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리엄 터너 작품전
▶ 게티 뮤지엄서 5월24일까지
‘전쟁. 유배와 바위조개’ (War. The Exile and the Rock Limpet).
’눈폭풍: 항구의 스팀보트’(Snow Storm: Steam-Boat off a Harbour’s Mouth).
“터너가 안개를 그리기 전까지 영국인들은 진정한 안개를 알지 못했다”는 말이 있다.
자연주의 풍경화를 그리던 빅토리아 시대에 포효하는 바다와 비구름, 허연 김을 내뿜으며 달리는 증기기관차, 화재로 불타는 시가지를 화폭에 담았던 영국 화가 조셉 말로드 윌리엄 터너(1775-1851)의 작품전(‘J.M.W. Turner: Painting Set Free’ )이 2월24일부터 5월24일까지 게티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마침 영화 ‘ 미스터 터너’ (Mr. Turner·마이크 리 감독)가 나온 직후라 타이밍이 참 좋은 이 전시는 영국이 가장 사랑하는 국민화가 윌리엄 터너가 생애 마지막 16년 동안 그린 유화와 수채화 60여점을 보여준다. 영화 ‘미스터 터너’가 그의 마지막 25년을 조명한 것과 비슷한 시기여서 영화를 본 사람들은 더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아직도 몇몇 극장에서 상영중인 이 영화는 2014 전미비평가협회상 2개 부문과 칸영화제 남우주연상(티모디 스폴)을 수상했다).
비와 안개가 많은 영국의 분위기, 빛과 날씨에 따라 변하는 바람과 공기마저 캔버스에 담아낸 터너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혁신적인 화풍으로 훗날 인상주의와 모더니즘, 추상표현주의로 이어지는 길을 열어놓은 천재화가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렸고 27세에 왕립미술원의 정회원이 됐을 만큼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은 터너는 일생동안 바다와 강에 대한 풍경화, 여러 곳의 풍습과 풍경을 주로 그렸으며, 빛과 색채의 조화를 통해 독창적인 표현을 남겼다. 젊은 시절부터 유명했던 그는 자신의 저택에 갤러리를 만들고 사람들을 초대할 정도로 최고 화가의 위치를 유지했으며, 여름에는 유럽 각지로 여행 다니며 작품소재를 스케치하고, 겨울에는 스튜디오에 들어박혀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그가 남긴 풍경화 스케치가 500여점이나 된다고 한다.
돈과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시도에 도전했던 터너는 동료화가들과 비평가들의 비웃음 속에서도 실험적인 재료를 사용하고 테크닉을 개발하며 나이 60이 넘어서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작품들을 남겼다. 이번 게티 전시는 터너가 마지막 16년간 그린 후기작들을 조명한 최초의 전시이자, 미서부지역에서 열리는 첫 번째 터너 작품전이다. 런던의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 샌프란시스코 드영(De Young) 뮤지엄과 공동기획했으며 세 곳을 순회하게된다.
전시는 유화와 수채화 62점을 6개의 주제로 구분해 보여준다. 터너가 항상 매혹됐던‘ 바다’ (Sea), 로마와 베니스 등 고대 유적지 등을 돌아다녔던 ‘여행’ (Travel), 토머스 그레이와 바이런 등의 시에 탐닉한 ‘시’ (Poetry), 당대 사건들을 그린 ‘컨템포러리 이벤츠’ (Contemporary Events), 그리고 ‘짝과 형태’ (Pairs and Shapes)에서는 대조되는 두 작품을 함께 그린 것과 캔버스의 형태를 원형 및 팔각형 등으로 획기적인변화를 주었던 것도 볼 수 있다.
또 ‘테크닉’ (Technique)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터너의 그림실력이 발휘된 작품들을 소개한다. 터너는 거의 형태도 잡히지 않은 그림을 전시장에 들고 와 현장에서 순식간에 완성시켜 전시함으로써 관람객들을 놀라게 하곤 했다고 한다.
책이나 사진으로만 보던 터너의 그림을 실제로 보기는 처음인데, 200년전 그린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현대적이고 추상적이며 표현적이어서 사뭇 놀랐다. 거친 붓질로 그려진 광대한 공간에서 힘차고 강렬하고 남성적인 자연의 힘이 느껴지는 위대한 작품들이다.
터너는 76세때 죽으면서 300여점의 회화와 1만9,000여점의 수채화 및 드로잉을 국가에 기증했다. 현재 국립미술관인 테이트 브리튼이 소장, 11개의 터너 전시실에서 상설전시하고 있다.
1200 Getty Center Drive LA, CA 90049, www.getty.edu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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