 이유에서건 후사를 볼 수 있는 정상적 길이 막히면 새 길을 뚫어서라도 핏줄을 보려든다. 무자식 불임 부모에게 입양이라는 선택의 창이 늘 열려 있기는 하지만‘마음으로 낳은 자식’보다는 부모의 DNA를 물려받은 핏줄을 선호하는 것이‘인지상정’이다. 본능은 의식에 선행한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거의 모든 분야에 시장경제의 원칙이 적용된다. 강력한 욕구와 수요가 생기면 시장이 형성되고 거래가 이루어진다. 인공수정의 물꼬가 트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대표적인 인공수정 방법은 체외수정이다.
아이를 원하는 불임 남녀의 정자와 난자를 꺼내 몸 밖에서 수정시킨 후 수정란을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방식이다.
인공수정은 숱한 불임부부에게 엄청난 축복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 기술에는 한계가 따른다. 여성의 자궁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무용지물’이거나 아예 없다면 체외수정을 통한 임신과 출산은 불가능해진다.
아기집이 있어야 태아가 깃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제3자의 건강한 자궁을 빌리지않는 한 인공수정의 수확을 기대할 수 없다.
바로 이곳이 대리모가 끼어드는 대목이다.
하지만 대리 임신과 출산은 아직도 윤리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처럼 인공수정이 한계가 드러나자 기다렸다는 듯 자궁이식이라는 또 다른 길이 열렸다. 문제가 있는 자궁을 정상적인 건강한 자궁으로 갈아 끼우는 방법이다.
자궁이식의 첫 수확이 얼마 전 스웨덴에서 나왔다. 올해 36세인 이 여성은 어머니친구의 자궁을 이식받아 지난 9월 그토록 원하던 핏줄을 얻었다. 그녀가 이식받은 자궁은 61년된 것이었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후 천신만고 끝에 기적적으로 아들을 얻은 스웨덴 커플은 신원 노출을 철저히 피했다.
남편과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기를 향한 세상의 관심과 눈길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신원미상의 여성’이라는 뜻의 ‘제인 도우’로 불리는 신참 엄마는 자신이 사는 곳의 지명조차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쓸데없는 관심을 원천봉쇄하기 위해서였다.
그녀의 아들은 자궁이식을 받은 여성에게서 태어난 첫 아기로 의학사에 이름을 남기겠지만 대중의 값싼 호기심에 포위당해 사생활에 제약을 받도록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단호한 결의를 드러내 보인 셈이다.
제인 도우는 불가능한 꿈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어머니의 친구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했다. 어머니의 친구 분은 30대 중반을 넘어선 ‘존 도우’와 ‘제인 도우’ 부부가 아기를 갖기 위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일을 시도해 보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말을 전해들은 후 선뜻 자신의 자궁을 떼어주겠다고 제안했다.
이미 폐경기에 들어선 자신에겐 더 이상 소용이 없으나 젊은 여성의 몸에 이식될 경우 요긴하게 사용될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자궁이식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생명의 요람인 자궁은 즉석에서 갈아 끼울 수 있는 자동차 부품과는 다르다.
제인 도우는 지난해 스웨덴 고센버그 대학의 산부인과 교수 마츠 브랜스트롬 박사의 집도로 자궁이식 수술을 받은 아홉 명의 불임 여성 가운데 한 명이다.
그녀는 열다섯 살에 자신에게 자궁이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은 여성에겐 치명적이다.
자궁이 없으니 체외수정을 통한 출산도 기대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현대 의학도 그녀의 문제를 풀어줄 수는 없는 듯했다.
하지만 브랜스트롬 박사는 자궁이식이라는 획기적인 방식으로 그녀의 고민을 일거에 풀어주었다.
지난해 9명의 제인 도우의 몸 안에 자궁을 옮겨 넣은 브랜스트롬 박사는 이들 가운데 일곱 명에게 체외 수정된 수정란을 착상시켰고, 결국 세계 최초로 이식된 자궁에서 생명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브랜스트롬 박사는 체외수정을 받은 일곱명의 불임녀들 가운데 두 명이 추가로 임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조만간 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봇물을 이룰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호주, 영국, 미국, 일본과 중국 등지의 과학자들이 자궁이식 수술기법을 연구 중인것으로 알려졌다.
브랜스트롬 박사는 실험실에서 자궁을 배양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유족이 기증한 자궁에서 원 소유주의 DNA를 완전히 제거하고 수령자의 체세포로 둘러싸는 대단히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다.
브랜스트롬 박사는 숱한 시행착오 끝에 일단 동물을 대상으로 한 예비실험에 착수했지만 인체 임상실험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귀띔했다. 인체 실험까지는 최소한 5년 가량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세계 최초로 자궁이식을 통해 핏줄을 품게 된 스웨덴의 제인 도우와 그의 남편은 ‘하느님의 선물’인 아기의 이름을 빈센트라고 지었다. 빈센트는 ‘정복’이라는 뜻이다.
부모가 되기까지의 긴 여정에서 어려움을 이겨낸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은 이름이다.
아기에게는 대단히 특별한 대모가 있다.
그의 어머니인 제인 도우에게 자궁을 기증한 61세 여성이 바로 그의 대모다.
제인 도우 부부는 빈센트의 표정이 대단히 풍부하고 온순하다며 아들 자랑에 열을 올린다.
이들은 빈센트가 크면 그가 자궁 이식을받은 여성에게서 태어난 세계 최초의 아기였다는 사실을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나중에 아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의 출생 소식을 다룬 신문 기사를 모아 스크랩해 두었다.
하지만 이들은 ‘세계 최초’ 따위의 수식어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 관심도 없다. 불임극복을 위해 길고도 험한 여정을 택한 것과 세계 최초의 기록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제인 도우는 “어떤 경우에서도 아기가 화젯거리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다만 빈센트의 존재가 불임으로 고생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영감의 원천이 되기를 소망할 따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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